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애씨(여·48, 쌀탄 철산점)는 올해 초 창업에 도전했다. 30대부터 12년간 학습지 교사이던 그녀는 남편(56)이 은퇴하면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현재의 사업을 택했다. 사업경험이 없던 박씨의 도전이 비교적 쉬웠던 것은 가맹본사가 운영하던 직영점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매출 검증된 매장을 안전하게 인수하다
박영애씨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볏짚삼겹살전문점이다. 인근에 고깃집이 많지만 볏짚을 이용하는 곳은 없다. 한돈을 두 번 숙성시킨 고기에 특허 받은 안전한 볏짚 연료인 쌀탄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지만, 사업 경험이 없는 박씨가 큰돈을 투자하기에는 불안했다. 매출이 잘 나오는 다른 매장을 방문했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박씨의 이런 불안을 씻어준 것이 바로 ‘리프랜차이징’ 방식이다.
현재 매장은 가맹본사가 작년 11월에 오픈한 매장이다. 박씨가 대금을 치루고 매장을 인수한 것은 2~3개월 후인 올해 1월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박씨는 그 시간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다. 매출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자가 먼저 투자해 리스크를 감수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매장은 가맹본사가 먼저 투자를 해서 매출을 검증한 후 박씨에게 매장을 양도한 것이다. 오픈 직후 매출은 5000만~6000만원선이었다. 3억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검증된 매출 때문이었다. 매장 인수 후에도 매출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창업 교육도 가맹본부가 매장을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직원처럼 입사해서 교육을 받았다. 박씨처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운영하던 직영점을 인수하는 리프랜차이징이 최근 창업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매출이 검증된 매장을 인수하므로 창업 전에 투자수익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투자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리프랜차이징, 불황기 창업 리스크 줄인다
지난 2015년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도 사업 활성화를 위해 미국과 해외의 직영매장을 대대적으로 리프랜차이징 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버거킹도 북미 직영점 대부분을 가맹점으로 전환한 바 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경우, 가맹본사의 사업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리프랜차이징을 도입했지만, 예비 창업자의 안전창업과 가맹본부의 사업 확장에도 리프랜차이징 방식이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반 창업자들에게는 생소한 업종인 요가 분야의 아메리카요가도 리프랜차이징에 적극적인 브랜드이다. 가맹본부가 요가 지도사를 양성하면서 직영점을 개설한 후 매출이 검증된 매장을 중심으로 가맹점주에게 양도 양수하는 시스템으로 점포를 확대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식 브랜드인 이바돔도 리프랜차이징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동안 100평에서 500평대 대형 매장을 운영하면서 외식업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가진 이바돔은 가맹본사가 직영점을 많이 운영하면서 매출이 검증된 매장은 가맹점주에게 양도하는 방식을 부분적으로 채택했다.
글로벌 맥도날드나 이바돔 같이 유명 브랜드만 리프랜차이징 방식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도 리프랜차이징을 선호한다. 특히 서울·경기 수도권보다 프랜차이즈사업이 덜 발달된 지방의 경우, 오래전부터 리프랜차이징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창업을 해서 매출이 검증된 매장은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커피 같은 음료 브랜드나 시설장치업 중에서도 리프랜차이징 제도를 가진 곳이 많다. 커피나 프리미엄 독서실 같은 시설장치업의 경우, 운영이 단순하므로 매출이 검증된 매장은 점장이 매장을 계속 운영하면서 매장 인수자가 투자를 하면 가맹본사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쌀탄, 리프랜차이징 외에 공동투자 방식도 도입
볏짚 삼겹살전문점인 ‘쌀탄’의 영등포점도 리프랜차이징 한 사례이다. 가맹본부가 먼저 투자를 하고 매출이 검증된 후 예비창업자가 직영점을 인수했다. 쌀탄의 한동훈 대표는 모든 매장을 리프랜차이징으로 개설하지는 않지만, 경기가 나빠서 모험을 회피하려는 창업자들을 고려해서 리프랜차이징 정책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리프랜차이징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쌀탄의 경우, 수익성에 자신감으로 전체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직영점을 많이 운영하면 가맹본부가 직영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해 가맹점 관리가 부실해 질 수 있다. 또 직영매장의 점장 관리는 자율성과 주도성이 강한 가맹점주 관리보다 훨씬 복잡한 운영체계를 필요로 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쌀탄의 경우, 리프랜차이징 외에 공동투자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 능력은 있는데 자본이 부족해서 창업을 망설이는 창업자들에게 가맹본부가 공동으로 투자를 해주는 방법이다. 리프랜차이징은 일반적인 자영업 매장의 양도 양수와 유사하다.
지금도 신규 아파트 단지가 입주되면 점포 개설 전문가들이 슈퍼마켓이나 중국집 등을 오픈한 후 매출이 오르는 것을 보여주고 비싼 권리금에 점포를 양도하는 사례가 많다. 리프랜차이징이 일반적인 사업체 양도양수와 다른 점은 ‘묻지마 권리금’이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투자한 비용 그대로 매장을 양도하거나 권리금을 붙이더라고 매출액에 근거해서 비교적 투명하게 책정하는 편이다,
아메리카요가의 경우, 창업자가 직영점 또는 가맹점 매출 공개를 요구할 시 절차에 따라 매출뿐 아니라 운영비까지도 서면으로 제공한다. 매출 컨디션이 좋은 매장은 창업자의 자질이나 운영형태를 고려한 면접을 통해 협의 양도를 해주기도 한다.
개인들 간의 사업체 양도양수는 매출을 속이는 경우가 많지만, 가맹본사들의 경우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출을 속일 가능성이 적다. 또 가맹본부가 매장 운영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인수 후 가맹본사의 지원을 받거나 협력하고 소통하는 데도 유리하다.
인수 후 매출은 사업자 능력이 관건
리프랜차이징을 통한 안전창업을 희망한다면 가맹본부의 신뢰성, 특히 가맹본부 CEO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브랜드의 지속성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개인간 양도양수이든 리프랜차이징 방식이든 매장 매출은 사업자의 능력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아메리카요가의 경우, 직영점으로 운영할 때보다 가맹점에 양도된 후 매출이 40%이상 더 향상된 사례도 있다. 가맹점주의 뛰어난 역량이 비결이다.
반면 매출이 검증된 매장이라도 사업자의 매장 관리 능력이 떨어지면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쌀탄 영등포점의 경우, 월 8000만~1억원대이던 매출이 사장이 바뀌면서 20% 가량 떨어졌다가 다시 원래 매출을 회복한 사례이다.
사장이 바뀌면서 매출이 더 오르거나 더 떨어지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매출이 검증되었다는 것은 ‘사업성’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했다는 것이지 이미 매출이 확인되었으므로 사업체 관리를 대충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