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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 없는 권장섭취량 개선해야”
보충제는 뼈 건강에 도움 안 돼

비타민D는 면역 유지와 뼈 건강에 필요한 성분이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 비타민D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필수영양소로 통한다. 이 필수영양소가 우리 국민 대부분에서 부족하다는 뉴스가 이따금 회자한다. 한국인의 70~80%가 적정 혈중농도(20ng/mL·나노그램) 미만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는 남아시아인의 68%와 유럽인의 40%도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도 비타민D 결핍일까’ 하는 불안감에 비타민D 검사를 받는 사람이 2010년 이후 크게 늘어났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 환자가 2017년 8만6000명에서 2021년 24만7000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후 비타민D 보충제는 건강 필수품인 양 팔리기 시작했다. 

비타민D 결핍에 따른 유병률이 이 정도로 높다면 팬데믹(대유행) 수준이다. 실제로 조안 맨슨 미국 하버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16년 세계 최고 학술지(NEJM)에 ‘비타민D 결핍, 정말 팬데믹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팬데믹처럼 보이는 비타민D 결핍 유병률은 잘못된 권장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뼈 건강을 위해 권장섭취량만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비타민D를 포함한 모든 영양소에 대한 권장섭취량이라는 개념은 약 80년 전에 나왔다. 미국과학한림원 산하 음식영양위원회는 1941년 의학적 근거가 아닌 논의를 통해 권장섭취량을 정하고 발표했다. 특정 영양소를 가장 적게 먹는 사람부터 가장 많이 먹는 사람까지 줄을 세웠을 때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권장섭취량으로 정한 것이다. 모든 국민이 특정 영양소를 상위 2.5%가 먹는 만큼 많이 섭취하면 하위 97.5%는 자동으로 충족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권장섭취량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설정된 값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장)은 “2차 세계대전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당시, 영양소를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선험적 생각으로 권장섭취량을 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연구하면 현대인의 대다수가 특정 영양소 결핍으로 진단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체질량지수 정상(18.5~23kg/㎡) 수치는 질병 발생 위험이 가장 적다는 의학적인 근거로 마련됐다. 이처럼 비타민D를 포함한 모든 영양소의 권장섭취량도 10~20년 후 질병 발생을 살펴보고 그 위험도에 맞춰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10~20분만 햇볕 쬐면 비타민D 섭취 충분

맨슨 교수는 비타민D 권장섭취량이 40IU(단위·인구의 50%가 섭취하는 양) 정도면 적당하다고 했다. 적정 혈중농도도 16ng/mL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2년 후 미국가정의학회도 비타민D 적정 혈중농도를 12~20ng/mL으로 발표했다. 현재 국내 병·의원은 30ng/mL을 비타민D 적정 혈중농도의 기준으로 삼는다.

비타민D 권장섭취량은 정하기가 까다롭다. 비타민D는 식품뿐만 아니라 햇볕으로도 체내에서 합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는 충분 섭취량(인구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을 제시한다. ‘2020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비타민D 충분 섭취량은 성인의 경우 하루 10μg(400IU)이다. 어린이·청소년은 5~10μg이고 노인은 15μg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도 성인의 경우 15μg이고 71세 성인에게는 20μg을 권장한다. 국내 판매 중인 비타민D 보충제는 400~5000IU까지 다양하다. 

이 정도의 비타민D는 햇볕·음식으로 합성·섭취할 수 있다. 햇볕을 받으면 체내에서 비타민D가 합성된다. 그래서 비타민D는 ‘햇볕 비타민’으로 통한다. 또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훈제 청어 60g을 먹으면 비타민D 29μg을 섭취할 수 있다. 달걀·치즈·연어·청어·버섯 등에는 비타민D가 풍부하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 이동훈 원장은 “한 번에 10~20분씩 일주일에 이틀만 햇볕을 쬐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타민D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더라도 뼈 건강을 위해 보충제를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관련 논문 33편을 메타 분석(개별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연구 방법)한 결과가 2017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렸다. 비타민D 보충제를 단독으로 먹어도, 칼슘과 같이 복용해도 골절률을 낮추는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다. 2022년 세계적인 학술지(NEJM)에도 골다공증이 없는 2만5000명이 비타민D를 충분히 복용했으나 골절 위험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 즉 적정 혈중농도 20ng/mL 미만인 사람에게는 비타민D 보충제가 효과를 발휘할까. 해당 논문 46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사망률·골절·당뇨·심혈관 질환·암 유병률·우울증·낙상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진단받은 사람에게도 비타민D 보충제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골절 위험 49% 증가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어떨까. 3년 동안 70세 이상 9440명에게 1년에 한 차례씩 30만IU를 주사한 결과 골절 위험이 49% 증가했다. 또 70대 2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매달 비타민D 6만IU와 2만4000IU를 복용시켰더니 1년 후 6만IU 복용군이 2만4000IU군보다 골절 위험이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나도 최신 논문 16편을 메타 분석했더니 간헐적 고용량 비타민D 보충은 낙상과 골절 예방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그 위험이 10% 증가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과다 섭취할수록 체내에 칼슘이 과도하게 쌓이는 고칼슘혈증이나 석회화 위험이 커진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비타민D 과잉 섭취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메스꺼움·구토·잦은 배뇨·신경쇠약·뼈 통증·신장 통증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는 비타민D 상한 섭취량을 정한 바 있다. 성인·노인은 100μg이고 어린이·청소년은 30~100μg이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2021년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타민D 검사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비타민D 검사도 필요 없다는 의미다. 특정 질병 또는 직업 특성 때문에 항상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비타민D 보충제 섭취 여부를 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건강 유지에 유리하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사람도 비타민D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골다공증에는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이 원칙이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건강한 사람은 비타민D 검사와 보충제 복용이 필요하지 않다. 하루 10분씩만 햇볕을 쬐면 몇 주치 비타민D가 몸에서 만들어진다. 또 비타민D가 풍부한 등푸른생선류나 버섯류 등의 섭취를 늘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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