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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고졸 실업자 전년 대비 25% 증가…노동시장 변화에도 ‘고졸자 정책’ 없어

 

국내 고용시장이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40조원 이상의 일자리 재정을 퍼부었음에도 재난 수준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소득 주도성장’ 정책의 한 축인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조선·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경기침체와 함께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생산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3월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8 고졸인재잡콘서트’에서 참가 학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연합뉴스

 

‘고용 한파’ 거세게 몰아치는 고졸 취업시장

 

실업자 증가 등 고용시장 악화로 해석되는 지표가 나오는 가운데, 특히 고졸 실업자 문제가 또 다른 고용 쇼크의 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일 정부가 ‘소득주도론’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고등학교 졸업 취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표로도 드러난다. 특정 교육 수준 계층에서 유달리 고용시장 악화 현상이 짙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9월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실업자는 총 11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4000명(13.4%) 급증했다. 이 정도 규모의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이다. 실업률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은 4.0%를 기록했다.

 

특히 교육 수준 정도의 취업자 고용 동향 편차는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8월 고졸 실업자는 4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9000명(25.2%) 증가했다. 고졸 실업률은 다른 학력자들에 비해 유독 심했다. 중졸 이하 실업자는 8월 13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000명(10.9%) 늘었고, 대졸 이상 실업자는 5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2000명(4.5%) 증가했다. 이들의 실업률은 3.9%로 지난해와 같았다. 다만 고졸 실업률은 중졸, 대졸을 합친 것보다도 높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졸 실업자들이 최근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데는 장기화 추세인 제조업 침체와 건설업 부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최저임금 인상 이후 나타난 도소매, 건설업 등의 일용·임시직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업별 취업자 증감을 보면 관리자 7만 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9만9000명, 사무종사자 6만6000명 등 상대적으로 고학력자들이 많이 포진한 직업군에서 증가했다. 반면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3만3000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12만 명), 단순노무종사자(-5만 명), 판매종사자(-8만4000명) 등 상대적으로 저학력·저임금 비중이 높은 직업에서는 크게 줄었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이후 크게 대두됐던 고졸 실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경제·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고졸 실업을 줄이기 위한 특별 입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지만 여전히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고졸 실업 정책은 일반 청년층 고용·실업 정책의 큰 틀에서 추진되면서 부분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도록 형평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주력 제조업의 침체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의 대전환이 거세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고졸 또는 중졸 이하 학력자들을 포용할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청년을 15~29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고등학생부터 청년인 셈이다. 또 대학교 재학생·휴학생 등을 모두 ‘고졸’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정책 중 청년 취업 정책에서도 고졸 취업 희망자들이 소외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기관도 고졸 취업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도 정부 정책 없어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졸 실업률을 크게 낮추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노동시장에선 근로자들을 위한 수요가 많지 않은데 고용 비율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수요에 적합한 노동력을 강화할 교육 및 훈련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노동에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정책 교정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양극화된 기업별 임금 격차가 고졸 실업률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 임금 격차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졸 실업률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임금 구조 비대칭 구조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인구구조 변화 등이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원화돼 있어 나머지 일자리를 의미 없게 만든다. 취업 준비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인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고졸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 문제는 고졸 학력에 적합한 직업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독일과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차가 크지 않지만, 유독 한국은 격차가 심한 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 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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