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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라이즈-S2엔터 키오프-YG 베이비몬스터 출격 대기
“K팝 성장 이끌 동력은 2024년에도 충분” 전망

K팝에 2023년은 또 하나의 ‘역대급’ 한 해였다. 시장은 넓어졌고, 신인들은 성장했으며, 가시적인 모든 수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그룹으로서는 공식적으로 휴지기를 가졌음에도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며 군(軍)백기 속 BTS 현상을 이어나갔다(게다가 이들은 이르면 내년에 완전체로 컴백할 예정이다). 걸그룹이라는 검색어의 대표 썸네일과 같은 블랙핑크는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7년 차에도 꺾이지 않는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다.

2023년의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루키 센세이션’ 뉴진스를 비롯해 에스파, 아이브 등 4세대 걸그룹이 매니악함이 약점이던 K팝을 다시 대중의 품으로 돌려줬다.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보이그룹들은 글로벌 팬덤이 주도한 압도적 음반 판매로 K팝 산업의 글로벌한 성장과 확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K팝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셈이다. 2024년의 K팝에는 여전히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동력들이 잠재돼 있으며, 그 양상은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산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2023년 11월15일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뉴진스 ⓒ연합뉴스
2023년 11월15일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뉴진스 ⓒ연합뉴스

뉴진스의 무패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열풍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감히 2023년 대중문화계 MVP이자 이제는 K팝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그룹 뉴진스는 여전히 2024년에도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어도어(ADOR)의 수장 민희진 프로듀서의 파격적인 비전에 더한 멤버들의 빈틈없는 음악적 재능과 신선한 매력은 걸그룹으로서뿐만 아니라 K팝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만들어내고 있는 원동력이다. 데뷔한 지 1년 반도 채 안 된 이 신인 그룹은 국내외 주요 음원차트와 시상식을 휩쓸었고, 애플·나이키·코카콜라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독점했으며, K팝에 관심이 없던 음악팬들을 사로잡는 데도 성공했다.

뉴진스의 등장 이후 K팝은 비슷비슷한 사운드와 방법론을 버리고 새로운 트렌드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콘셉트와 세계관 위주의 접근 방식에서 신선하지만 세련된 글로벌 감각의 사운드와 창법으로 유행이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K팝은 더 보편적인 글로벌 장르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 흐름은 보이밴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성과가 아직 정규 앨범과 월드투어를 선보이기도 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진스는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평단과 대중의 예측을 늘 비껴나갔던 이들의 파격적 행보는 아마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여름을 전후로 아마 대중은 작년의 데자뷔처럼 뉴진스 열풍을 다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같은 ‘기대감’은 그 자체로 K팝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룹 라이즈(RIIZE)가 2023년 9월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첫 싱글앨범 ‘겟 어 기타’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 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4세대와 차별화 나선 5세대 아이돌의 가능성

지난해 5세대로 불리는 아이돌이 속속 등장해 주목을 받았고, 2024년에는 이들의 본격적인 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이그룹에서는 뉴진스 이후에 만들어진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과 내추럴한 매력을 강조하는 이미지 연출이라는 트렌드가 조금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난해한 콘셉트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웠던 4세대와의 차별화라는 의도에서도 그렇고, 틴에이저 중심으로 구성된 어린 그룹들의 ‘청춘 서사’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SM의 새로운 보이그룹 라이즈(RIIZE)가 지난해 《Get a Guitar》를 통해 보여준 청량한 소년미를 참고하면 된다.

물론 이 같은 이미지가 고정적일 것으로 보기는 당연히 어렵다. ‘성장’에 따른 변신이 필수적인 아이돌에게 커리어 내내 일관된 콘셉트 유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 아이돌의 경우 S2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인 키스 오브 라이프(키오프)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키오프의 경우 ‘걸 크러시’(girl crush)와 ‘걸리 걸’(girly girl)로 나뉜 콘셉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채 강하면서도 섬세한, 동시에 현대적인 여성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뉴진스와 마찬가지로 아직 정규 앨범과 투어를 경험하지 못한 신예로서 큰 이변이 없는 한 2024년 K팝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할 비대형 기획사 출신 그룹이 될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기대주이면서 여전히 베일에 싸인 그룹이 또 하나 있다. 바로 YG의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다. 굉장히 오래 공들여 그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켰으나 아직 공개된 것이라고는 한 달여 전에 발표된 《Batter Up》이라는 싱글 하나뿐이다. 티저를 통해 엿보였던 멤버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곡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있지만, 순수 재능과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그룹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글로벌 K팝 그룹은 K팝을 이길 수 있을까

‘글로벌 K팝’이라는 말은 어느덧 두 가지 다른 의미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방탄소년단이나 뉴진스처럼 세계화에 성공해 해외로 나간 K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의미의 글로벌 K팝 시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시장 맞춤형 그룹, 그러니까 글로벌(혹은 글로컬) 현지화 그룹의 등장이다. 그리고 그 타깃 시장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도전이다.

이미 JYP는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협업한 ‘A2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차(VCHA)라는 그룹을 결성했고, 1월26일 미국에서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한국 기획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재능이 모여 결성된 최초의 미국 현지용 그룹이 되는 셈이다. 유사하지만 조금 더 큰 규모의 그룹이 하이브와 미국 유니버설 레코드의 협업을 통해 캣츠아이(KATSEYE)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두 팀 모두 한국계 멤버를 한 명씩 보유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K팝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멤버 대다수가 미국계로 구성된 데다 인종 및 민족적 구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한국이 만든 두 개의 다른 ‘글로벌’ K팝, 2024년은 K팝이 세계로 나간 이후 그 경계가 가장 넓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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