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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기부한 영원한 ‘따거’ 주윤발, 부산국제영화제로 14년 만에 내한
여전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배우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쩌면 한국 음식과 잘 맞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제주도에서 수개월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좋아했던 음식이 갈비탕에 밥을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다. 한국 스태프들이 양식을 먹자고 설득해도 갈비탕을 고집했던 기억이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번데기를 먹었던 추억도 생생하다.”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는 비결도 궁금하다.
“‘배우’ 주윤발은 대중을 만날 때만 존재한다. 이 자리를 벗어나면 나는 지극히 보통 사람이다.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저를 슈퍼스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50년 만에 큰 상을 받았다. 부산에 온 후로 매일 아침 러닝을 하는데 많은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신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 인생에는 두 번의 갑자(甲子)가 있는데, 하나의 갑자는 60년이다. 두 번째 갑자에 들어선 저는 올해 일곱 살이다. 데뷔 50주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기쁘다.”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은 무엇인가.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영웅본색》은 의미가 남다르다.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다. 방송국을 떠나 영화배우로서 첫발을 내딛게 했기 때문이다. 《와호장룡》 《첩혈쌍웅》 또한 제게 많은 변화를 있게 한 작품이다.”주윤발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영화를 통해 지식을 쌓았고, 인생을 배웠다. 되돌아보면 영화를 찍으면서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다른 삶도 살아봤다.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주윤발도 없다.”홍콩 영화 산업이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다.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한마디 해달라.
“1980년대 홍콩 영화를 사랑하고 기억해 주시는 분이 참 많다. 안타깝게도 현재 홍콩 영화계는 검열과 제한으로 힘든 상황이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 각종 부서의 승인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홍콩의 정신이 깃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콘텐츠가 가진 창작의 자유를 높이 산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는 자유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한국 영화를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않고 OTT라는 플랫폼에 익숙해졌다. 다시 극장이 붐빌 수 있도록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영화인의 숙제라고 생각한다.”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했다.(영화 《원 모어 찬스》는 빚에 허덕이며 매일 카지노에 출근 도장을 찍는 왕년의 도신 광휘(주윤발)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자폐증 아들과 함께 살며 벌어지는 유쾌한 감동 드라마다.)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도전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그래서 특별하다.”어느덧 68세가 됐다. 나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깊게 파인 주름도 나의 일부다. 배우로서는 오히려 젊었을 때와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 나이가 드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 그래서 무서울 게 없다.”2018년에 8000억원대 재산 기부로 화제가 됐다.
“내가 한 게 아니라 아내가 한 것이다. 사실 난 하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번 돈 아닌가. 하하. 현재 나는 아내에게 용돈을 받으며 살고 있다. 덧붙이자면, 어차피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가도 상관없다. 난 흰쌀밥 두 그릇이면 된다. 어차피 아침은 안 먹는다. 지금은 당뇨가 있어 한 그릇만 먹어도 된다.”지난 7월 건강에 대한 루머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아프다는 게 아니라 아예 죽었다고 가짜뉴스가 떴더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 들면 가장 중요한 게 취미를 찾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다음 달에 홍콩에서 하는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러닝을 했다. 첫 갑자엔 배우로 살았는데 두 번째 갑자는 마라토너로 살 수도 있겠다 싶다. 하하.”요즘 인생의 화두는 무엇인가.
“‘현재를 살라.’ 이 시간은 지나면 끝이다. 결국 전부 지나가기 때문에 현재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불학(佛學)에 나오는 ‘이 순간만이 진짜다’라는 개념이 요즘 제 화두다. 지금 이 순간, 저와 함께 있는 여러분에게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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