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회견보단 대담 형식”…한동훈 “더 말하지 않겠다”
비윤계는 “김 여사, 사저 가는 방식 등 더 센 조치 택해야”
‘윤석열-한동훈 대충돌’의 근본 원인은 ‘김건희 리스크’다. 쪼개서 보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2월 국회 때 재표결될 가능성이 큰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관건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대응 방향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사과 등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명품가방 논란이 불거진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다. 1월23일 ‘서천 회동’ 이후 한 위원장이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지만,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확전을 피하겠다는 것이지 생각을 바꾼 게 아니라는 뜻이다.
여론 지형도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1월21일부터 이틀간 YTN의 의뢰를 받아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 필요성을 물은 결과, ‘필요하다고 본다’는 응답이 69%로 집계됐다.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보수층에서 56%, 중도층에서 77%, 진보층에서 85%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에 윤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말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등 지상파 방송과의 대담 형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신년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국민 여론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의도적인 ‘함정 몰카’ 공작이고, 이런 공작에는 정부의 국정 운영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입장 표명으로 윤 대통령이 이른바 ‘디올백 리스크’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해명’보다는 ‘사과’라는 더 진전된 태도와 메시지가 있어야만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특히 중도층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요구가 많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한 위원장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가 서초동) 사저로 가는 것,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는 정도를 하고 나오면 이 국면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尹-韓 충돌’ 특집 연관기사
“왜요, 대통령께서 저를 물러나라고 하십니까?”…한동훈의 선제 공세
尹 ‘디올백 리스크’ 탈출구 열까…‘입장 표명’ 검토
尹-韓 충돌 격화시킨 ‘김건희 명품백’ 사건은 어떻게 불거졌나
뒤숭숭한 국민의힘 “3연속 당대표 사퇴 압력에 당내 피로감 커져”
한동훈·이재명·이준석의 ‘총선 삼국지’ 결말은? [최병천의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