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율 20%대 진입해야 ‘3강’ 구도 가능
“본인 힘만으로 숙제 풀기엔 한계” 지적도
‘안철수의 시간’ 잡았으나, 다시 주춤주춤
새해 들어 발표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연달아 10~15%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사기관과 시기별로 등락의 차이는 다소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11월1일 출마선언을 한 이후 한 달여간 지지율이 줄곧 5% 내외에 머물렀다. 이를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최근 한 달 만에 약 2~3배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당초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다. 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당일 시사저널과 만난 한 평론가는 “출마는 자유지만 대중에게 피로감만 안길 것이다. 안 후보보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더 위협적인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는 대선 레이스를 알리는 마스코트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조소에 가까운 전망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안 후보는 제3 후보 중 단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의 분명한 ‘변수’가 됐다. 안 후보가 기회를 잡은 건 국민의힘에 위기가 닥치면서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대선 환경이 윤 후보에게 유리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팬덤이 이재명 후보를 비토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여기에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론이 고개를 들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득세하면서 반문(反文) 주자인 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렸다. 그러나 ‘꽃길’을 걸을 것 같던 윤 후보가 출마 이후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은 경선 이후 내홍에 휩싸였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불거지며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잇따라 선대위에서 하차했다. 여기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 본인은 ‘전두환 옹호 논란’ ‘개 사과 논란’ 등을 자초했다. 결국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안 후보의 부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윤 후보에게 실망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로 표심을 돌리면서다. 윤 후보와 같은 반문(反文) 주자면서, 윤 후보에 비해 안정감 있는 이미지와 10년 가까운 정치 경력을 갖춘 경험이 ‘매력적인 대안의 선택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대장동 비리 의혹’ 탓에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일부 진보‧중도 성향 지지자들까지 안 후보가 흡수하기 시작했다. 1월4일 시사저널과 만난 안철수 후보는 “유권자들의 (대선후보) 첫 번째 비교 기준은 도덕성이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부도덕한데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세상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선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도덕성과 윤 후보의 전문성을 동시에 직격한 셈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그동안 의사, IT 전문가, 경영인, 교수, 정치인 등의 길을 걸어온 저와 다른 후보들은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2017년 대선, ‘녹색 돌풍’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지난해 12월말부터 1월초는 확실히 ‘안철수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여론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말한 ‘3강 체제’의 기준을 지지율 20% 진입이라고 본다. 그러나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10~15% 박스권에 갇힌 양상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분명 위협적인 수치지만, 같은 ‘체급’의 주자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지지율이다. 역설적이게도 안 후보에게 기회를 줬던 국민의힘이 다시금 안 후보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진영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특히 2030세대,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과의 소통에 능한 이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안 후보에게 향했던 젊은 유권자들이 다시금 윤 후보에게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다. 한때 10%포인트까지 이 후보에게 밀렸던 윤 후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를 앞지르는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안 후보는)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되는 중도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높은 도덕성을 지닌 후보”라면서도 “지금의 지지율 상승은 안 후보가 잘해서가 아닌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실수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 안 후보가 강력한 비전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3강 후보로 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5년 전 19대 대선에서의 숙제를 아직 풀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출마선언을 하며 10% 안팎에 머무르던 지지율이 대선을 두 달여 앞둔 2017년 3월에는 20%대까지 껑충 뛰었다. 국민의당이 호남 경선에서 10만여 명에 달하는 시민을 모으며 ‘컨벤션 효과’를 일으킨 영향이 컸다. 그러나 안 후보는 결국 ‘다크호스’에 그쳤다. 이후 두 달간의 중요한 시기에 추가적인 지지세를 얻지 못한 끝에 그해 5월 대선에서 21.4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로 낙선했다. 당시 제기됐던 안 후보의 패배 원인이 ‘반문’ 외 추가적인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존 양당에 비해 충성도가 부족한 정치 팬덤, 좁은 지역 지지 기반이 한계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도 안 후보가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안 후보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국민의힘에 후보교체론이 거세게 일 정도로 윤 후보가 추락하는 것 뿐”이라며 “그 외 숙제들은 본인의 힘만으로 풀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 측은 여전히 ‘3강 체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진영과 당,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안 후보가 공정이 화두가 된 이번 대선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단일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게 안 후보 측이 여전히 내세우고 있는 포부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단일화를 경계하는 큰 이유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준비한 여러 정책 역량과 행보, 메시지를 통해 진면목을 보여드려 점수를 딸 것”이라며 “결국 국민이 판단한다.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할 후보가 누군지 판단되면 단일화와 관계없이 표심이 집결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