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시스家 미성년 자녀 2명 평가액 2386억원으로 압도적 1위…솔브레인․한미약품․GS家 3․4세 뒤이어

시사저널은 매년 3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를 조사해 왔다. 오너 일가의 주식 평가액이 그해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조사에서는 그동안 GS와 LS, 효성, 영풍가(家) 3·4세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이들 몇 명의 주식 가치가 나머지 조사 대상의 자산을 합한 것보다 높게 나올 정도였다. 올해는 조사 대상을 500대 상장기업으로 확대했다. 그러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1위를 유지했던 GS家 4세의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미성년자 주식 갑부가 많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최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국내 500대 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 변동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올해 9월10일 기준으로 회사 주식을 한 주라도 가진 미성년자는 426명이고, 이들이 가진 자산은 1조1472억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이들의 주식 가치는 전년(1조148억원) 대비 13.1%나 상승했다. 100억원 이상 주식 자산을 가진 미성년자도 20명에 달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평가액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상위 10명의 평가액이 6490억원으로 나머지 416명의 평가액(4982억원)보다 높게 나왔다.
ⓒ시사저널 최준필

100억원 이상 자산 가진 미성년자 20명

미성년자 주식 부자 공동 1위는 정성재 클래시스 대표의 두 자녀인 석원군과 서윤양이 차지했다. 클래시스는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도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석원군과 서윤양은 이 회사 주식 8.50%씩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인 정성재 대표(5.97%)와 어머니 이연주씨(16.85%)에 이은 3대 주주다. 최근 1년간 이 회사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두 남매의 평가액은 연초(858억원) 대비 각각 1193억원으로 39%나 증가했다. 두 남매의 주식 가치를 합하면 2386억원으로, 지난해 클래시스 매출의 세 배를 넘겼다. 미성년자 주식 부자 3위는 정지완 솔브레인홀딩스 회장의 손자인 호경양이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반도체 소재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58억원의 매출과 1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경양은 지난해 이 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현재 지주사인 솔브레인홀딩스(0.63%)와 솔브레인(2.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591억원이다. 미성년자 주식 부자 4위부터 10위까지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주들이 싹쓸이했다. 이들은 2019년 할아버지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증여받았다. 임성연군이 1.08%로 증여액이 가장 많다. 평가액은 512억원이다. 김원세·김지우·임성아·임성지·임윤지·임후연 등 6명도 1.05%씩 가지고 있는데, 평가액은 500억원이다. 이들 미성년자 7명의 평가액을 합하면 3512억원으로, 전체 그룹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 그룹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오던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차남 정홍군의 순위는 이번 조사에서 11위로 하락했다. 정홍군은 현재 GS그룹과 승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GS와 (주)승산, GS아이티엠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이들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정홍군의 주식 평가액 역시 261억원으로 연초 대비 12% 증가했다. 이 밖에도 박철웅 보광산업 회장의 손주인 박세현군(14위)과 김동현(17위)군, 박소이양(18위),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의 장·차남인 호성(15위)·호중(21위)군,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아들 한선군(16위), 이승훈 에스엘미러텍 사장의 아들 건호군(20위),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의 손녀 송여림양(23위), 이주영 에스제이그룹 대표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재용군(29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두 딸인 인서·인영양(공동 30위)의 주식 가치가 연초 대비 100% 전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현금 배당 결정에 따른 배당 수익은 ‘덤’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곱지 않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미성년자 자녀들이 핵심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경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GS家 4세인 허정홍군이 현재 지분을 보유한 (주)승산과 GS아이티엠의 경우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미성년자에게 비상장 주식을 미리 증여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면서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미성년 자녀 지분 취득 경위 여전히 의문

올해 조사에서 미성년 주식 평가액 1위를 차지한 클래시스나 한미반도체家 역시 회사가 비상장일 때 3세들에게 지분을 미리 증여했다. 이후 회사가 상장하면서 3세들은 큰 시세차익을 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거나 주식 배당, 장내외 매수 등을 통해 지배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주식이 향후 3세 승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그동안 재계 사례로 봤을 때 당연한 수순이다. 올해 조사에서 최연소 주식 부호는 한일철강 3세인 이엄윤우군(42위)이 차지했다. 엄정헌 회장이나 엄정근 부회장의 외손주로 추정된다. 이엄윤우군은 2020년 5월생이지만 돌잔치도 하기 전에 3.21%(평가액 15억원)의 회사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9월10일 기준으로 평가액은 29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3세인 조유안·이엄유주·조수안 등의 평가액도 30억~32억원 상당이다. 이들도 2015~18년생으로 불과 8개월 만에 지분 가치가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시 지분 취득이나 지분 가치가 상승하게 된 배경을 보면 석연치 않다. 한일철강은 지난해 5월 3세인 엄신영 부사장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3세들 역시 증여와 장내 매수 형식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후 실적이 급등했고, 주가 역시 1년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오너 3세들이 시체차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