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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주선 한국·사우디아라비아산업통상협회 초대회장 
“설계·엔지니어링·금융 연계한 새로운 수주 시스템 구축해야”

“사우디는 왕정국가다. 소통 구조가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전략 역시 다른 나라와 달라야 한다.”

박주선 한국·사우디아라비아산업통상협회(KOSAA·이하 한사협) 초대회장이 3월2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중점협력 국가로 지정했다”면서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은 사우디뿐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60조원 규모의 네옴 건설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재계 총수들이 경쟁적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주요 그룹을 제외한 중소·중견그룹의 경우 소통 창구가 현재 마련돼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월15일 한사협이 출범한 이유다. 그는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 진출하는 데 민간 가교 역할을 한사협이 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사협 창립총회 후 사우디 정부 측에도 한사협의 설립 취지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네옴 상설전시장 설치도 현재 사우디 측에 제안한 상태다. 박 회장은 “사우디 측이 동의하게 되면 네옴 상설전시관은 사우디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홍보하는 홍보관으로도 활용될 것”이라면서 “6월초에 국내 기업과 유관기관 등 협회 방문단이 구성돼 사우디를 방문해 각종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박주선 한국·사우디아라비아산업통상협회 초대회장 ⓒ시사저널 이종현

3월5일 KOSAA 창립총회가 열렸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중점협력 국가로 지정했다. 2022년 11월에는 한국을 방문했고, 이듬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순방하면서 양국의 우호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정부 정책을 보조하고 우리 기업의 사우디 진출을 돕는 게 한사협의 역할이다.”

창립총회에 4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임종인 대통령 특보, 조용병 전국은행협회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등 정·관·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협회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축하 메시지와 화환을 보내주셨고, 네옴 프로젝트의 최고책임자인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CEO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사우디는 한국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접촉해서는 서로 소통하기 쉽지 않다. 사우디가 왕정국가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그룹은 사우디와의 소통창구가 마련돼 있다. 재계 총수들 역시 최근 사우디를 방문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접촉할 수 있는 루트가 좁은 게 사실이다. 이들 기업과 사우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 한사협의 주요 업무가 될 것이다. 향후 사우디에 지부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기관장이나 관료 출신을 영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네옴 상설전시관을 한국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한국과 사우디 간 우호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협회가 제안한 통합지원센터는 한국 기업에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 정보와 사우디가 필요로 하는 각종 한국 기업의 정보, 투자정보를 양국의 유관기관이 참여해 제공하는 곳이다. 설립총회 다음 날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벤처캐피털협회장에게 제안하고,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금융협회 등과 협의해 첨단기술 활성화를 위한 성장 펀드 조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일차적으로 30억 달러를 조성하기로 사우디 측과 협의 중이다. 하반기에 펀드 조성을 위한 GP(자산운용사) 구성을 마치면, 2025년 초에는 펀드가 조성되리라 기대한다.”

사우디와의 교역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주계약과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으며 원자력발전소·태양광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강화는 양국에 많은 이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부분은 국내 기업의 수주 방식이다. 초고층 빌딩과 플랜트, 원자력발전소, 담수화 설비 등 한국 건설업체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업체는 재원 조달과 기획이 끝난 상황에서 재하청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설계부터 시작해 엔지니어링, 설계, 금융, 건설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하고 원청을 수주해야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우리 건설업체의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선투자를 동반한 선제적 프로젝트 수주를 하도록 정부나 금융기관이 나서야 한다. 한사협 역시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건설사 등과 연계해 사우디 도시 개발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수주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앞장설 계획이다.”

한국과 사우디가 투자 협력의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사우디는 탈석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네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을 앞세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한국은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사우디 자본은 한국의 기술 투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양자암호와 6G 통신, 통신암호 등 통신과 시큐리티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요컨대 세계 최고의 첨단 신도시인 네옴이 완성되면 건축물과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통합관제 시스템과 보안이 필요하다. 가장 뛰어난 시큐리티 기술력을 보유하면서도 성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향후 계획은 뭔가.

“6월초에 유관 기관과 기업 등으로 구성되는 협회 방문단이 사우디를 방문해 네옴 상설전시장과 통합지원센터, 사우디 진출 기업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사우디 측과 일정 및 사안을 조율 중이다. 사우디 측의 답변이 오는 대로 사우디 투자부와 산업부, 기술부 등을 방문하고, 분야별 업무 협조를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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