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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청장, 참사 직후 ‘구청장급 이상에 책임 귀책’ 텔레그램 주고받아
대화 상대 추궁에 “기억 안난다”면서 대통령·행안부 장관 여부엔 “아니다”

10월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연합뉴스
10월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윗선'과 책임 소재와 수사 방향을 논의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현장 수습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점에 차후 전개될 책임 공방을 우려하는 대화를 나눈 윤 청장은 그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청장이 참사 직후 나눈 메시지 내용을 언급하며 "이태원 참사 당일 윤 청장이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수사를 지시했던 게 드러났다"고 직격했다.  천 의원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참사 직후인 0시40분께 누군가가 윤 청장에게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가야 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메시지를 받은 윤 청장이 "잘 알겠습니다"라는 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청장이 오전 3시께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 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부 2명에게 보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추궁했다. 윤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의 책임 회피를 위한 수사 지시는 안 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언론보도를 보면서 당시에 이런 게(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다"며 "텔레그램 기능을 활용해 해당 메시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지금 제 전화기에 남아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신속하게 현장을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교통 관리와 구조를 하라는 업무 지시가 선행됐다"며 "그 이후 원인이나 책임에 대한 문제가 당연히 불거질 것이기 때문에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증거인멸'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0월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 의원은 윤 청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상대방이 대통령인지, 대통령실인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인지를 따져물었다. 윤 청장은 메시지를 나눈 대상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관계자, 이 장관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천 의원은 국감장에 출석한 이 장관에게 해당 메시지를 직접 보냈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가 윤 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한 사실을 언급하며 "당사자가 참관하게 돼 있는데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이 안 나왔느냐"고 지적했다. 윤 청장은 "포렌식에는 대리인이 참석했고, 포렌식이 워낙 방대했을 것"이라며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권 의원이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존댓말을 쓴 점을 지적하며 "명백한 상급자 지시로 보인다"고 하자 윤 청장은 "저보다 어느 정도 연장자이면 계급고하를 막론하고 의례적으로 '잘 알겠습니다'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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