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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TV토론, 관심도 높이지만 역전 만든 사례 드물어
유동성 강한 2022 대선에선 “결정적 역할 할 수 있다” 관측도

2022년 대선의 핵심 변수로 설 연휴 전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TV토론이 꼽힌다. TV토론의 승패가 유의미한 지지율 변화로 이어진다면 판세의 유불리까지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TV토론의 영향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선거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TV토론의 존재감과는 달리, TV토론 이후 후보 역전 등 실제 판세를 뒤바꾼 사례는 많지 않아서다. 2022년 대선에서는 TV토론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TV토론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의 모습(왼쪽)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TV토론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의 모습 ⓒ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TV토론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의 모습(왼쪽)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TV토론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의 모습 ⓒ 시사저널

안갯속 대선 판세, TV토론으로 승부 기울까

25일 정치권에서는 명일 결정되는 TV토론 향방을 두고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당초 설 연휴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토론이 기획됐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으로 잠정 중단됐다. 이에 대한 결론은 26일 나온다. 양자 토론이든, 다자 대결이든 TV토론에 나설 후보들은 첫 만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강 후보 모두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라 네거티브 공세가 일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TV토론의 성패에 따라 ‘설 밥상 민심’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지지율 판세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점도 TV토론의 주목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지만, 이 후보와 오차범위 이내에서 경합한다는 결과가 상당수다.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도층 표심이 TV토론을 기점으로 특정 후보 지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TV토론은 결집력 약한 2030세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017년 4월28일 제19대 대선 5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2017년 4월28일 제19대 대선 5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TV토론회로 판세 역전 어려울 수도”

일각에선 TV토론이 승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TV토론으로 인해 원래 지지하던 사람을 더 강하게 지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지하는 사람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을 지지하는 전환과 유입효과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7년 대선을 예로 들며 “냉정하게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토론을 잘했나”라며 “그런데도 1등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TV토론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 비해 수세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지율 선두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최종 당선됐다. 한국정치학회에서 실시한 19대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95.5%가 토론회 시청 후에도 문 후보를 지지했고, 홍준표 후보의 경우도 94%가 지지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밀려 토론을 기피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역시 판세는 그대로 유지됐다. 2007년 대선에서도 토론회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으나 최종 당선된 것은 이명박 새누리당 후보였다. 미국 대선에서는 TV토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도 낙선한 사례가 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TV토론이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클린턴 후보의 완승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과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였다. TV토론이 유권자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어도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 셈이다.
2016년 10월9일 TV토론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후보 ⓒAP 연합
2016년 10월9일 TV토론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후보 ⓒAP 연합

“TV토론 강자라는 이재명, 자만해선 안 돼”

물론 TV토론회가 판세를 역전할 정도는 아니어도 지지율 변곡점으로 작용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제가 MB아바타입니까”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안 후보는 대안 세력으로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골든크로스까지 넘보는 상황이었으나, TV토론회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고꾸라졌다. 앞선 한국정치학회 자료에 따르면, 사전조사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 중 49.8%만이 실제 선거에서 안 후보를 뽑았다고 밝혔다. TV토론회 이후 절반이 넘는 안 후보의 지지자가 떨어져나간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평론가들은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것이 TV토론회”라고 입을 모은다. TV토론에서는 절대 강자도 없고 절대 약자도 없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한다는 취지다. 특히 상대적으로 TV토론의 강자로 꼽히는 이 후보가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에서 자신하는 것처럼 이 후보에게 TV토론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기대치를 잔뜩 높여 놓은 이 후보에게 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도 “윤 후보는 평균만큼만 해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기대가 낮지 않느냐”며 “다자토론에서는 심 후보와 안 후보도 이 후보를 공격할 수 있다. TV토론이 이 후보에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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