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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합성니코틴 업자, 줄기니코틴 업계 상대 ‘청부 감사’ 로비 의혹…감사원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

감사원이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줄기니코틴 액상과 관련해 ‘청부 감사’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줄기니코틴 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합성니코틴 수입업자가 황찬현 전 감사원장을 통해 감사원 감사를 청탁했다는 주장이다. 줄기니코틴 감사보고서의 근거 자료도 합성니코틴 업자가 제공한 조작된 자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19년 11월 감사원이 공개한 ‘연초 줄기·뿌리 추출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의 수입 및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의 파장은 전자담배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안겼다. 감사 결과의 핵심요지는 관세청·환경부·보건복지부의 줄기니코틴 액상의 유해성 문제와 수입·관리 실태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후 줄기니코틴에 대한 과세 논의가 불붙었고, 올해부터 줄기니코틴도 담배에 포함하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시사저널 8월12일 ‘[단독] 전자담배 업계의 2조 세금 전쟁…잎이냐 줄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사 참조)
황찬현 전 감사원장과 서울 종로구 북촌로 112번지 감사원 전경ⓒ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신봉철 넥스트에라 회장은 누구?

사실 줄기니코틴은 담배사업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잎’을 원료로 했을 경우만 해당됐다. 연초 줄기·뿌리가 주원료인 줄기니코틴은 법률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담배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금 부담은 덜하면서 마진율이 높은 줄기니코틴 담배 액상 수입이 폭증했다. 법의 사각지대를 잡아낸 감사원 감사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에 전직 감사원장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로 인해 특정 집단이 반사이익을 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의 줄기니코틴 감사는 줄기니코틴 업계와 대립각을 세우던 합성니코틴 업계 관계자가 주도한 청부 감사라는 의혹이 짙다. 합성니코틴은 연초에서 니코틴을 추출하지 않고 말 그대로 화학적인 합성물로 만든 니코틴이다. 합성니코틴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담배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 업계는 줄기니코틴에서 합성니코틴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과세 대상에서 빠진 합성니코틴 시장은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줄기니코틴 감사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줄기니코틴 감사는 합성니코틴 수입업자 신봉철 넥스트에라 회장 측의 제보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 회장은 재미교포 출신으로 국내 합성니코틴 업계에서 ‘큰손’이다. 그는 미국 합성니코틴 회사와 국내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고, 합성니코틴 관련 특허를 보유하면서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 줄기니코틴을 전자담배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줄기니코틴의 불법성을 강조하면서, 줄기니코틴이 사라져야 합성니코틴이 전자담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줄기니코틴 관계자들에 대한 민원과 투서를 지속적으로 사정기관에 제보했다. 신 회장은 자신의 측근을 통해 줄기니코틴 감사를 청구했다. 줄기니코틴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청구인 A씨는 신 회장이 설립한 레이벤엔터프라이즈(넥스트에라의 전신)의 부사장이었다. 감사원 보고서는 “청구인(A씨 등 1326명)은 줄기니코틴이 탈세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유해성이 심각한 실정인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며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감사 실시를 결정하고, 청구인에게 회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전관 속한 로펌이 감사 컨설팅

이런 사실은 신 회장과 A씨의 긴밀한 관계가 서로 틀어지면서 업계에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올해 초 줄기니코틴 업계 관계자들을 찾아가 신 회장의 지시를 받고 감사원에 줄기니코틴 감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털어놨다. A씨 측 역시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신 회장의 지시를 받고, 줄기니코틴 감사 자료를 만들어 감사원에 제보했다”며 “전관 출신인 감사원장 등을 통해 감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신 회장의 각종 비리에 대해 공익 제보를 한 상태다. A씨가 지목한 전직 감사원장은 누굴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퇴임 후 로펌을 설립한(2018년 3월) 황찬현 전 감사원장이다. 판사 출신인 황 전 원장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전임자였다. 아울러 황 전 원장의 로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희 전 국회입법조사처 실장은 줄기니코틴 감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입법고시를 거쳐 27년간 국회에서 근무한 ‘국회 행정통’이다. 2015년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마산 합포 선거구에 공천 신청을 한 이력도 있다. 신 회장이 기획한 줄기니코틴 감사 청구는 박 전 실장의 컨설팅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실장은 신 회장 측이 감사원 줄기니코틴 감사 청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보 자료를 검토했으며, 감사 청구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문했다. 박 전 실장은 국회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담배사업법과 관련한 각종 대관 활동도 펼쳤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실장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줄기니코틴 과세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박 전 실장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신 회장 회사의 주식을 받았다는 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 전 실장은 신 회장이 운영하는 넥스트에라의 비상장 주식 10%(1000주)를 소유한 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실장의 두 아들도 넥스트에라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이외 박 전 실장은 신 회장에게 월급과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 박 전 실장은 신 회장에게 황 전 원장도 소개해 줬다. 이후 황 전 원장의 로펌 법무법인 클라스는 신 회장 측이 만든 감사원 줄기니코틴 청구 자료에 대해 법률 검토 등을 했다. 당시 박 전 실장은 신 회장에게 “청구 민원 절차만 제대로 밟아주면, 나머지는 황 전 원장 밑에 있던 감사원 직원 등을 통해 줄기니코틴 감사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신 회장은 자신과 관련한 각종 소송에서 황 전 원장의 로펌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박 전 실장과 황 전 원장의 끈끈한 관계는 줄기니코틴 청부 감사를 더욱 의심케 한다. 박 전 실장은 황 전 원장이 차린 법무법인 클라스의 고문으로 창립 맴버다. 또 두 사람은 마산중·마산고 선후배 사이로 수년간 친분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마산고 재경동창회에서 황 전 원장(30기)은 회장, 박 전 실장(33기)은 감사를 맡으면서 동문회도 함께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월12일 인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들이 압수한 천연 및 합성니코틴 원액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황찬현, 합성니코틴 이권 단체 고문으로 활동 

이런 연결고리로 황 전 원장과 박 전 실장은 신 회장이 설립을 주도한 이권 단체에 임원으로 등재된 상태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이하 액상협회)는 전자담배 액상에 관한 정부의 관련 법령 제정 및 정책 수립 등을 위해 지난해 6월 설립됐다. 액상협회 임원 대부분은 신 회장의 협력업체 인사들로 채워졌다. 액상협회 조직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정책기획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황 전 원장은 고문, 박 전 실장은 부회장으로 등재돼 있다. 감사원의 줄기니코틴 감사를 기획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인사와 연관이 깊은 이권단체에서 전직 감사원장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부 감사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사원의 줄기니코틴 감사 근거 역시 일부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먼저 해당 감사의 청구인 숫자 ‘1326명’이 허위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줄기니코틴 감사가 전자담배 업계 종사자 1326명의 동의로 청원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시사저널과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줄기니코틴 감사와 관련해 그 어떤 동의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청구인 숫자를 맞추기 위해 명부를 100명씩 쪼개서 넣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당시 줄기니코틴 수입이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다”면서 “업자들이 자신의 ‘먹거리’인 줄기니코틴을 감사해 달라고 서명한다는 건 ‘자기 발등 찍는 격’으로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줄기니코틴 감사보고서가 50년 전 논문과 신 회장 측이 의뢰한 연구 결과를 짜깁기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보고서에서 문의했다고 언급한 ‘줄기니코틴 경제성과 사업성에 관한 수치’는 신 회장 측이 2018년도에 사설 연구소에 의뢰한 연구 결과 보고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혹 당사자들 “청부 감사는 사실 무근”

감사원 측은 ‘줄기니코틴의 경제성과 사업성에 대해 국내외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해당 문구는 1972년 작성된 ‘연초줄기 펄프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외 줄기니코틴의 관리 실태가 부실하다는 감사원의 각종 근거 자료가 허점투성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줄기니코틴 감사 자료를 만든 A씨에 따르면, 감사원의 자체 감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의혹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감사원은 “청구 감사로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 전 원장은 “사건 의뢰인과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 전 실장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을 소개시켜준 것뿐이다. 황 전 원장은 관련이 전혀 없다. 감사원이 그렇게 허술한 곳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반면, 신 회장은 줄기니코틴 감사 청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A씨는 회사에서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악의적으로 나를 모함하고 있는 것이다”며 “줄기니코틴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로잡혀야 할 사안이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제공
감사원의 줄기니코틴 감사보고서에 등장한 청구인 A씨는 신봉철 넥스트에라 회장의 회 사 임원이었다.ⓒ감사원 제공

감사원 해명에도 진정성은 여전히 의문

감사원 감사가 정부기관 규제 근거로 악용됐나

감사원의 해명에도 2019년 11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둘러싼 진정성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영향력은 각 정부기관에 큰 입김으로 작용하는 만큼 엄격한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합성니코틴 업계 인사가 제공한 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감사에 착수했다면 ‘부실 감사’와 ‘청부 감사’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 물론 감사원은 정치적 성향을 띠거나 특정 계층 또는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는 감사 청구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황찬현 전 감사원장의 로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희 전 국회입법조사처 실장과 합성니코틴 수입업자 신봉철 넥스트에라 회장 등 관련 인사들이 줄기니코틴 감사 청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감사원 감사는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행정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각 기관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청구인이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감사원의 감사 구조와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박 전 실장은 시자저널과의 통화에서 “내가 근무하는 로펌을 신 회장에게 소개해준 것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 회장 역시 “수감돼 있는 동안 A씨가 찾아와 감사원장 출신이 로펌을 개업했으니, 거기에 (줄기니코틴) 감사 청구 방법을 논의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나는 청구인에 사인만 했을 뿐이다. 모든 자료는 A씨가 만들어서 감사원에 넘겼다”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청부 감사 의혹이 짙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담배법 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정부기관에서 줄기니코틴 규제 근거로 활용됐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관세청은 전자담배업자들이 수입한 줄기니코틴에 대해 수조원의 담배세를 부과한 가운데 과세 근거가 대부분 감사원 자료인 것으로 파악된다. 관세청 역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법령 재검토를 하면서 이 같은 과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실 줄기니코틴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시작됐다”며 “감사원에서 줄기니코틴 업체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귀띔했다. 줄기니코틴 감사의 배후에 대해 감사원 ‘윗선’이 몰랐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감사원 공익 감사 청구규정에 따르면, 공직감찰본부장 또는 소관 사무차장이 실지 감사를 결정한다. 황 전 원장이 옷을 벗은 직후 신 회장과 깊은 교감이 있었으며, 오랫동안 감사원장으로 재직했던 만큼 줄기니코틴 감사에 황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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