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이번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세월호 단체에서도 시국선언 등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부터 지금까지 유례없는 국정 농단이 자행됐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11월1일 광화문 분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고, 11월16일에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히고 구속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보나.
특검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7시간에 대한 수사도 같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가졌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부분은 명시가 안 됐다. 나중에 수사 과정 중에 인지된 사실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로 7시간 수사가 가능하다고 얘기하더라. 야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특검을 맡도록 했기 때문에 기존보다는 진일보한 수사가 될 수 있는 특검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사 과제로 ‘7시간 수사’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었다. 세월호 문제만 다룬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검안에 전면 반대할 수는 없지만, 참사 당일 ‘사라진 7시간’은 국정 농단에까지 이른 현 정부에서 밝혀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형식적으로는 보완됐지만 내용적으로는 불안한 특검이라고 생각한다.수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당장 드러나고 있다. 두 번의 대국민담화 발표를 하면서 사과한다고 했지만 며칠 되지도 않아 조사받는 것도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마치 본인(박 대통령) 일이 아닌 것처럼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다음 달인) 2014년 5월 담화 때도 눈물을 흘려가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고, 해경 해체 얘기까지 했다. 담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뜬금없었지만 일말의 기대를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의 모습을 봤다. 지금 그 모습을 또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특검안이 통과됐다 해도 저항이 대단할 것이다. 야당의 의도대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야당은 ‘사라진 7시간’과 관련된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세월호 특조위 특검은 여야 합의문까지 작성하고 사인까지 했지만 국회에서 철저히 거부당했다. 이 마당에 (이번 특검의) 구조상 인지 수사 가능성을 믿을 수는 없지 않겠나.특검에서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상황에서 7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뭘 했느냐’에 맞춘다. 주사, 성형수술, 굿까지 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뭐가 됐든지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그 시간에 구조를 제대로 하기 위한 어떤 지시와 시도를 적시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국정과 관계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집무를 봤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것과 관계있는 증거라든가 서면보고 기록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정과 관련된 업무를 봤다고 해도 문제다. 정상적으로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면 왜 아무도 탈출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구조하지 않았냐고 물어야 한다. 딴짓하다 못했으면 변명이라도 하겠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정작 해야 할 것을 안 했다면 일을 한 것이 아니다.특검에서 세월호 문제가 다뤄지도록 가족협의회가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일종의 보완책으로 특검보 중에 한 명을 가족협의회 쪽에서 추천을 해 배치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식적 제안을 갖거나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생각을 전달했으니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특조위에서도 ‘사라진 7시간’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나.
청와대 대응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회의를 할 때였다. 이미 해양수산부의 문건 중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 과제로 채택할 경우에 사퇴하라는 내용의 시나리오까지 있었던 것이 발각됐다. 특조위에 있던 여당 의원들은 그대로 움직였다. 회의를 방청하러 들어가 있었는데 여당 추천 위원들이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는 얘기를 자꾸 하더라. 우리는 청와대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컨트롤타워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 짚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여당 조사위원들은 “왜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려고 하느냐” “대통령을 공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공식적 자리에서 들고일어났다. 그걸 보고 밝혀서는 안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7시간과 관련된 논의가 나오면 멈췄다.제2특조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진상조사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 대전제다. ‘국민진상조사단’이 필요하다. 독립적인 국가조사기구를 통한 진상조사여야만 사회적 합의나 인정을 이끌어낼 수 있고,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 될 수 있다. 이번 주에 시민단체, 민변, 종교계 인사 등에게 제안서를 보내 11월26일 준비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칭은 위원회지만 실질적인 연구조사기구여야 한다. 연구자로서, 조사관으로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할 것이고 지원 체계는 별도로 고민할 것이다. 야당의 세월호 참사를 담당하는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언론의 도움도 받고 싶다.조사 권한이 가장 관건이 될 것 같다.
야당은 우리에게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특별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는 특조위라고 했다. 그러나 그 강력한 권한이 있던 특조위 활동도 강제 종료로 끝났다. 누구 하나 방해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방해가 가능했다. 이번 특검 합의안도 인지된 사실 수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겠나. 법에 강력하게 집어넣어도 못했는데.'세월호 세대’도 등장했다. 학생들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여해 정권 규탄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작용을 했다. 며칠 전 안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무인도에 가면 가져가야 할 것에 대해 목록을 쓰는 수업을 했다. 한 아이가 ‘구명조끼’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세월호 언니, 오빠들이 바다에 빠졌으니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은 ‘최순실과 박근혜를 데려가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최순실하고 박근혜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요”라고 했다는 거다. 이게 초등학교 4학년이다. 세월호가 어린아이들에게도 각인돼 있는 것이고, 그것이 그냥 해상교통사고가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일어났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은 어떻겠나. 우리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월호를 자기 세대로 여기는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결국 정부가 세월호 인양이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바꾸겠다는 인양 방식이 애초에 우리가 요구했던 방식이다. (이전 방식이)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업체의 방식이라 했고, 문제를 지적할 때도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믿으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해수부다. 7~8월에 인양된다고 자신을 보이다가 결국 이렇게 방식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인양의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인양 과정에 방해된다고 선체 외부 것들을 절단하고,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 대상물도 상당부분 제거해 버렸다. 가족을 찾아야 하기에 정부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미수습자 가족들도 이제는 대통령 퇴진을 얘기하고 있다. 국민진상조사단을 통해 침몰 원인 외에 인양 과정의 문제점, 인양 후 과정도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