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만 3명...유명인의 자살에 ‘모방 심리’ 우려
유튜브 실시간 방송 ‘라방’ 규제는 전무
유명 유튜버(유튜브용 콘텐츠 제작자)들이 연이어 자살을 선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한 모습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자살을 예고한 후 실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장 10월 한 달 동안 김용호씨·표예림씨·억달이형(김태우씨) 등 세 명의 유튜버가 유명을 달리했다.
심지어 한 유튜버는 유서 작성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한다. 유튜브 영상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다양한데, 자살 관련 영상이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관련한 국회의 법안 마련도 없고, 자살 관련 실시간 방송에 대한 정부 기관의 제재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연예인 폭로’로 유명해진 유튜버도 자살
10월12일, 유명 유튜버 김용호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부산의 한 호텔. 2019년 7월 불거진 자신의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받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 한다. 사망 하루 전인 10월11일 부산지법이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상태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김씨는 사망 전에 유튜브에 남긴 음성메모에서 재판과 관련해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는 “결과가 안 좋다. 저희 변호사는 무조건 무죄라고 했다”면서 “처음에 판사님이 판결을 선고할 때 조금 황당했고, 저도 좀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엔 다 제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연예부 기자 출신인 김씨는 생전에 유명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에 출연하며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연예인들에 대한 폭로로 유명해졌다.
김용호씨의 사망 이틀 전인 10월10일. 부산의 한 저수지에서 20대 여성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수색 결과 발견된 여성은 유명 유튜버 고(故) 표예림씨. 그는 지난 3월 학창 시절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학교폭력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표씨는 사망 직전 유튜브를 통해 자살을 암시했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유서-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습니다”였다. 영상에는 “이젠 더 이상 이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도, 이겨내고 싶지도 않다” “하루하루가 목이 막히는 고통으로 인해 삶을 지속해야 할 그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다” “나를 죽게 한 사람은 학교폭력 가해자들” 등의 목소리가 담겼다. 표씨는 “제 청원이 잊히지 않고 본회의에서 통과돼 법이 개정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월초에는 연기자와 유튜버로 활동한 고(故) ‘억달이형’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기도 수원시 일대에서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웹드라마 ‘슬기로운 숙소 생활’에서 건달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1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도 맹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지인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직접 사과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라방’ 통해 자살 생중계…제재는 ‘0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된 전례도 있다. 고(故) 임블리(본명 임지혜)는 6월11일 저녁부터 12일 새벽까지 자택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이어 유서를 쓴 후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장면은 그대로 생중계됐다. 임블리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임블리는 사고 직전 인터넷 방송인들과 술을 마시는 방송을 진행했는데, 이때 다른 방송인들과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유튜버 ‘잼미’가 악성 댓글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유튜버들의 사망 소식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라이브 방송’이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5년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조치가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현행법에 근거해 불법·유해 정보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상대로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영상 삭제·접속 차단 등의 조치다. 하지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통이 확인된 정보를 상대로 심의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삭제·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의 경우는 특수하다”며 “방송 직후 휘발되며 사라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방송 종료 이후에는 당시의 영상 등 정보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유튜브의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콘텐츠 삭제만이 가능하다. 동영상이나 댓글이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다. 실시간 방송 역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 사용 중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튜브의 내부 지침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는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콘텐츠에 담긴 자살 장면 등이 모방 심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유튜브에 대해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창룡 전 인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방송에 포함이 안 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관의 제재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과거부터 인터넷 방송, 유튜브 등의 미디어도 방송에 포함하는 내용의 시청각미디어법이 수차례 국회에 올라갔지만 통과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를 먼저 처리해야 하고 행정부가 이를 토대로 플랫폼 사업자를 제재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 역시 자체 기술적인 조치를 통해 문제성 콘텐츠의 전파를 사전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