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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디스크 시상식·갤럽 여론조사 푸대접 논란…트로트에 대한 편견이 만든 촌극 지적
갤럽이 발표하지 않는 것
한국갤럽의 ‘2022년 올해를 빛낸 가수’ 조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됐다. 30대 이하에선 방탄소년단이 29.4%의 지지로 1위, 40대 이상에선 임영웅이 33.0% 지지로 1위였다. 40대 이상 국민의 수가 많은데 심지어 임영웅이 방탄소년단보다 지지율까지 높으니 당연히 임영웅이 전체 1위로 추정됐다. 임영웅은 게다가 30대 이하 선택에서 5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30대 이하 10위권과 40대 이상 10위권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가수는 대한민국에서 임영웅이 유일하다. 이건 임영웅이 양적으로 따져도 가요계 1위일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따져도 다양한 세대로부터 지목받은 진정한 국민가수라는 뜻이다. 명실상부한 2022년의 가수왕인 것이다. 그런데 이걸 한국갤럽은 30대 이하, 40대 이상으로 쪼개서 발표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방탄소년단이 젊은 층의 지목을 받고 임영웅은 고연령대의 지목을 받았다고만 여길 것이다. 결국 임영웅이 2022년 가수왕 타이틀을 뺏긴 모양새다. 이 조사가 원래부터 연령대별로 발표된 건 아니었다. 과거엔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아이유 등이 전체 1위에 올랐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갑자기 연령대를 나눠 발표했다. 바로 그때가 임영웅이 1위일 거라고 간주됐던 해다. 당시 조사에서 방탄소년단은 10대, 20대, 30대에서 1위를 하고 40대에서 3위에 올랐다. 임영웅은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1위를 하고 30대에서 2위, 20대에서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모두 4항목에, 임영웅은 5항목에 올랐다. 임영웅이 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발표는 올해처럼 방탄소년단 30대 이하 1위, 임영웅 40대 이상 1위로만 나왔다.트로트만 하는 가수가 아닌데도 ‘묻지마’ 분류
한국갤럽은 그 이유를 ‘전체 연령대를 통합 집계하면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트렌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이 1위일 때는 중장년층의 트렌드가 드러나지 않는 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더니 왜 임영웅이 1위인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이 되자 갑자기 드러나지 않는 트렌드를 신경 쓰게 됐을까. 전체 1위를 발표하고 별도로 연령대별 1위를 발표하면 특정 트렌드가 드러나지 않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국갤럽은 굳이 전체 1위를 없애버렸다. 이것은 트로트와 중장년층에 대한 편견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트로트는 그동안 한국에서 수준 낮은 음악으로 치부돼 왔다. 임영웅은 트로트만 하는 가수가 아니지만 트로트 가수로 ‘묻지마’ 분류됐다. 《미스터트롯》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매체와 시상식들은 임영웅의 노래를 아예 듣지도 않고 트로트 가수로 낙인찍었다. 심지어는 들어도 무시했다. 임영웅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유명해지고 경연 후 앨범 발매 전까지 《이제 나만 믿어요》 《히어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사랑은 늘 도망가》 등을 발표했다. 이 중에 트로트 곡은 한 곡밖에 없다. 많은 매체와 시상식은 이런 노래들을 빤히 알면서도 임영웅을 트로트 가수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수많은 기사에서 다른 가수들은 ‘가수 OOO’이라고 쓰면서 임영웅만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렇게 임영웅을 트로트 가수로 한정한 것 자체가 트로트에 대한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노래를 제대로 들을 생각도 안 하고 트로트 오디션 출신이니 트로트 가수라고만 한 것이다. 일단 그렇게 트로트 낙인을 찍은 다음엔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적용했다. 트로트가 질 낮은 음악이라는 오래된 인식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임영웅에 대한 폄하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중장년층을 트렌드에 뒤처진 존재라고 여기는 편견까지 가세했다. 그래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임영웅이 가수왕이 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전체 1위를 멀쩡히 잘 발표해 오다가 임영웅 등장 이후 갑자기 멈춘 걸 달리 해석하기가 힘들다. 시상식들도 임영웅에게 트로트 부문 이외의 상을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 임영웅은 희대의 국민스타다. 1990년대 아이돌 혁명 이후 가요계는 아이돌과 10·20대 팬들이 독식해 왔다. 그 결과 일반 국민과 멀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돼갔다. 그 흐름을 깬 것이 바로 임영웅이다. 그의 등장덕에 가요계가 다변화되고 팬 층도 풍부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시상식 등에서 오히려 우대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 반대였다. 그렇다 보니 한국갤럽에서까지 임영웅 가수왕을 가수왕이라고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 아닐까. 새해엔 모든 가수가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