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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0%대 진입해야 ‘3강’ 구도 가능
“본인 힘만으로 숙제 풀기엔 한계” 지적도

“설 연휴 전 대선 구도는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월4일 시사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가 믿는 일을 하다 보면 결과로 인정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자신했다. 안 후보는 이어 “설 이후에는 1강 2중 구도로 선거에서 최종 승리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른바 ‘안풍(安風)’의 세기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의 자신감은 숫자에서 나온다. 지난해까지 한 자릿수대에 머물던 지지율은 연말을 지나며 두 자릿수대로 진입했다.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낸 셈이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반등 기회는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높은 충성도와 큰 팬덤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양당 주자들과 비교해 안 후보를 부상시킨 지지층의 구심력과 세(勢)가 약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연 ‘안풍’은 곧 잦아들 ‘미풍’일까, 시간을 두고 거세질 ‘태풍’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1월4일 서울 국민의당 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월4일 서울 국민의당 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의 시간’ 잡았으나, 다시 주춤주춤

새해 들어 발표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연달아 10~15%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사기관과 시기별로 등락의 차이는 다소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11월1일 출마선언을 한 이후 한 달여간 지지율이 줄곧 5% 내외에 머물렀다. 이를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최근 한 달 만에 약 2~3배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당초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다. 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당일 시사저널과 만난 한 평론가는 “출마는 자유지만 대중에게 피로감만 안길 것이다. 안 후보보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더 위협적인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는 대선 레이스를 알리는 마스코트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조소에 가까운 전망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안 후보는 제3 후보 중 단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의 분명한 ‘변수’가 됐다. 안 후보가 기회를 잡은 건 국민의힘에 위기가 닥치면서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대선 환경이 윤 후보에게 유리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팬덤이 이재명 후보를 비토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여기에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론이 고개를 들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득세하면서 반문(反文) 주자인 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렸다. 그러나 ‘꽃길’을 걸을 것 같던 윤 후보가 출마 이후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은 경선 이후 내홍에 휩싸였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불거지며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잇따라 선대위에서 하차했다. 여기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 본인은 ‘전두환 옹호 논란’ ‘개 사과 논란’ 등을 자초했다. 결국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안 후보의 부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윤 후보에게 실망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로 표심을 돌리면서다. 윤 후보와 같은 반문(反文) 주자면서, 윤 후보에 비해 안정감 있는 이미지와 10년 가까운 정치 경력을 갖춘 경험이 ‘매력적인 대안의 선택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대장동 비리 의혹’ 탓에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일부 진보‧중도 성향 지지자들까지 안 후보가 흡수하기 시작했다. 1월4일 시사저널과 만난 안철수 후보는 “유권자들의 (대선후보) 첫 번째 비교 기준은 도덕성이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부도덕한데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세상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도덕성과 윤 후보의 전문성을 동시에 직격한 셈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그동안 의사, IT 전문가, 경영인, 교수, 정치인 등의 길을 걸어온 저와 다른 후보들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7년 3월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3월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대선, ‘녹색 돌풍’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지난해 12월말부터 1월초는 확실히 ‘안철수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여론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말한 ‘3강 체제’의 기준을 지지율 20% 진입이라고 본다. 그러나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10~15% 박스권에 갇힌 양상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분명 위협적인 수치지만, 같은 ‘체급’의 주자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지지율이다. 역설적이게도 안 후보에게 기회를 줬던 국민의힘이 다시금 안 후보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진영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특히 2030세대,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과의 소통에 능한 이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안 후보에게 향했던 젊은 유권자들이 다시금 윤 후보에게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다. 한때 10%포인트까지 이 후보에게 밀렸던 윤 후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를 앞지르는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안 후보는)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중도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높은 도덕성을 지닌 후보”라면서도 “지금의 지지율 상승은 안 후보가 잘해서가 아닌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실수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 안 후보가 강력한 비전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3강 후보로 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5년 전 19대 대선에서의 숙제를 아직 풀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출마선언을 하며 10% 안팎에 머무르던 지지율이 대선을 두 달여 앞둔 2017년 3월에는 20%대까지 껑충 뛰었다. 국민의당이 호남 경선에서 10만여 명에 달하는 시민을 모으며 ‘컨벤션 효과’를 일으킨 영향이 컸다. 그러나 안 후보는 결국 ‘다크호스’에 그쳤다. 이후 두 달간의 중요한 시기에 추가적인 지지세를 얻지 못한 끝에 그해 5월 대선에서 21.4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로 낙선했다. 당시 제기됐던 안 후보의 패배 원인이 ‘반문’ 외 추가적인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존 양당에 비해 충성도가 부족한 정치 팬덤, 좁은 지역 지지 기반이 한계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도 안 후보가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안 후보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국민의힘에 후보교체론이 거세게 일 정도로 윤 후보가 추락하는 것 뿐”이라며 “그 외 숙제들은 본인의 힘만으로 풀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 측은 여전히 ‘3강 체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진영과 당,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안 후보가 공정이 화두가 된 이번 대선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단일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게 안 후보 측이 여전히 내세우고 있는 포부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단일화를 경계하는 큰 이유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준비한 여러 정책 역량과 행보, 메시지를 통해 진면목을 보여드려 점수를 딸 것”이라며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할 후보가 누군지 판단되면 단일화와 관계없이 표심이 집결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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