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연구진, 임상시험 결과 발표
“가벼운 부작용 3분의 2는 부정적 생각으로 인한 ‘역플라시보’ 효과”
피로나 두통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가벼운 부작용은 대부분 심리적 영향인 일종의 ‘역플라시보 효과’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피로나 두통 등을 부른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캡축 교수 연구진은 1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코로나 백신 접종자들이 겪는 일반적인 부작용의 3분의 2 이상은 역플라시보 효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을 먹거나 꾸며낸 치료를 받고도 진짜 약이라는 믿음 때문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약(僞藥) 효과라고도 한다. 반대로 진짜 약을 처방해도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역플라시보 또는 노시보 효과라고 한다.
캡축 교수 연구진은 미국에서 진행된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12건의 결과를 분석했다. 임상시험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실제 백신을 접종하고, 한 그룹에는 식염수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에게는 본인이 실제 백신을 맞는지, 아무 효과가 없는 식염수를 맞는지 고지하지 않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 백신 접종자 2만2802명이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했다. 가짜약을 접종한 그룹에서도 2만2578명이 경증 부작용을 보고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혈전이나 심근염 같은 중증 부작용은 배제하고 경증 부작용만 대상으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1차 접종 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부작용은 76%가 역플라시보 효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접종 후 부작용도 52%가 역플라시보 효과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1차 접종에서 가짜 주사를 맞은 플라시보 그룹은 35%가 피로나 두통 같은 전신 부작용을 호소했으며, 16%는 주사부위가 붓거나 붉게 변하는 국소적인 부작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실제 백신을 맞은 사람은 46%가 한 가지 이상의 전신 부작용을 호소했으며, 3분의 2는 국소 부작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결국 백신 접종자에서 나타나는 전신 부작용의 76%는 역플라시보 효과인 노시보 효과로 설명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국소 부작용의 4분의 1도 노시보 효과로 설명됐다.
2차 접종 후 플라시보 그룹 중 전신 부작용이 나타난 사람은 32%, 국소 부작용은 12%로 감소했다. 실제 백신 접종자는 61%가 전신 부작용, 73%가 국소 부작용 증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2차 접종자의 부작용 52%는 노시보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두통이나 일시적인 피로감, 팔의 통증은 상당 부분 백신 성분 때문이 아니라 노시보 반응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자에게 노시보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 접종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