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종류·생두 이름에 숨겨진 비밀 커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40대 후반의 중년 남성이 메뉴판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에스프레소 마키아토(Espresso Macchiato)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를 내놓으니 이를 받아든 손님의 눈이 커지면서 “이게 뭐냐?”고 물었다. 그렇다. 아마도 손님이 의도한 것은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하얀 생크림 위에 달달한 캐러멜 소스를 보기 좋게 뿌린 캐러멜 마키아토(Caramel Macchiato)였을 것이다. 이는 에스프레소 마키아토와 캐러멜 마키아토를 혼동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이탈리어로 마키아토(Macchiato)는 ‘점(Dot)’ 또는 ‘얼룩진(Stained)’이란 의미다.

 

누가 이런 실수를 하냐며 반문할 이도 있겠지만, 카페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메뉴 때문에 직원과 손님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믿기지 않겠지만, 간혹 아메리카노(Americano)와 에스프레소(Espresso)를 헷갈려 하는 손님도 있다. 그래서 바리스타는 특정 메뉴에 대해서는 항상 주문을 받은 후에 꼭 한 번 자세하게 확인을 해야 직원과 손님 둘 다 불편한 일을 피할 수 있다.

 

© freepik


카페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는 ‘거품 두께’

 

우리가 보통 커피라고 하면 음료와 원두를 모두 포괄한다. 우선 생두와 원두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보편적으로 볶지 않은 커피콩을 생두(Green Bean)라 하고, 볶은 커피콩을 원두(Whole Bean)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커피 이름은 음료 메뉴뿐 아니라 산지별 원두의 종류까지 아우르며, 커피를 맛깔스럽게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커피 메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원두 이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어야 한다.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는 커피 음료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처음 발명한 나라인 이탈리아어로 돼 있다. 에스프레소는 어감이 주는 느낌대로 ‘빠르다’라는 의미다. 보다 정확히 정의하면 ‘곱게 분쇄한 커피 가루를 고온의 물과 강한 압력으로 빠르게 추출한 커피 원액’을 말한다. 에스프레소에 약 70도로 데운 우유를 희석한 것을 카페라테(Café Latte)라고 한다. 여기서 카페는 커피를 말하고, 라테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의미한다. 프랑스에서는 카페오레(Café Au Lait)라는 비슷한 메뉴가 있다. 오레 역시 우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카푸치노(Cappuccino)는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와 풍성한 거품을 올린 것으로, 카페라테와 차이점은 거품의 두께라고 보면 된다. 카페라테의 경우 0.5cm 정도 미만이 적당하고, 카푸치노는 1.5cm 이상 돼야 한다.

 

분명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막상 받아든 커피는 카페라테도 아니고 카푸치노도 아닌 정체불명의 커피인 경우가 간혹 있다. 필자는 이런 종류의 커피를 라푸치노(Lappuccino)라고 부른다. 물론 세상에 이런 메뉴는 없다. 바리스타가 좀 더 신경을 썼거나 평소 실력을 연마했더라면 나올 수 없는 음료인 것이다. 애써 카푸치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나몬(계피)파우더를 뿌리지만, 기대했던 곱고 풍성한 거품이 없는 카푸치노는 팥소 없는 찐빵과 진배없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혹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커피 용어가 몇 개 있다. ‘콘(Con·더하다)’ ‘파냐(Panna·크림)’ ‘도피오(Doppio·더블)’  ‘카페솔로(Café Solo·에스프레소)’ ‘레체(Leche·우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에스프레소 콘 파냐(Espresso Con Panna)는 에스프레소 위에 하얀 크림을 올린 것이다. 여기서 ‘콘’이라는 단어가 재미있는데, 마트나 편의점에 가서 생수를 살 때 ‘콘 가스(Con Gas)’라고 쓰여 있는 것은 탄산수임을  잊지 말자. 십 수년 전에 유럽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콘 가스라고 쓰여 있는 음료가 ‘신 가스(Sin Gas·가스가 없는 생수)’보다 싸기에 덜컥 집어 들었다가 한밤중에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에 가면 카페솔로는 에스프레소를 의미하고,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는 카페라테이므로 사전에 알고 있으면 유용하다.

 

로스터리 카페(Roastery Café)에서는 산지별 생두를 직접 볶은 원두를 판매한다. 평소 취향에 따라 즐겨 마시는 원두가 있는 커피 마니아야 상관없지만, 이제 막 커피에 입문한 초보자의 경우, 생소한 원두 이름에 금세 백기를 들고 만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원두를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커피 생두 이름은 나라·등급·농장 順

 

생두 이름은 대개 나라 이름, 등급(생두 크기, 산지 고도에 따라 구분), 농장이 소재한 지역 이름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Colombia Supremo Huila)는 콜롬비아의 후일라 지방에서 수확한 수프리모급 생두를 말한다. 참고로 수프리모는 엑셀소(Excelso)보다 높은 등급이다. 케냐 AA 세렝게티(Kenya AA Serengeti) 역시 케냐의 세렝게티 지역에서 생산된 AA등급의 생두를 말하며, AA가 AB보다 더 좋은 등급의 생두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지역의 생두 등급은 산지 고도에 따라 결정된다. 과테말라 SHB 후에후에테낭고(Guatemala SHB Huehuetenango)는 과테말라의 후에후에테낭고 지역 가운데 해발고도 1200~1600m에서 재배된 생두를 의미한다. HB(Hard Bean)보다는 GHB(Good Hard Bean)가, GHB보다는 SHB(Strictly Hard Bean)가 더 좋은 등급의 생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 이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캐러멜 마키아토 대신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주문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원두를 사서 즐겨 마시는 사람 역시, 생두의 등급이 크기와 산지의 해발고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정도만 알아도 커피 생활이 한결 풍성해지지 않을까?

 

한 잔의 맛있는 커피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상처받거나 애달픈 삶에 지친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니 결국 메뉴 이름에 맞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바리스타의 역할 또한 참 중요하다 하겠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