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게 최선입니까
이 정도면 국민적 조롱거리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부터 ‘길라임’이라는 가명까지 모든 키워드가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며 국민들의 따가운 조롱과 질타를 받고 있다. 심지어 단독 영수회담을 요청한 추미애 의원까지 ‘비선실세, 추순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일요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예능 프로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게이트’라는 키워드가 전면에 등장하며 대통령의 무능을 희화화시키고 있다. 거의 동네북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2선 후퇴 또는 하야를 받아들이지 않는 걸 보니 가히 김종필 전 총리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그대로 고집이 세긴 무척 센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만하다. 심지어 최근 심리학계 및 경영학계에서도 그녀의 국정 통치는 학술적으로도 풀기 힘든 난제(?)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높은 권좌에 오를수록 자신의 역량에 대해 과신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상당수 기업의 인수합병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경영자의 우월감이나 경영자의 자부심’이 과도한 인수금액을 불러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분야 최고의 리더들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병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엔론의 전 CEO인 제프리 스킬링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 ‘나는 매우 똑똑하다(I’m fucking smart)’라고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다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 연구와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학문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리더십과 관련된 상당수 연구에서 가장 강조하는 최근 키워드는 바로 ‘권한위임(Delegation & Empowerment)’이다. 고위직에 오를수록 자신의 역량에 대해 지나친 과신에 빠지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제일 잘 안다’가 아닌 ‘내가 제일 모른다’ 행보를 보여 왔고 아주 사소한 일 하나 하나도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전문성도 없는 수많은 인물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특정인에게 의존했다. 기업 및 국가적으로 모든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런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100% 권한위임’은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영역을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지위에 오를수록 의사결정에 대한 자신감은 없어진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면 꽤나 복잡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연구 과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녀가 그토록 강조한 창조경제 성과로 인정해줄 만하다.
결과적으로 필자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말 이러려고 대통령을 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높이 인정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순수한 애국심을 강조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순수하게 애국심을 기반으로 봉사활동만 했다면 지금쯤 ‘영애 박근혜’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을지 모른다. 자신의 역량도 모르고 대통령직을 수행했기에 그녀는 지금 불행이라는 터널로 가속도를 밟으며 달려가고 있다. 친박으로 인정받으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도 대통령을 멀리하고,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노골적인 아부를 부르짖으며 대통령을 ‘누나’라고 언급한 모 국회의원은 아예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고 있다.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고 토요일마다 상당수 국민이 광장에 모여 퇴진을 요청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 앉아서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언제나 모든 사항을 외부의 탓으로 돌렸다는 언론 소식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최근 JTBC에서 보도된 세월호 참사 두 달 이후 만들어진 청와대 내부 문서에서조차 국정 혼란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건설적인 시민단체를 ‘비판세력’이라고 몰아세우기 바쁘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언론들을 전방위적으로 통제하며 재갈을 물리려고 한 상황은 1980년대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시대를 연상케 한다. TV조선을 통해 보도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사저널을 향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며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언론사를 향해 열성과 근성을 발휘하라는 그녀의 지시가 무엇인지 참으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2014년 초 국내 언론 중 최초로 시사저널이 정윤회를 언급했고 이 정부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파헤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윤회가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하고 있고 정윤회의 딸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 노골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시사저널 기사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은 고소고발의 연속이었다. 결국 시사저널 기자들은 단체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정 언론사 그것도 단일 언론사 기자들이 언론사의 이름을 걸고 대통령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한 것도 국내 언론 역사상 최초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가는 길마다, 그리고 하는 짓마다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창조경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잠을 충분히 자면서 언론에 대한 봉쇄와 탄압만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행동은 과거 1970년대 무차별한 긴급조치를 남발한 무소불위 통치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정부 역할은 외부 환경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잠재우고 국민들을 향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하는 행동마다, 발표하는 주요 내용마다 불확실성만 증폭시키고 있다.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국가의 큰 줄기를 잇는 지도자를 의미한다. 일본식 조어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그 어떤 국가도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국가 지도자를 부르지 않기에 예전부터 이 단어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많았다. 어찌되었든 국가의 큰 줄기를 계승하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역량에서도,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공적 의식 수준에 있어서도 자격 상실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2013년 윤창중 파문, 2014년 세월호 사고,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유례가 없는 지진 사태 및 유례가 없는 막장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한 번도 책임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 적이 없다. 세월호 7시간 논란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그녀가 오직 청와대에서 보여준 건 배신에 대한 응징과 언론에 대한 레이저 눈빛 발사뿐이었다.
그토록 그녀가 걱정하던 벤처 창업과 한류 열풍은 결국 치명상을 입었다. 북핵 리스크를 우려하던 외국투자자들도 현재 대한민국 내부에서 발생한 대통령의 불확실성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 국민행복이라는 국가 성장과 방향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적 키워드는 주인(?)을 잘못 만나 수렁으로 빠진 상황이다. 지난 토요일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광화문에 집결해 새벽까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잠이 보약’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정이다. 국민들이 비폭력 시위를 통해 건전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성숙한 정치를 요청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다. 역량은 없으면서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4년간 값비싼 수업료를 내며 경험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린 피터 드러커는 공정한 인사를 위해 애쓰지 않는 지도자는 결과적으로 약삭빠른 사람들의 출세와 승진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업적에 대한 손상과 함께 조직에 대한 존경심까지 훼손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길라임을 꿈꾸며 불확실성만 창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행보도 보이지 못했다. 그녀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은 명확한 퇴진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초라한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국민의 명령에 대한 그녀의 도리이다. 그토록 국민행복을 강조했으니 이제 국민행복을 위해서 하루빨리 퇴진하길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