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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은 술기운으로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해 먹는 국이다. 해장은 사실 숙취로 혼미해진 정신을 풀어준다는 ‘해정(解酊)’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해정 또한 숙취를 푼다는 의미가 있다. 해장국이란 이름이 본격 사용된 시기는 8.15 해방 이후부터다. 당시 인천을 출입했던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먹고 남은 쇠고기의 내장이나 뼈 등을 이용해 국을 끓이면서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음식이 해장국이 될 수 있을까. 기본은 맛이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메스꺼운데, 음식을 섭취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해장국은 맛있어야 한다. 해장국은 또 알코올로 부어 있는 위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자극적이지 않아야 한다. 배불리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방이 많아서도 안 된다. 여기에 음주로 손실된 영양분을 보충하고 간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따라서 해장국은 건지가 많아서 굳이 밥을 말지 않아도 되며, 몸 속에 남은 알코올을 잘 분해하고 소화도 잘 돼야 한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 있는 영양식이라는 얘기다. 
영화 《열혈남아》의 한장면

숙취로 혼미해진 정신 풀어준다는 ‘해정(解酊)’서 유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장국으로는 콩나물해장국과 뼈다귀해장국, 북엇국, 양평해장국, 선지해장국 등이 있다. 콩나물해장국은 전라도 지방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콩나물국밥으로도 불린다. 동의보감 기록에 의하면 콩나물은 독성이 없고, 맛이 달며 오장과 위장에 맺힘을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단백질과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한데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알코올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콩나물을 주재료로 만든 콩나물국밥은 숙취해소를 돕는 술국으로 즐겨먹기도 한다. 멸치국에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힐 정도로 뚝배기에 국을 끓여 밥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후 쫑쫑 썰어 놓은 대파와 풋고추, 구워서 부셔 놓은 김, 결대로 찢은 장조림 등을 얹고 달걀을 얹어서 끓인다. 신김치를 쫑쫑 썰어 얹기도 한다.  북엇국은 황태와 북어, 말린 명태로 만든 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 큰 명태를 60일 정도 말린 것을 ‘북어’라고 한다. 북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산뜻하며 간에 좋은 메티오닌 같은 성분이 많아 알코올로 혹사당한 간의 숙취를 확실하게 풀어준다. 북엇국이 해장국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1960~1970년대에는 주로 마른 북어를 참기름에 볶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먹는 북어장국에 움파를 넣어 먹었다고 한다. 한잔 술에 쓰러져 잠든 아버지와 속을 풀어주기 위해 북어를 두드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과거의 한 장면이다.  뼈다귀해장국은 돼지등뼈와 우거지 등을 넣어 끓인 해장국이다. 건더기가 풍부하고 우거지가 들어가 끓일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사실 뼈다귀해장국은 숙취를 위한 국이라기 보단 한 끼 식사에 더 가까웠다. 다만, 뼈다귀해장국의 경우 대부분 비타민 D가 풍부한 우거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장의 기능을 할 수 있어 해장국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양평해장국은 경기도 양평군 신내마을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50여년 전 북한강에서 뗏목을 타고 다니며 다리공사 일꾼들에게 국밥을 팔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양평 소시장에서 소의 내장과 뼈 등을 사서 고아 국밥을 만들었는데, 그 맛이 달고 맛있어 양평이 해장국으로 유명해지게 됐다고 전해진다. 최근 관심을 끄는 브랜드는 양평서울해장국 큰아들집이다.  양평에서 제일가는 해장국으로 1975년부터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지도를 쌓아온 노하우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브랜드다. 양평서울해장국 큰아들집의 특징은 경쟁력 있는 식사와 저렴한 창업비용, 물류지원서비스다. 비싸다고 알려진 국내산 소의 내장을 풍족하게 제공해 가성비 최고의 음식을 제공한다. 아울러 안전한 농장직영의 식자재 제공, 10년간 500여개의 직영점과 가맹점 경영의 노하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운영시스템 등도 돋보인다.  
ⓒ 김성희 제공

양평 신내마을서 유래된 양평해장국도 인기

 선지해장국은 돼지 사골을 고은 육수에 선지를 넣고, 시래기와 각종 양념을 넣어 푹 끓여 먹던 음식이다. 동물성 식품을 접하기 어렵던 옛날에 소나 돼지의 피는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양 공급원이었다. 소나 돼지의 피는 단백질과 철분의 햠유량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해 선지해장국은 시래기와 콩나물을 함께 넣어 몸에 기운을 보하는 음식으로 평가받았다. 콩나물 속의 아스파라긴산이 알코올 분해를 돕고, 시래기에는 섬유질이 풍부해 완전식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시골 장터에서 요기를 하거나 선지를 사서 가정에서 가족들의 보양식으로 많이 해먹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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