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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풍토병과 비슷하게 갈 것” 종식 희망 메시지 이어져
국내 전문가들 “섣부른 거리 두기 완화 땐 또 의료대란 올 것”

올해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외국에서는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관론이 더 우세한 편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본격적인 대유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섣불리 완화하면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체계부터 다진 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유행 2년을 넘긴 1월5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3억 명에 육박했고 누적 사망자도 약 550만 명이다. 하루에만 15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지난 2년 동안 하루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긴 적은 없었다. 그만큼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유례없이 거세다. 
ⓒ시사저널 임준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지난해 12월21일 서울 명동 거리는 북적였다.ⓒ시사저널 최준필
그래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꾸준히 진행 중이고 경구용 치료제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코로나19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그 시기를 올해 말께로 점쳤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희망’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글에서 “팬데믹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알게 됐고 증명된 전염 통제 수단을 가졌다. 우리가 목표대로 전진한다면 2022년 말에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국가가 올해 중반까지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등의 전제 조건을 덧붙이기는 했으나, WHO 수장의 코로나19 종식 발언에 세계 각국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예상대로 오미크론의 심각성이 덜하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현지 언론인 CNBC에 출연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빠르게 정점을 찍고 꺾였다. 미국의 인구 규모,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분포를 볼 때 확산세가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2주 이상 걸릴 것이며, 1월말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도 파우치 소장의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의 오퍼 레비 박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확산 물결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봄과 여름 상황은 현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올해 가을과 겨울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성 질병의 확산세를 보게 되겠지만 풍토병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인 보건장관은 공영방송 ZDF를 통해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 우리가 정상적인 삶을 완전히 되찾고 또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의 무화가 적용된 가운데 한 시민이 12월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 QR코드로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확진자 감소는 오미크론 유행과 무관

그렇다면 우리도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지난해 11월초 1000명대이던 하루 확진자는 한 달 보름 만인 12월15일 7850명으로 급증했다. 결국 정부는 12월16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그러자 하루 확진자 수는 점점 줄어 12월말 4000명대로 감소했다. 정부는 12월31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1월16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데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한 근거는 질병관리청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할 경우, 1월 중하순에 확진자가 1만여 명으로 늘어났다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업시간이든 인원 제한이든 다소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할 경우에는 그 수가 1만80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IST 분석 결과는 이른 시기에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오미크론이 그만큼 빨리 전파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1월4일 확진자 수는 3024명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국발 낙관론처럼 우리도 올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해 확진자 수가 감소했다. 이는 델타 확산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 오미크론 유행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오미크론은 2월께 국내에서 우세종이 될 것이다. 1월16일 이후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할 것 같은데, 그러면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확진자 수가 최근 감소했다고 오미크론 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오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는 외국보다 마스크 착용을 잘했다. 이것이 오미크론 유행 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래도 1~2월에 오미크론은 우세종이 될 텐데, 젊은 층에선 증상이 가볍다 해도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게는 ‘악마’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유행하면 의료체계 붕괴 우려

의료계는 방역을 거의 다 풀다시피 했던 지난해 11월과 12월초까지를 ‘악몽’이었다고 표현한다. 조만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그 악몽이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은 악몽 같았다. 경증이라는 환자를 진료해 보니 대부분 중증이었다. 그리고 식당이나 카페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다소 잠잠한데, 이를 다시 완화하면 2~3주 뒤에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 눈에 보인다. 독감도 2~4월 사이에 2차 유행이 있다. 이때가 개학 시기여서 활동 범위가 넓은 학생들이 감염된 후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게 전파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난다. 예방의학 예측 모델에서도 사람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봄과 여름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독감처럼 계절성 호흡기질환이 되더라도 이것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재갑 교수는 “지난해 12월 하루 7000명대 확진자가 나왔을 때, 선별 검사를 받는 데만 2~3시간 기다리고 재택치료 또는 병상 배정에 며칠씩 걸리는 등 의료체계가 흔들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이제 하루 확진자 수를 7000명대에서 3000명대로 낮췄는데, 이는 사실상 델타를 겨우 막은 것이다. 오미크론이 유행해 하루 1만~2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면 의료체계는 멈춘다. 선별 진료부터 흔들리면 중증 환자 선별도 불가능하고 경구 치료제 투약 시기도 놓친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동네 의원에서 선별 진료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재갑 교수는 “독감 유행이 심할 때 3개월간 약 300만 명에게 타미플루가 처방됐다. 전국 모든 소아청소년과·내과·이비인후과 등에서 환자가 1~2시간 대기한 후 진료받았다. 즉 의원을 총동원해야 하루 3만 명의 환자를 겨우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네 의원에서 선별 진료를 받도록 체계를 갖추고 지원하고 교육하는 것이 오미크론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동네 의원에서 선별 진료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풀더라도 자영업자들을 충분히 지원하면서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 정진원 교수는 “동네 의원에서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하는 체계를 갖춘 후 거리 두기를 서서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에 대비해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에서 새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외신에 따르면 1월3일 아프리카 카메룬 여행자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12명에게 전파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김우주 교수는 “작년 초 백신이 나왔을 때 겨울쯤 일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5~6월 델타가 출현해 물거품이 됐다. 지난여름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했더니 11월 오미크론이 발생해 또 틀어졌다. 올해 말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여부다. 특히 이번 겨울이 마지막 고비인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는 미리 방역을 강화한 일이 없고 항상 뒷북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적기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가진 무기는 백신과 치료제다. 그러나 세간에는 오해와 불신이 만연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민의 소통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김우주 교수는 “3차 백신 접종은 오미크론을 막는 1차 접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접종은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다. 연령에 따라 맞는 시기가 달라 혼란스럽고 접종 속도도 나지 않는다. 간단명료하게 ‘3차 접종을 해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바이러스제(경구용 치료제)도 동네 약국에서 살 수 있을 것처럼 인식돼 있다. 치료제 투약 대상이나 시기가 한정적이고 다른 약과 상호 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국민과 의료진에게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소통은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감염병에서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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