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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5대 핵심 변수 ③ 대장동 리스크]
野 특검 공세는 ‘대장동=이재명’ 프레임 전략
‘초과이익 환수 누가 막았나’ 김문기 편지 선거판 흔들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괴롭힌 ‘대장동’ 이슈가 한 달 안에 검찰 수사에 의해 판가름 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투표 당일까지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변수 중 변수인 것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대장동 이슈를 지속적으로 선거판에 끌어내며 이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 예정이다. 관련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줄을 잇는 상황 또한 영화 《아수라》와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국민 뇌리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에게는 대장동 사건이 ‘사법 리스크’보다 ‘국민정서 리스크’로 작용할 최대 변수가 되는 셈이다.

2021년 11월17일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이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김문기가 남긴 편지…배임 화살을 이 후보에 정조준

당장 대장동 수사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편지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김 처장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세 차례나 넣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남겼다. 김 처장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A4 2장 분량의 자필편지에서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라는 제목을 통해 절절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세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윤정수 당시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편지로 알려졌다. 그는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고 적었다.

김 처장은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 등 대장동 사업의 실무 전반을 담당했다. 민간사업자가 추가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문제는 이 사건 배임 혐의의 핵심으로 꼽혔다. 결국 김 처장의 편지는 배임의 화살을 이 후보에게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김 처장의 편지가 이 후보의 배임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 성남시 최고결정권자인 이 후보가 초과이익을 환수하지 못하게 했다는 ‘정서’가 남는다. 여당 관계자는 “선거는 심리다. 팩트보다 앞서는 게 심리전인데 마치 이 후보가 초과이익 환수를 막았다는 식의 편지 한 장이 국민에겐 각인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김 처장의 편지 공개와 같은 시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2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을 담당한 성남도개공사 설립 직전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의장직을 줄 테니 의장이 돼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는 게 알려졌다.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이던 최 전 의장은 당내 갈등 탓에 의장 경선에서 탈락했는데도 당시 시의회 소수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로 의장에 당선됐다. 김씨의 말대로 의장이 된 셈이다. 김씨가 최 전 의장과 성남시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통해 최윤길을 의장으로 만들었을지라도 여소야대 시의회를 움직일 힘이 당시 일개 기자였던 김씨만으로 이뤄졌겠냐는 의혹은 국민의힘을 통해 분출 중이다. 당시 성남시장 역시 이 후보다.

이미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를 도와 대장동 사업을 성사시켜준 대가로 40억원을 약속받은 혐의로 1월18일 구속됐다. 이렇듯 대장동 개발사업의 총책이 이 후보를 향해 가는 현실에 국민의힘의 공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검경이 손을 놓고 있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특검 도입과 대장동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실제 특검이 도입되긴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대장동=이재명’ 프레임을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사저널 최준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1년 10월11일 서울중 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윗선 수사는 ‘보여주기용’?…마무리 수순 밟기 시작한 검찰 수사

검찰의 수사도 윗선을 향하고 있다. 최근 ‘윗선 수사’의 핵심 고리로 여겨지는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소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윗선 수사에 착수한 모양새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부실장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문건들에 결재·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5년 2월 유한기 전 본부장을 통해 황무성 전 사장을 사퇴하게 한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29일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때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지기 직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윗선 의혹 수사를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100여 일이 지난 시점에야 윗선 수사의 핵심인 정 부실장을 소환하는 것을 두고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시점에 그를 소환해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즉 서울중앙지검에 일선 지청급 규모 수사팀을 투입하고 100일 이상 지난 시점에야 처음으로 윗선 수사에 돌입하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인사와 대선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보여주기식’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정 부실장 관련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는 2월6일이다.

이처럼 검찰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상황에서 최근 공개된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은 또 다른 돌발변수다. 녹취록에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만배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한국일보가 1월19일 공개한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김씨가 2019~20년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들과 성남시 소속으로 추정되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함됐다. 또한 분양수익을 로비 자금으로 어떻게 분배할지를 논의한 대화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폭탄의 파편이 야당에도 튈 수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이재명 후보에게 정조준된 국민정서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은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나 언론의 초과이익 환수 지적 등에 동요하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감정이 더 상해 있는 것”이라며 “대장동 건에 투영되는 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터진 LH 사태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사법 리스크가 아닌 국민정서 리스크를 짚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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