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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경찰 고위직 겨눈 ‘사건 브로커’ 검찰 수사…일파만파 확대
광주지검, 검찰·경찰 등 압수수색만 7곳…전·현 고위 경찰 등 6명 구속
브로커와 친분 두터운 정·관계 인사 200~300명 관측…지자체·공공기관 불똥 튈까 촉각

전·현직 경찰 고위직을 겨눈 검찰의 ‘사건 브로커’ 수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정관가(政官街)는 ‘사건 브로커’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검찰수사가 인사 청탁과 수사 무마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지만 사건 브로커와 지인들이 지자체와 공공기관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지자체·공공기관까지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부 광주전남 정치권·지자체·검찰·경찰에 ‘사건 브로커’로 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경찰선에서 끝날지, 정관계에 흘러간 금품까지 확인돼 정권 실세를 자처한 세력까지 겨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건 브로커’ 사건 연루 의혹을 받던 전직 치안감급 경찰 고위 간부가 숨진 채 발견돼 검찰 수사의 향배가 주목된다. 
광주지검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이른바 ‘사건 브로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지방검찰청 전경 ⓒ시사저널
광주지검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이른바 ‘사건 브로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지방검찰청 전경 ⓒ시사저널

‘좌불안석’ 광주·전남 정관가

이른바 ‘사건 브로커’ 수사는 검·경 인맥을 내세워 ‘사건에 도움을 주겠다’며 사기 용의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검찰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 용의자에 대한 ‘수사 무마’ 첩보를 입수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탁아무개(44)씨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는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2)씨에게 18억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  탁씨는 성씨에게 금품을 건네고 로비를 했는데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그동안 성씨와 대화하고 통화했던 녹음 파일을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사건 브로커 성씨 등 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이 코인사기 용의자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고 검·경 관계자를 대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현직 경찰 고위직들과 인맥을 과시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승진하려면 성씨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건 경찰관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성씨와 함께 술을 먹고, 골프를 쳤던 경찰 간부들은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퍼졌다. 검찰은 성씨가 사건무마 로비 외에도 경찰 인사 개입과 지자체 관급공사 수주 비리, 정치인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 안팎에선 “전·현직 경찰은 물론이고 브로커 성씨와 연락이 잦았던 정·관계 인사가 200~300여 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광주지검 관계자들이 광주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한 뒤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광주지검 관계자들이 광주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한 뒤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파만파로 번지는 ‘사건 브로커 수사’

수사는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 구속된 피의자는 현직 광주지검 산하지청 검찰 수사관 1명과 전직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경무관 1명, 전남경찰청 퇴직 경감 등 3명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아무개 전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 수사관과 전직 경무관은 탁씨 코인 사기 사건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고, 전남청 퇴직 경감은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의 검·경 압수수색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압수수색한 곳만 광주지검, 광주경찰청, 서울경찰청 등 7곳에 달하고 있다. 검찰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검찰 사무실 등 여러 곳을 압수 수색한 만큼 앞으로 수사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 최소 10여명이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브로커 성씨가 경찰만이 아닌, 광주전남 정·관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당시 특정 후보에게 수억원을 전달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어 검찰이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수사관(5급)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했다. 성씨에게 금품을 받고 전남 지역 단체장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혐의로 지난 1일 광주지검 소속 수사관(6급) B씨를 직위해제했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10일 전남 목포경찰서를 시작으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지난 10일 광주경찰 핵심 간부들을 겨냥해, 광주경찰청과 광주북부경찰서, 광산경찰서 첨단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 9일 성씨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전직 경무관을 구속했다.  

‘두 갈래’ 검찰 수사…‘인사 청탁’ ‘수사 청탁’  

검찰은 ‘인사 청탁’과 ‘수사 청탁’ 등 크게 두 갈래로 경찰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 청탁과 관련해선 과거 가상자산(코인)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광주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했고, 소환 조사를 순차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성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직 경무관을 구속했는데, 해당 경무관은 가상자산 사기범 사건을 취급한 서울청에서 수사부장을 거친 바 있어 수사 청탁 관련 수사로 분류된다. 주목받는 것은 인사 청탁 관련 수사다. 검찰은 경찰 인사 청탁 관련해 광주경찰청·전남경찰청 소속 승진자를 수사 대상에 올려 압수수색·소환 조사하고, 인사 브로커 행위를 한 혐의로 전남청 경감 퇴직자를 구속했다.
​10일 오후 광주지검 관계자들이 광주북부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광주지검 관계자들이 광주북부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대가로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성아무개(62)씨를 구속하고 경찰과 검찰 연루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인사 청탁 주요 수사 대상이 경정·경감급 등으로, 이들의 승진은 치안감급 지방청장이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가 결국 전·현직 치안감 이상까지 향하리란 예상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의혹의 중심에 있던 전직 치안감 김아무개(전 전남경찰청장)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숨진 김 전 청장의 ‘사건 브로커’ 사건의 구체적인 연루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실 확인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사망에 따라,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성씨를 통해 수사·인사 청탁에 관여한 것으로 거론되는 다수의 전현직 경찰 고위직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현재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숨진 김 전 청장 외에도 전·현직 치안감급과 현직 총경급 수명이 로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 7일 구속된 전남경찰청 근무 전직 경감이 숨진 김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 후에 현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남경찰청 인사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선 김씨가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였다는 점에서 인사 비리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연루 의혹 전 치안감 사망 

지난 14일 오후 5시33분쯤 서울 강동경찰서에 “남편이 등산을 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자가 전남경찰청장과 강원경찰청장 등을 지낸 김아무개(61) 전 치안감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검찰이 수사 중인 ‘브로커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밤샘 수색 끝에 15일 오전 10시11분쯤 검단산 중턱 유길준(조선 말기 개화사상가) 묘 근처에서 김 전 청장을 찾았다. 경찰은 “발견 당시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지검은 사망한 김 전 청장에 대해 “최근 입건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검찰 측에서 김 전 청장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경찰대 2기로 광주경찰청 1부장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강원경찰청장 등 요직을 역임하고 전남경찰청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사건 브로커 성씨는 누구?

사건 브로커 성씨는 20여년 전 수사기관 간부, 지역 유력 인사 등과 친분을 내세우며 검·경 수사와 인사 비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제조업체 지역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성씨는 지인과 함께 데크사업 등 설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씨는 20여년 동안 10여 개의 골프 모임을 주도하며 고위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 지역 정치인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코인 사기 사건 조사과정에서 성씨가 경찰 고위층과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무마를 실제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내부의 승진 인사에 성씨가 깊숙이 개입해 온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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