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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와 맛있는 커피는 전혀 달라…영업부진 카페의 대안으로 떠오른 스페셜티 커피의 불편한 진실

시사저널은 이번 호부터 커피테이너 구대회씨의 ‘구대회의 커피유감(有感)’을 새롭게 격주 연재로 선보입니다. 오늘날 급증하고 있는 카페 산업에 대해 창업 성공자인 구씨의 진솔하고 통렬한 분석이 이어질 것입니다. 구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커피에 꽂혀 2년 동안 세계 55개국을 여행하며 카페와 커피농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EBS 《세계테마기행》 등 여러 방송에 출연했으며, 한국커피자격검정평가원 바리스타 심사위원을 지냈습니다. 현재 서울 마포 광흥창역 부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페 ‘구대회커피’를 운영하고 있으며,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를 썼습니다.

 흔히 믹스 커피라고 부르는 인스턴트커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커피 사랑은 2000년대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의 흥행에 힘입어 원두커피로 입맛이 옮겨갔다. 그럼에도 상당수 중년 이상의 사람들, 특히 남성은 편리함과 익숙한 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아직도 인스턴트커피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커피 마니아층에서는 보다 고품질의 커피를 찾아 장안의 이름난 카페 탐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일부 카페에서는 이름마저도 특별한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을 소개하며 고객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맛, 호불호 극명하게 갈려

 스페셜티 커피는 그린그레이딩(green grading)이라 불리는 외면적 평가와 커핑(cupping)이라는 관능적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생두에 결점두(8점 이하/350g)가 거의 없어야 하고, 맛을 봤을 때 좋은 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100점 만점 기준으로 80점 이상을 획득해야 스페셜티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카페에서 판매되는 원두커피는 커머더티(commodity) 생두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산지가 같더라도 여러 농장의 것을 수매해 지역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에 반해 스페셜티 커피는 한 농장에서 수확한 것 중 품질이 좋은 생두를 모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생산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량이 많을 수 없고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스페셜티 커피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의 맛은 어떨까? 우선 산미가 느껴져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꽃내음과 후미(後味)에서 경험하는 약간의 단맛까지 기존의 커피 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질 것이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의 맛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바로 산미라고 일컫는 커피의 신맛 때문이다. 과거 어느 바리스타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커피에서는 신맛이 느껴진다”고 했다가 커피업계 종사자로부터 “그럼 신맛이 안 느껴지는 커피는 좋은 커피가 아니냐”는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커피의 신맛은 스페셜티 커피의 주된 특징인 동시에 독특한 향과 맛으로 이름난 고수만큼이나 우리 입맛에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존재다. 요즘 폐업하는 카페가 속출하고, 문을 연 카페의 상당수도 근근이 연명하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그 대안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떠오르고 있다. 마치 이 커피를 쓰면 오지 않던 고객이 몰릴 것처럼 이야기한다. 문제의 원인은 스페셜티 커피를 쓰지 않아서가 아니다.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그보다 카페의 수가 훨씬 많다는 데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사방에 즐비한 게 카페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가성비 좋은 카페를 찾기 마련이다. 안 되는 카페는 커머더티 원두가 아닌 스페셜티 원두를 써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커피를 파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카페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고 이를 홍보한다. 커피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은 보다 특별한 커피가 없을까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누군가 ‘파나마 라 에스메랄다 게이샤’처럼 이름도 생소한 커피를 마셔봤다고 하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마셔봐야 직성이 풀리고 체면이 서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맛은 개인에 따라 그랑 크뤼급 와인이 테이블 와인보다 못한 것이 있듯, 스페셜티 커피가 커머더티 커피보다 항상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커피 맛은 생두 아닌 로스팅 기술이 결정

 언론과 커피 전문가들이 스페셜티 커피가 커머더티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라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솔직히 맛있다고 느끼지 않는데 이게 맛있는 커피라고 강요받기 때문이다. 훈련을 통해서만 맛있는 커피를 분간할 수 있다는 말은 왠지 궁색해 보인다. 앞에 여러 종류의 커피가 놓여 있을 때 좋은 커피를 찾는 방법은 미각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좋은 커피와 맛있는 커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전자는 커피의 품질을 의미하는 것이고, 후자는 마시는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인 맛의 평가다. 그리고 이것은 경험을 통해서 나아지지도 않는다. 커피도 엄연히 음식이다. 내가 맛이 없으면 없는 것이지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다고 맛있어지지는 않는다. 안 되는 카페를 가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직원이 손님과 매장 관리보다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장사가 안 돼 그렇겠지만 오래된 원두를 사용해서 담배에 전 내와 같은 고약한 맛이 난다. 그라인더 세팅도 잘못되어 있다. 굵기가 맞지 않으니 커피 메뉴의 근본이 되는 에스프레소의 추출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길다. 마지막으로 물의 온도가 너무 높다. 온수기의 온도를 보면 섭씨 95도에 맞춰져 있는 곳도 많다. 물이 너무 뜨거우니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식고 나면 그제야 맛의 속살이 드러나는데, 카페인 허기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더 이상 컵에 손이 가지 않는다. 업계뿐 아니라 언론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인스턴트커피(농업혁명), 프랜차이즈 커피(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물결(정보화혁명)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스페셜티 커피의 범용성과 파급력의 한계를 고려하면 제3의 물결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는 품질과 맛에서 확연히 다른 커피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가 쇠퇴하는 원인이 스페셜티 생두를 안 쓰고 커머더티 생두를 썼기 때문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안 되는 카페처럼 맛이 없는 커피를 팔았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가끔 즐기는 한우 1++ 등급과 같은 별미일 뿐 몰락하는 카페를 구할 제3의 물결이 될 수 없다. 커머더티 생두로도 각각의 특징에 맞게 로스팅을 하고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정확히 추출을 하면 얼마든지 커피는 맛있어진다. 굳이 몇 배 비싼 생두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 맛을 낼 수 있다. 커피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고객 또한 행복해진다. 이름난 맛집을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신선한 양질의 재료를 사용할 뿐 흔히 말하는 특급 재료를 쓰는 것은 아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그 맛을 내기 위한 끊임없는 인고의 세월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맛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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