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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시즌2는 어떻게 상승세를 탔나
OTT 콘텐츠·Z세대 코드 활용해 시너지 창출

현실 정치가 코미디보다 재밌다지만, 정치에 신랄한 풍자를 던지는 코미디쇼에 대한 갈증은 대중에게 늘 존재했다. 하지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원함은 없었다. 풍자 코미디로 승부를 걸었던 개그 코너들의 명맥은 끊겼고, 시사 이슈를 다루는 코미디는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SNL코리아(이하 SNL)의 부활은 관심사였다. 과거 ‘여의도 텔레토비’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보여줬던 ‘정치 풍자’라는 DNA를, 새로 부활한 SNL이 과연 가지고 있을지 대중은 궁금해했다.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오면서, ‘정치의 계절’을 맞이한 SNL은 풍자에 거침이 없다. 정책과 사회 전반에 대한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SNL은 수년 동안 부재했던 시사 코미디를 소생시킬 수 있었을까. 지금 SNL 시즌2가 순항하는 이유는 뭘까.
2012년 tvN의 SNL코리아 시즌1은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로 대선후보 패러디를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SNL 코리아 제공

기성세대 정치인-Z세대 인턴기자의 조합

쿠팡의 OTT인 쿠팡플레이를 통해 선보인 ‘리부트 SNL’의 시즌1은 ‘순한 맛’이었다. 재난지원금, 물가, 코로나19 등 현재의 이슈를 짚거나 ‘50억 퇴직금’과 같은 논란을 다루기는 했지만, 특유의 신랄함으로 풍자의 명가라고 불렸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치 시즌이 다가오면서 SNL은 조금씩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즌1 후반부터 ‘주기자가 간다’라는 코너를 통해 대선후보들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후보들에 대한 공통된 질문은 ‘정치 풍자 코미디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전폭적으로 환영한다”고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조선시대에도 왕을 흉보는 마당극이 가장 인기였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주 좋다고 본다”면서 “SNL의 정치 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했다. 이것은 SNL이 깔아둔 포석이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시즌2를 시작한 SNL은 대선후보들의 민감한 이슈를 패러디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풍자의 문을 열었다.
시즌2는 콜드 오프닝에서부터 대선후보들을 패러디한다.ⓒSNL 코리아 제공
시즌2는 콜드 오프닝에서부터 대선후보들을 패러디한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풍자하고, 이재명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을 빗대 연기한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김건희씨의 기자회견 장면도 패러디됐다. 한 네티즌이 김건희씨의 기자회견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영화의 OST인 《I Believe》를 배경음악으로 입혀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었는데, SNL은 이 ‘밈’을 놓치지 않았다. ‘게임이 잘 안될 때 밤새 울어주는 다감한 아빠’ ‘부동산 투자 성공’ 등의 메시지로 이 후보에 대한 의혹도 다뤘다. 패러디의 전제는 인물의 몸짓과 말투의 특징을 잡아 흉내를 내는 SNL코리아 출연진의 연기력이고, 핵심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디스’다. 실제로 SNL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균형감’이다. 안상휘 CP는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진영이 너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균형감을 굉장히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주기자가 간다’ 코너는 시즌2 정치 풍자의 백미다. 시즌1 후반처럼 인턴기자인 ‘주기자’가 실제 정치인을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콘셉트다. SNL코리아 측에 따르면 ‘주기자가 간다’는 확정된 고정 코너는 아니지만, 최근 방영된 회차에서 모두 진행됐다. 윤석열 후보와 갈등을 겪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연인과 싸우면 ‘잠적’을 하는지 ‘잠수’를 타는지 묻고, 비트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느냐는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멸콩 쇼’와 ‘당 대표와 대선후보의 밀당 애정 쇼’ 중 어떤 것이 더 웃긴 코미디쇼냐고 묻는다. 페이스북에 올린 ‘짤방’을 가져와 어떤 정치인의 종아리를 때려주고 싶냐고 질문하고, ‘철없는 재벌 인스타 못 하게 하기’를 거론하며 정·재계를 가리지 않는 ‘디스’를 펼친다.
SNL코리아의 백미는 ‘주기자가 간다’ 코너다. 주현영 인턴기자가 정치인들을 만나 짧은 인 터뷰를 진행하면서 과감한 질문을 던진다.ⓒSNL 코리아 제공

OTT 콘텐츠 활용한 패러디도 눈길

시즌2 풍자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이는 주현영이다. 기성세대와 Z세대를 연결하는 인터뷰가 주현영을 통해 진행된다. Z세대 말투와 태도를 성대모사한 주기자 캐릭터는 주현영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 기성세대의 대표적 인물인 정치인들에게 Z세대 인턴기자의 질문은 당혹스럽다. 인턴기자의 리액션도 과감하다. 실망스러운 답변에는 재미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답변이 길어지면 “짧게 답해 달라”며 말을 끊어버린다. ‘표창장 위조한 딸’과 ‘상습적으로 도박하는 아들’ 중 한 명을 꼭 골라야 한다며 ‘밸런스 게임’을 단호하게 진행한다. 유일한 MZ세대인 이준석 대표에게는 386세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외쳐 달라고 한다. 엉뚱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논란들이 담겨 있는 질문에 정치인들이 곤란해하는 모습이, 기성세대와 Z세대가 만나 만들어내는 언밸런스한 조합에 더해져 SNL표 정치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SNL코리아 시즌1은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정부의 정책을 풍자했다. (아래) 시즌2 《메타버스 지옥》 코너는 넷플릭스 《지옥》을 패러디해 청년 취업 문제를 담았다.ⓒSNL 코리아 제공
사회현상과 정책에 대한 풍자도 활발하다. 이때 활용하는 것은 OTT 플랫폼의 인기 콘텐츠들이다. SNL은 시즌1에서 직장생활을 《오징어 게임》에 빗댄 ‘갑오징어 게임’이라는 코너를 선보였고,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도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정부의 정책을 풍자했다. 두 번째 시즌에서도 이 같은 콘셉트를 이어갔다. 넷플릭스 《지옥》을 패러디한 ‘메타버스 지옥’ 코너다. VR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가 일명 ‘취업 지옥’을 경험하는 내용으로, 촉법소년 처벌 문제, 민정수석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도 녹여낸다. OTT가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쿠팡플레이라는 OTT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인 SNL이 타 OTT의 인기 작품을 패러디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이자, 화제성과 흥미를 담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공개를 앞둔 OTT 대작이 많은 만큼, SNL의 패러디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SNL의 인기는 쿠팡플레이의 활성화까지 일부 견인하고 있다. 초기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쿠팡플레이는 SNL과 《어느 날》 등 오리지널 시리즈에 박차를 가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1년 1월 52만에서 12월 기준 358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든 OTT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업계 3위인 티빙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쿠팡플레이 이용자 수가 티빙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즌2에서는 Z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를 다룬다. 신혜선 편 《열일곱이지만 서른입니다》와 《MZ 퀴즈쇼》ⓒSNL 코리아 제공

신조어 등으로 Z세대와의 연결고리 만들어

SNL 특유의, 새로운 세대와의 연결고리는 계속 가져간다. ‘신조어’를 통해서다. 신조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자연 도태되고 생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OTL’(좌절의 상황에서 쓰이던 언어), ‘당근이지’(당연하지) 같은 용어들이 자주 쓰이던 때가 있었고,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흠좀무’(흠, 좀 무섭군요),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같은 말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SNL은 그 변화를 캐치하고, 지금 시대의 언어를 반영하는 시도를 한다. SNL은 리부트되기 전인 시즌9(2017)에서 10대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유행어를 ‘설혁수 특강’으로 풀어낸 바 있다. 이번 SNL에서도 콩트 등을 통해 Z세대가 자주 쓰는 언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시즌2 신혜선 편에서 본격적으로 ‘요즘 애들’의 언어를 다뤘다. 고등학교에 잠입한 위장 경찰을 연기한 신혜선이 ‘코노 마렵다’(코인 노래방 가고 싶다), ‘쌉가능이지’(매우 가능하지) 등 10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오나전’(완전), ‘완소’(완전 소중) 같은 과거 유행어를 사용하다 외면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MZ세대 특훈을 통해, 신혜선은 ‘어쩔티비’(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 ‘킹받는다’(매우 열받는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등 신조어를 배워 사용한다. MZ세대 언어를 맞히는 퀴즈쇼도 진행된다. 여기서도 ‘갑통알’(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 해야겠다) 같은 기성세대가 모르는 단어가 대거 등장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어쩔티비’와 같은 말을 사용하는데 무슨 뜻이냐”고 묻는 글들이 올라오는 상황. 이 코너가 ‘자녀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바라는 티비쇼’라는 SNL의 설명처럼, 이 같은 콘텐츠가 기성세대와 Z세대의 간극을 좁히려는 긍정적인 시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게 현실적인 트렌드를 담아내는 것이 시사 코미디쇼의 역할이라면, SNL은 정치 이슈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시즌에는 ‘강력한 풍자를 하겠다’던 제작진의 다짐처럼, SNL 시즌2의 거침없는 패러디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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