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합병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삼성전자와 협업 가속화
LG전자 VS부문 첫 연간 흑자…“전사 매출 20% 차지할 듯”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전장 사업이 길고 긴 부진의 늪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은 인수 6년 만에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부문도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향후 자율주행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장 사업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장밋빛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양사 모두 역대 최고치의 연간 매출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전반적인 사업 부문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전장 부문은 예년보다 이익 폭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는 매출 12조5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 영업이익 6000억원을 뛰어넘는 성적표다.
영업이익 7000억원은 의미 있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6년 하만 영업이익이 6800억원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이듬해부터 영업이익은 600억원(2017년)→1600억원(2018년)→3200억원(2019년)→600억원(2020년)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지 6년 만이자 합병 직전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LG전자의 VS 부문은 지난해 10년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 2013년 전장 사업을 시작한 VS부문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500억원)을 냈다. 3분기에도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VS 부문의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을 154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망도 화창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전환되면서 전장 사업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매캇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497조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약 87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과 LG의 전장 사업은 올해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의 경우 현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콕핏(운전자 주변 통합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용 통합 솔루션 제공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하만은 삼성전자와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와 ‘레디 튠(Ready Tune)’ 기술을 선보였다. 레디 케어는 차량 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감지해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운전 지원 솔루션이다. 레디 튠은 사용자 특성과 취향에 따라 맞춤형 카오디오 솔루션이다.
LG전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악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80조원에 이르는 수주 잔고가 자신감의 배경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모터 매출이 급성장 중이고, 중앙 정보 디스플레이(CID)와 디지털콕핏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확대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2025년까지 매출이 13조원에 이르러, 별도 기준 LG전자 매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