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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이거 디즈니 CEO, 임기 2026년까지 연장
부진한 성적 원인으로 제작량 거론…“덜 쓰고 덜 만든다”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마블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 편수와 예산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거 CEO는 13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콘텐츠 흥행 실적에 대해 “최근 신작 중 일부는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마블은 특히 TV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스크린에 띄워진 월트 디즈니 로고 ⓒAP Photo·Richard Drew
뉴욕 증권거래소 스크린에 띄워진 월트 디즈니 로고 ⓒAP Photo·Richard Drew

부진한 성적의 원인으로는 영화와 TV 시리즈의 제작량을 언급했다. 아이거 CEO는 “영화 제작량을 늘리고 TV 시리즈도 많이 만들게 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그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큰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마블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 속도를 다소 후퇴시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에 비용을 덜 쓰고, 더 적게 만들고 있다. 더 집중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스포츠 채널 ESPN에 대해서는 “훌륭한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면서도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배급이나 콘텐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것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ESPN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완전히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디즈니 사업의 추가 구조조정에 관해 “우리의 비용 구조가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CNBC는 아이거 CEO의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기존 케이블TV 채널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전날 디즈니는 이사회를 열어 아이거 CEO의 임기를 2026년까지 2년 연장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약 15년 간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시장 점유율을 5배로 늘렸고,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해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지식재산권(IP) 강자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2월 후임인 밥 체이펙에게 CEO 자리를 넘겼으나 체이펙이 실적 부진으로 조기 경질되면서 지난해 11월 디즈니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올해 7000여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콘텐츠 제작 30여 편을 취소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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