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시작돼 스톡옵션 논란으로 비판 봇물
방향 잃은 경영진…영업이익 44%↓ 주가는 4만원↓
‘법인 처벌’ 꼭 집은 이복현…대주주 적격성 건드리나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으로 그룹 최고수뇌부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문제는 위기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카카오-SM 기업결합 불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발탁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칫 신사업 투자시기를 실기할 경우 카카오의 성장 동력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악재에 거듭 악재…그 누구도 수습하지 않았다

에스엠 인수를 이끌었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은 16시간에 가까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 계열사 140여 개를 거느린, 한국 대표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카카오는 수년간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 사태를 빚었고, 수습 과정에서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며 비판을 받았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였다. 그해 11월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 직후 사퇴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다시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먹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등판했다가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로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최근 다시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대표 내정 당시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넘을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는 동시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남궁 전 대표는 올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뒤 퇴사했다. 카카오게임즈 대표 당시 받은 주식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지만 주주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최근엔 카카오의 전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사적으로 결제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19일 당시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9일 당시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카카오 실적은 추락하고 있다. 카카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나 감소했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24일 기준 카카오 주가는 3만9600원으로 시가총액은 17조6000억원이다. 지난 2021년 6월 장중 17만3000원을 찍으며 시총 70조원대를 기록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50조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에 오른 위엄은 사라진지 오래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출범 6년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다. 하지만 이번 시세 조종 혐의로 법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가 대주주에서 물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24일 오전 1시40분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5시간40분에 달하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를 받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1시40분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5시간40분에 달하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를 받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 처벌’ 언급한 당국…SM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관심사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 카카오’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날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원장은 “최근 문제 된 건(카카오)에 대해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당 건을 이번 주 내에 검찰에 송치하면서 저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꼭 집어 ‘법인 처벌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권력이나 돈이 있는 분들, 제도권에서 제도를 이용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의 불법에 대해서는 저희가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며 “최근 발생한 건은 저희가 경고를 한 이후에 발생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의 카카오-에스엠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관심사다. 공정위는 독과점 여부가 심사 대상이라며 이번 수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카카오 측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인수의 정당성이 무너지는 터라 공정위의 선택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자칫 카카오가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의장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카카오 계열사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배 대표는 구속상태다. 앞서 배 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판단되는 AI, 클라우드, 헬스케어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신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