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리버풀·PSG·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최고 클럽들 ‘눈독’
몸값 1000억 이상 평가…다급해진 나폴리, 서둘러 재계약 추진
대한민국 축구에서 이런 대형 수비수의 존재는 일찍이 없었다. 26세의 김민재는 소속 팀인 나폴리에서의 누적된 피로와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다친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괴물’의 수비력은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월드컵 이후 그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월드컵 전까지 나폴리에서 보여준 엄청난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는 변함이 없었다. 월드컵 대회 도중부터 김민재가 나폴리보다 자금력이 더 탁월한 세계적인 슈퍼클럽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 맨유의 최대 라이벌 중 하나인 리버풀도 김민재 영입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뿐만이 아니다.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까지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3명이나 보유한 프랑스의 절대 지존 파리생제르맹(PSG), 그리고 축구 선수들에게 꿈의 클럽이라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불과 6개월 사이 김민재는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에서 온 센터백에서 유럽 최고의 클럽들이 탐내는 특별한 재능이 된 것이다. 왜 김민재의 가치는 이렇게 폭등하고 있을까?
伊 언론, “야수 같은 본능을 지닌 수비수” 극찬
2년 전 중국의 베이징 궈안에서 터키의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입성한 김민재는 1년 만에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로 진출했다. 당시 김민재의 선택지는 셋이었다. 나폴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클럽들의 러브콜이 있었고, 프랑스의 스타드 렌도 적극적으로 원했다. 손흥민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토트넘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다른 팀에 비해 느렸지만 김민재가 기다린다면 긍정적인 답이 올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김민재는 단호하게 이탈리아행을 택했다. 이것이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됐다. 세리에A는 유럽에서 수비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좋은 수비수가 넘쳐나고, 수비 전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감독도 많다. 세리에A에서 성공한 수비수는 어딜 가든 통한다는 확신이 있다. 그런 무대에 입성하자마자 김민재는 나폴리를 리그 1위로 끌어올렸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며 팀을 조 1위로 16강에 올려놨다. 시즌 전반기만 놓고 봤을 때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체에서도 최고의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빅리그 적응력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냈다.
나폴리는 지난여름 핵심 수비수인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에 보내며 이적료 4000만 유로를 받았다. 그 절반도 안 되는 1800만 유로를 투자해 페네르바체에서 김민재를 데려왔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를 활용해 더욱 공격적이고, 수비라인을 과감하게 전진시키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야수 같은 본능을 지닌 수비수다. 수비 뒤쪽에 위험 신호가 생기면 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상황을 해결한다”고 극찬을 보냈다.
나폴리는 리그 15라운드까지 치른 1월5일 현재, 세리에A 선두를 독주 중이다. 2위 AC밀란(승점 33)에 8점이나 앞서 있다. 공수 모두 완벽에 가까운 모습인데, 팀 득점(37골) 1위, 팀 실점 3위(13골)다. 15라운드까지 13승2무로 패배가 없다. 빅터 오시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같은 공격진의 역할도 주목받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김민재가 가져갔다. 세리에A에서 가장 공격적인 스팔레티 감독의 전술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190cm, 88kg의 건장한 체구지만 작고 민첩한 선수에게 기본적인 속도에서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탁월한 축구 지능이 있다. 상대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1차적으로 저지해 내고, 공을 되찾아온다. 넓은 배후 공간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대 역습 패턴을 가장 확실하게 막아주는 유형이다. 나폴리로 가면서 김민재는 이런 스타일의 축구에 더 최적화됐다. 이탈리아로 넘어간 뒤 김민재는 헤딩 경합 횟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만큼 중앙에서 상대 공격수와 경합하는 게 아니라 측면으로 빠지는 상대의 재빠른 윙어들을 1대1 수비로 막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커버하지만, 더 정교해진 판단과 선택으로 위치를 선점하고 상대의 공격 전개를 조기에 차단한다. 게다가 수비로 공을 되찾으면 높은 성공률의 패스를 기반으로 한 빌드업으로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키 패스와 드리블 전진이 매 시즌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수비수인 홍명보 감독은 지난 연말 만난 자리에서 “대단하다. 지금까지 한국 수비수들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다.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는 이제 김민재의 것이다”고 호평했다. 큰 체구에도 빠른 발, 과감한 판단, 확실한 볼 처리로 신뢰를 쌓았다. 게다가 수비 지능이 좋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멘털과 자신감은 최상급이다. 김민재는 월드컵 이후 절친인 황인범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서 “내 수비 방식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항상 자신 있게 상대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현재 김민재를 원하는 빅리그의 주요 팀들은 모두 이런 주도적인 공격과 전진 압박의 축구를 펼치는 팀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위해 뒤를 든든히 지켜줄 선수로 다들 김민재를 점찍은 것이다. 김민재가 인기를 모으는 또 다른 이유는 가성비다. 나폴리 입단 당시 김민재는 4년 계약을 맺었다. 거기에는 특수 장치가 하나 있다. 올해 7월1일부터 15일까지 보름 동안 한시적으로 바이아웃이 존재한다. 바이아웃은 선수와 소속팀이 설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팀이 나타나면 이적할 수 있는 조항이다.
검증된 수비력…주도적인 공격 축구에 필요한 최고의 센터백
김민재와 나폴리가 맺은 한시적 바이아웃 금액은 5000만 유로(약 680억원)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맨유, 리버풀, PSG 등은 상대적인 헐값(?)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고의 센터백을 데려오려는 것이다. 급해진 쪽은 나폴리다. 김민재가 이 정도로 활약하며 빅클럽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김민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가 감당하기 힘든 높은 금액의 이적료를 불러야 하는데 한시적 바이아웃 조항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나폴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연봉을 인상하는 대신 50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삭제하는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아웃을 없앨 경우 김민재의 몸값은 나폴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역대 센터백 최고 이적료는 2019년 레스터시티에서 맨유로 이적한 해리 매과이어가 기록한 8700만 유로다. 나폴리는 김민재가 최소 7500만 유로(약 102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 중이다. 새로 맺을 계약에 넣으려는 바이아웃 금액도 7500만 유로다. 나폴리가 김민재를 장기적으로 잡아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 나폴리는 국내 핀테크 기업 두나무가 소유한 가장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2024년까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김민재로 인한 상업적 결실까지 나오는 시점에서 나폴리는 최대한 선수를 잡아두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