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서 사법부‧언론 신뢰 무너져…尹이 朴 구속? 사실 아냐”
“‘친박들’, 朴 어려울 때 외면 아쉬워…지원유세 절대 없을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후 수사 과정을 거치며 우리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인 사법부와 언론이 무너졌다”며 “당시 탄핵 결정이 충분한 정당했는지 여부는 곧 역사적으로 재평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 변호사는 1월2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 신년 특집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당시 탄핵과 관련한 수많은 억측과 마타도어가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전혀 경위를 모른 채 무방비로 당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당시 ‘친(親)박근혜계’ 인사들을 겨냥해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분들이 정작 아무 말 않고 외면하는 데 대통령도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 정치에서 친박은 없다.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구원(舊怨)에 대해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는 주장은 사실과 좀 다르다”며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앙금의 감정을 표현한 바 없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황을 먼저 묻고 싶다.
“건강이 100% 돌아오진 않았지만 일상생활 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제 주변 산책도 자주 하실 거고 전통시장이나 단골식당을 다니며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남도 늘릴 것 같다. 다만 사전에 공지를 하고 누구와 만남을 갖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터뷰 직전(2일 오전) 피습을 당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커터칼 피습’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데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나.
“박근혜 당시 대표께서 제가 출마해 있던 경기 군포 지원 유세를 하고 신촌으로 넘어가신 후 피습을 당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세 마치고 일행들과 식사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다가 속보로 접하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도착했을 땐 수술 진행 중이었고, 이후 붕대 감은 부은 얼굴로 병실로 옮겨진 후에야 뵈었다.”
당시 박근혜 대표의 “대전은요?” 발언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또 기억에 남는 말 없었나.
“‘오버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정확히 들었다. 아무래도 참모들이 더 놀란 만큼 과잉으로 반응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테다. 특히 선거 중이었던 만큼 침착함을 유지해 달라는 당부로 해석됐다.”
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지금 회고록 작성을 결심한 배경이 있을까.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 수많은 억측과 마타도어가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변명하기 위해 쓰는 건 분명히 아니다. 비록 탄핵은 당했지만 대통령 재임 중 했던 일 가운데 잘한 점, 아쉬운 점을 잘 기록해 후세에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
회고록 내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행각에 대해 “나는 몰랐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몰랐다는 건가.
“대통령과 아무리 가까운 참모라도 그들이 퇴근 후 바깥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까지 일일이 대통령이 알 방법은 없다. 최서원씨가 밖에서 삼성 사람들을 만나 지원을 받는 등 이런 일들을 전혀 보고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으로선 무방비로 당한 것이다.”
탄핵에 대한 억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건가.
“어떤 감정이 있기 보다는 어쨌든 탄핵은 이미 벌어진 ‘사실’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사실에 정당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이 바로 사법부와 언론인데, 이 두 축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 탄핵과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당시 탄핵 결정이 옳았는지 옳지 않았는지, 정당했는지 부당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당시 유일한 접견인이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있나.
“추운 날이었다. 저는 코트 입고 목도리를 두른 채 접견에 들어갔는데 박 전 대통령이 목에 수건을 감고 나타나셨다. 그 안에선 목도리를 두를 수 없으니까. 그 모습을 봤을 때 감정에 굉장한 불편함이 있었다. 나온 후에도 한참 그 잔상이 남았다.”
출소 후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상황 지금 어떤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대부분 박탈된 상태인데.
“관련법에 따라 경호와 경비에 대한 지원을 제외하고 연금‧의료비 등 다른 지원을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개인 재산이나 가외 소득이 없다. 그마저 갖고 있던 것도 추징됐고 벌금으로 납부했다. 생활비도 가족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문제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공론의 장으로 다시 한 번 옮겨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잖나.”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정국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위한 지원 유세 등 현실 정치에 등장할 가능성 있나.
“여러 차례 말씀 드렸듯이 이제 더 이상 친박은 없다. 따라서 저를 포함해 그 누구의 지원 유세로 절대 없을 것이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국회의원과 장관‧수석을 했던 분들이 정작 대통령이 어려워지자 어떤 말 한 마디 보태지 않고 외면했다. 그 점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 있으실 것이다. 당장 시장만 방문해도 정치 재기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부담감도 크실 것이다. 당분간은 정치와 인연 있는 분들과 접촉하지 않으시리라 본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과의 소통을 유영하 변호사가 막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대통령 만나고 싶으면 사저로 가서 누구나 면회 신청하시면 된다. 편지를 보내면 대통령께서 다 보신다. 제가 어떻게 오는 연락을 차단하겠나. 대통령이 안 만나주는 이유,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저런 말을 만들어 핑계를 대는 건 추하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 만남을 가졌다. 특히 12월29일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 관저에 방문했는데, 회동 분위기는 대체로 어땠나.
“굉장히 좋았다. 두 분과 김건희 여사가 계셨고 저와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배석했다. 정치적 현안보다 전‧현직 대통령으로서 나눌 수 있는 일상적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은 늘상 ‘대통령은 엄중한 자리이고 또 외로운 자리’라는 이야길 하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건강 잘 챙기라는 조언을 한 것 같다. 오찬 후 두 분만 관저 정원을 돌며 나무와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자주 만남을 갖는 거란 분석도 있는데.
“굉장히 정치 공학적인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전직 대통령을 방문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 일 아닌가. 윤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지율이 지금 그리 나쁜 편도 아니다.”
아무래도 두 대통령 간의 구원(舊怨)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들께서 혼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건 2017년 3월31일이다. 당시 윤석열 팀장이 속한 특검은 앞서 2월28일에 임기가 끝났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는 김수남 총장이 이끌던 검찰 주도로 결정됐다. 당시 특검이 이재용 삼성 회장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구속시킨 건 맞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영장을 쳐서 구속한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사안으로 떨어트려 볼 순 없겠지만 맥락을 조금 나눠서 보시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 윤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앙금은 없는 건가.
“그것에 대해선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으시니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제가 구치소로 접견 다닐 동안 박 전 대통령께서 직접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감정을 표현하신 사람이 딱 세 명 있었다. 말할 순 없지만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 외엔 다른 누구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신 바 없다.”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나.
“경기 군포에서 세 번 낙선했으니 그것으로 그 지역의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제 고향이 대구인 것은 맞다. 대구에서 정치를 하게 될 거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사저를 대구로 정한 만큼, 계시는 동안 그 옆에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달성군에 출마하나. 이곳은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지역구인데.
“그분이 출마를 예고한 만큼 굳이 싸울 마음은 없다. 추 부총리와 제가 싸우면 그건 두 대통령의 싸움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고 보수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저는 사실 대구 서구가 고향이고 그 쪽에 아는 사람들이 더 많다.”
국민의힘의 새 수장이자 검찰 후배이기도 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친분이 잘 없다. 검찰에서 같이 근무한 적도 없다. 하지만 수사를 잘하고 굉장히 영리하다는 전언은 많이 들었다. 정치인으로서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제가 평가할 건 아니지만 이제 첫 발을 뗐으니 질책보다 격려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야권에선 김 여사를 ‘비선’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규정하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부인을 ‘비선’이라고 칭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리고 특검 관련해선 특검법 내 ‘독소조항’에 대해 이미 한동훈 위원장이 지적한 바 있다. 야당은 과거 특검을 소환하며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박하고 있지만, 예전에 했다고 해서 틀린 것을 그대로 똑같이 해야하는 건 아니다. 비정상적인 건 이제라도 바로잡는 게 맞다. 무엇보다 사안 자체가 특검을 도입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