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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향해 “과잉 보복 자제” 강력히 요청
‘중동 데탕트’ 차질로 재선 향한 길 더 험난해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국방 정책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백악관은 최대 위협 세력으로 꼽은 중국과 당면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집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중재 등을 하면서 ‘중동 데탕트’를 꿈꿨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테러로 시작된 양측 충돌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국방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18일 전격적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중동 내 맹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재확인하는 한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들에 대한 구조 등을 해결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이번 무력충돌이 중동 전체로 확전되는 것을 막는 데 방점을 뒀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AFP 연합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월18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 마중 나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 연합

바이든의 ‘확전 방지’ 노력, 효과는 미지수

바이든 대통령의 확전 방지 노력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하마스를 지원하는 아랍 국가들과 연일 하마스가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백악관은 우선 이스라엘에 미군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관여를 막기 위해 양측에 ‘개입하지 말라’는 공식 및 비공식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아가 이들을 포함한 이스라엘 적대 세력을 향해 강력한 억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제럴드 포드 및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전단을 잇달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배치했고, 병력 2000명을 ‘대비 태세 고조’ 상태로 대기시켜 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과정에서 “이스라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하마스 등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구상하는 측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하지 말라, 하지 말라, 하지 말라”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잉보복 자제’를 강력 주문하고 있다. 바이든은 10월15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다시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스라엘 방문 연설에서 “분노를 느끼되 그것에 휩쓸리지 말라. 9·11 이후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그것을 얻는 동안 우리는 실수도 했다”며 ‘실수하지 말라’고 이스라엘을 거듭 압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실시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도부와 만나 “우리는 이 충돌이 확대되지 않고 심화되지 않길 계속 바라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이 ‘확전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에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로 5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 방문 과정에서 미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이스라엘의 책임이 아닌 가자지구 테러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요르단 등 아랍 국가는 여전히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당초 바이든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요르단을 찾아 압둘라 2세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병원 폭발 참사에 중동 국가들이 분노를 표시하면서 요르단 방문을 연기한 바 있다.  

‘미국의 정보 및 판단 실패’ 지적도

만약 바이든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이번 무력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된다면 바이든의 ‘중동 데탕트’ 구상은 물론 전반적인 외교·국방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바이든은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복귀하기 위해 이란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양측 간 입장 차이로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한 보복 대응은 바이든의 ‘중동 데탕트’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 중단을 미국에 통보한 데 이어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을 비판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팔레스타인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10월11일 양국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간 통화를 갖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종식할 필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국방 정책의 차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까지 미국이 대응해야 할 전선이 형성되면서 미국이 다수의 전선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중동 위기가 단기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 국방부가 (중동에서) 새로운 발화점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우선 과제인 중국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미국의 정보 및 판단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월28일 한 행사에 참석해 “오늘날 중동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보다 더 조용해졌다”고 중동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해당 발언이 나온 지 정확히 9일 만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전에 가자지구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9월28일과 10월5일 보고서에선 하마스의 이스라엘 로켓 공격 가능성을 보고했다. 그러나 주요 정책 당국자 등은 해당 보고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중동 위기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통신은 “2024년 재선을 추구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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