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관전 포인트 분석…‘보수 결집’한 한동훈, ‘김건희 리스크’ 해결해야 ‘중도 확장’
이삭줍기 실패에 합당 나선 이준석…‘감나무 전략’ 펼치는 이재명
2024년 4월의 22대 총선은 세 개의 세력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제3지대다. 총선은 ‘삼국지’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70여 일 남겨둔 시점에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김건희 리스크’ 진전 없는 한동훈의 국민의힘
먼저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동향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한동훈 비대위 2.0’이 가동될지 여부다. 한동훈 비대위 1.0이 ‘보수 결집’에 강조점을 뒀다면, 한동훈 비대위 2.0이 ‘중도 확장’ 행보를 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업무 개시 이후 약 한 달간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시도당 조직을 방문했다. 마무리 일정이 1월18일이었다. 한 위원장은 20여 일의 전국투어를 통해 몇 가지 성과를 얻었다.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게 됐다. ARS 조사는 전화면접에 비해 정치 고관여층이 더 많이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이 한동훈 체제에 화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총선 구도는 ‘윤석열 정부 심판’이고, 국민의힘이 원하는 총선 구도는 ‘이재명 대 한동훈’이다. 실제로 총선이 어떤 구도가 될지는 4월10일 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한 위원장은 등장 이후 총선 구도의 변화 조짐은 만들어냈다.
작년 12월26일부터 1월18일 전국투어 마무리까지의 기간은 ‘한동훈 비대위 1.0’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한동훈 비대위 2.0을 통해 ‘중도 확장’을 본격화할 수 있는지 여부다.
흥미로운 점은 1월18일부터의 행보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공개 사과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위원 발언은 한동훈 위원장과 ‘사전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 자신도 ‘국민적 눈높이’에서 부족했음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왜 김 위원을 통해 김건희 여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을까? 김 여사의 공개 사과 문제를 지렛대로 ‘중도 확장’을 꾀했을 가능성이 있다.
1월21일, 일요일 오후부터 이른바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지지 철회’ 보도가 나왔고, 윤 대통령이 ‘한동훈 사퇴 요구’를 했고, 곧이어 ‘한동훈 사퇴 거부’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윤-한 갈등의 정치적 결산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 위원장 입장에서 ‘윤(尹)의 남자’ 이미지를 탈색했고, 공천 과정에서 장악력이 강화된 것은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중도 확장 관점에서 보면 제자리걸음이다. 왜냐하면 최초의 발단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공개 사과 문제는 진척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도 확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층 유권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선 김건희 여사의 공개 사과는 ‘민주당 공격’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일부 세력은 ‘민주당을 미워하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더 큰 판’을 읽을 수 없다. 중도 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실제로 공개 사과를 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다.
‘현역 의원 확보 플랜’ 가동한 이준석
이준석 개혁신당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삭줍기’ 여부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여 명이 합류를 타진 중이며, 중진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허 최고위원의 희망사항은 정말 실현될까? ‘이삭줍기’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힘 공천룰과 관련돼 있다.
국민의힘은 1월18일 공천 룰(규칙)의 대강을 발표했다. ①권역별 하위 10% 컷오프 ②동일지역구 3선 이상은 15% 감점 ③수도권(강남3구 제외) 및 충청권은 당원 20%, 일반국민 80% 여론조사 ④34세 이하 공천 신청자에게 최대 가산점 적용 ⑤성폭력 2차 가해 및 학폭 10년 이내 3회 이상 컷오프 ⑥수도권 3회 연속 패배 지역은 전략공천 가능 등이다.
국민의힘 내부 평가는 ‘현역도 해볼 만하다’로 집약된다. 하태경 의원은 1월18일 “현역도 이길 가능성이 있으며, ‘용핵관’과 ‘검핵관’이 내려꽂힐 걱정이 사라졌고, 현역들은 탈당을 결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중진들의 개혁신당 합류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개혁신당의 ‘이삭줍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삭줍기 실패가 본격화되자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현역 의원 확보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월24일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희망과 합당을 선언했다. 이후에도 조응천·김종민·이원욱 의원이 속한 ‘미래대연합’과 더 적극적으로 통합 및 연대를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움직임이 가장 소극적인 곳은 이재명 체제다. 현재 민주당 전략은 ‘반사이익’을 겨냥하는 감나무 전략으로 추정된다. 정권심판론 여론이 높다고 판단하고, 실수하지 않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한총련, 보복운전, 성비위 논란 등을 일으켰던 정의찬, 강위원, 이경, 현근택의 불출마를 유도했다. 이 외에 눈에 띄는 중도 확장 플랜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반사이익’만으로도 총선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 주된 쟁점은 선거제 논란이다. 현실적 선택지는 2가지다. ①현행 연동형을 유지하되, ‘연합비례정당’을 만드는 경우다. 진보계열 정당과 ‘연합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 몇 개를 나눠주는 것이다. ②권역별 병립형을 도입하는 경우다. 지역 1당 독점을 완화하는 장점도 있다.
연합비례정당의 본질은 진보계열 정당과 시민단체에 ‘의석 나눠주기’를 하는 것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연합정치’를 명분으로 내건다. 현재 중도 유권자의 최대 덩어리는 2030 남성, 2030 여성, 수도권 50대 화이트칼라다. 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연합비례정당’에 속한 진보계열 정당에 별로 관심이 없다. 즉,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처음 제안한 연합비례정당이 실제로는 ‘연합정치’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권역별 병립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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