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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과 국방부의 진실게임 논쟁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예능에 나온 방송인 또는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유머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예능에서 팩트를 따지지 않는 이유이다. 시사프로 또는 뉴스에서 균형과 팩트를 강조한다면, 예능에서는 삶에 지친 대중을 위해 웃음과 과장을 강조한다. 예능에서 일부 방송인들이 약간의 허세를 보여도 시청자들이 관대하게 이를 웃고 넘어가는 건 예능과 시사를 바라보는 목적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사의 기준으로 예능을 바라보거나 예능의 기준으로 뉴스의 가치를 평가 또는 폄하하는 건 곤란하다. 물론 예능에서도 상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경우 중징계를 당하기도 한다. 과거 tvN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한부모 가정 아동을 조롱하고 비하한 개그맨 장동민이나 TV조선 프로그램 ‘강적들’에서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 같은 느낌이 있다’고 발언한 개그맨 이윤석은 모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당 방송에서 하차해야 했다. 대중이 이를 듣고 분노한 건 팩트의 유무가 아니라 특정 계층 또는 특정 상대의 가치 및 품위를 지나치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방송인 김제동이 발언한 ‘사령관의 사모님을 아주머니로 불러서 영창 갔다’는 것이 과연 사령관 사모님의 가치나 품위를 훼손했는지는 대중이 판단할 일이다. 대중은 지난해 그의 발언을 유쾌하게 웃고 넘어갔다. 대중은 ‘사모님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는 남자들의 일상’에 초점을 두고 해당 에피소드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아무 문제가 없었던 발언을 군의 신뢰 회복, 군의 이미지 하락 등을 우려해서 문제를 제기한 백승주 의원이나 심각하게 이에 대처한 국방부의 자세는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불쾌함을 표시한 군인이나 군부대 가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중은 방송인들의 과장된 스토리를 적당히 웃어넘기는 상식과 여유를 갖고 있는데 오히려 국방부 차관 출신 국회의원과 국방부가 너무 심각하게 이를 받아들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제동은 이에 대해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341만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 속 대사처럼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굳이 철 지난 발언을 문제 삼아 공론화한 의도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방송인 김제동은 이미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특정 이념 또는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인물로 국민의 절반에게 각인돼 있다. 이는 김제동이 평소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막힘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와 함께한 인물들이 특정 정당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이후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서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가 지금까지 한 발언과 스토리를 날카로운 잣대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김제동의 발언은 현재 특정 세력 또는 일부 언론에 의해 예능에서 완전히 시사의 영역으로 탈바꿈 됐다. 1년 전 그의 발언이 국정감사 증인 여부로까지 거론되자 거대 언론에서는 기명 칼럼을 통해 그가 발언한 내용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김제동의 수많은 발언이 얼마나 많은 대중을 현혹시켰는지 일부 평론가들은 하루 종일 종편에서 시청자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 소재를 작정하고 문제 삼아 ‘김제동의 국방부 죽이기’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도 ‘김제동 VS 국방부’, ‘거짓 선동 VS 진상 규명’으로 프레임이 설정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 사드 배치에 대한 국가 안보 이슈가 산적한데 방송인의 예능을 시사의 관점에서 팩트 유무를 체크하며 검찰처럼 파고드는 건 성숙한 정치의 자세가 아니다.진실 게임 논쟁, 정치 ‘블랙 코미디’ 전락
이른바 일부 정치인이 김제동의 발언을 문제 삼는 이유는 방송에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허위 발언을 바탕으로 대중을 현혹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김제동의 발언을 듣고 심각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송인의 몇 마디에 군중심리가 작동되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크게 확장시켜 사드 배치, 방산 비리 등 국감 이슈를 물타기 하려고 기획했다면 이 역시도 현명한 전략은 아니다. 대중은 결코 김제동의 발언에 흔들리지도 않고 이런 사안으로 국감 이슈가 덮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정치인들만 1980년대 구시대적 프로파간다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는 느낌이다. 물론 방송인 김제동의 태도는 매우 아쉬웠다. 웃자고 이야기한 사안에 상대가 죽자고 덤볐더라도 이 사안이 웃고 넘어갈 사안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면 그 역시 스토리에 있어 다소 과장이 들어간 점을 정중히 사과하고 해당 사안이 지나친 논쟁이나 이슈로 확대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증인이 되어 폭로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반응은 마치 특정 정당 또는 언론과 전면전을 벌일 기세로 대중에게 비춰졌다. 유쾌한 이미지를 갖춘 그이기에 이번 사안에 관해서는 대중을 향해 정중히 사과하고 발언의 취지가 잘못 왜곡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면 좋지 않았을까. 웃자고 이야기한 내용에 상대가 죽자고 덤벼드니 똑같이 죽자고 대항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은 사실 더 불편할 뿐이다. 이미 해외는 유명 톱스타들 그리고 언론사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에게 가혹한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영화 《대부2》․《미드나이트런》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음담패설로 도마 위에 오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은 색안경을 끼고 로버트 드니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이 웃고 넘어간 이야기를 죽자고 달려들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인과 국방부의 태도는 블랙 코미디와도 같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오버와 허세는 정치인과 국방부 역시 못지않았다.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쁜 이 시점에 철 지난 방송인의 발언을 군에 대한 명예 회복으로 확대시킨 국방부와 정치인들의 항의는 결국 정치를 《개그콘서트》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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