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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색보정 작업은 물론, ‘뽀샤시 필터’까지 등장…예뻐 보이기 위한 여배우들의 처절한 몸부림

정신없이 돌아가는 각박한 사회에서 드라마는 일탈이고, 힐링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대화는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해서 드라마 이야기로 끝난다. 사회 걱정, 물가 걱정, 취업 걱정을 하다가도 “그 드라마 봤어?” “그 배우 연기 너무 잘하지 않니?” 등 시시콜콜한 드라마 이야기로 마무리한다는 말이다. 그중 최고는 단연 여배우의 미모에 관한 것이다. 남성 시청자들은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보며 사랑에 빠지곤 하지만, 여성 시청자들은 여배우들의 미모를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여배우에게 미모는 지켜야 할 자산이자 수입과 직결되는 능력이다. 미모를 잃는 순간 인기도, 명예도, 돈도 사라진다. 타고난 미모에 꾸준한 관리가 더해져 탄생한 몸매와 이목구비, 범접할 수 없는 미모의 아우라를 일반인이 따라 하려다간 가랑이 찢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말자. ‘너무 예쁜’ 그녀들도 실상은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 심지어 최근 한 유명 여배우의 드라마 출연 계약서에 ‘후반 작업 필수’ 조항이 추가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숨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셈이다. 
© 일러스트 임성구

방송국 편집실 일부를 아예 DI 기사 자리로 배정하기도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 한 드라마의 여주인공 A양은 작품 속에서 최강 미모를 자랑했다. 극 중 모진 고초를 당해도 얼굴엔 잡티 하나 없었고, 아픈 역할인데도 입술은 앵두처럼 붉은색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A양보다 7살 어린 B양의 피부가 오히려 칙칙했다는 것. A양의 뽀얀 피부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숨겨진 장치는 바로 조명이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쓰이는 조명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전신 샷에 쓰이는 조명과 클로즈업 샷에 쓰이는 조명이 다르다는 말이다. 조명의 각도에 따라 피부 표현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조명이 첫 번째라면 은박지를 연상케 하는 둥글고 큰 반사판은 여배우의 ‘뽀샤시’ 효과에서 빠질 수 없는 두 번째 필수 요소다. 내로라하는 유명 여배우들에게는 전용 반사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담당 PD도 우습게 볼 정도로 의기양양, 기세등등하다는 톱 배우도 조명팀 스태프에게는 커피를 사다 바친다는 유명한 일화가 조명의 힘을 방증한다. 실제로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독보적인 미모를 과시하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면 그녀는 ‘조명 100개가 켜져야’ 촬영에 임한다고 한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흠잡을 곳 없이 매끈한 피부의 비밀이 밝혀진 셈이다. 그나마 광고나 영화 등 후반 작업에 투자할 시간이 많은 경우는 쉬운 편이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닌 보통 드라마는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제작되는데, 촬영만 하기에도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후반 작업은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반사판과 조명으로도 여배우가 예뻐 보이지 않을 땐 최종 편집 단계에서 ‘색보정(DI)’ 작업을 통해 ‘뽀샤시’ 효과를 내곤 한다. 살을 깎는다거나 눈 크기를 키우는 등의 정교함이 필요한 작업이 아닌 경우에는 DI 작업으로 어느 정도 보정된다. 모 여배우의 맑고 투명한 피부 톤을 위해 방송국 편집실 일부를 DI 담당 편집기사 자리로 배정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해당 여배우가 DI 편집기사를 직접 찾아 온갖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는 일화도 방송국 편집실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로 통한다. 그만큼 드라마 제작에는, 특히 여배우의 미모에는 DI가 중요하다.  

“출연료 깎을 테니 그 돈으로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 달라”

 DI로도 미모가 빛을 발하지 않는다면, 최후의 보루가 있다. ‘종합 편집’, 즉 자막 등 화면에 효과를 주는 최종 편집 단계에서 ‘뽀샤시 필터’를 씌우는 방법이다. 휴대폰 카메라 앱 중에 포토샵 효과를 주는 필터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드라마를 보다가 여배우 얼굴이 괜히 흐릿하게 보인다거나 갑자기 뿌옇게 보였을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눈이 이상한 게 아니다. 앞으로는 “종합 편집 단계에서 필터가 씌워졌구나”라고 말하며 지식을 과시해도 좋다. 동안(童顔) 여배우로 꼽히는 B양은 영화에 캐스팅되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후반 작업을 통해 모공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로 만들어 달라는 것. 지저분한 피부를 감춰야 할 이유는 분명했다. 현재 그녀가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갑질’ 아닌 갑질 때문에 영화 제작비의 3분의 1가량이 후반 작업 비용으로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사실 피부 톤 보정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뚱뚱한 몸을 날씬하게 작업하는 건 노동 중에서도 중노동급에 해당한다. 다리 길이는 물론 얼굴 크기, 허리 사이즈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축소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평소 통통한 몸매가 콤플렉스였던 롱다리 여배우 C양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늘 “날씬하게 (후반) 작업해 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한다. C양은 너무 ‘가열찬’ 후반 작업 때문에 그녀의 실물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쏟아지자 다이어트에 돌입, 지금은 포토샵의 도움 없이도 완벽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여배우 D양은 “출연료를 깎을 테니 그 돈으로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자기 몸값에서 1000만원가량을 깎았다고 한다. 충격적인 건 함께 출연하는 서브 여주인공은 절대 작업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풀 샷에서는 두 사람 모두 예쁜데, 클로즈업에서는 미모가 확연히 차이 나는 이유다. 그런데 오로지 자기만 예뻐 보이고 싶었던 욕심은 화를 불렀다. 급하게 작업한 결과, D양의 눈썹이 사정없이 뭉개졌고, 결과적으로 조롱거리가 됐다. 이렇듯 ‘열일하는’ 여배우의 미모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물론 모든 여배우가 후반 작업의 힘을 빌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절실함을 탓할 수만도 없다. 하지만 감추고 싶은 비밀인 것만은 분명하다. 평소보다 유난히 예뻐 보이는 A양, 뽀샤시한 그녀의 미모의 비결은 타고난 미모 덕분일까, 포토샵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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