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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뒀던 관행 깨고 1차 이어 2차 북·미 회담도 발 빠르게 선전
대내외에 체제 안전성·달라진 모습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북 측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월27일 보도했다. ⓒ 하노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북 측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월27일 보도했다. ⓒ 하노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 '세기의 회담' 날이 밝았다. 이 회담은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물론 중요하지만,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존망(存亡)이 걸린 사안이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숙원인 대북 제재 완화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성사된 이번 2차 회담에 북한은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고 2월27일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월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북 측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은 사실을 전하며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는 멜리아 호텔에서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해 조미(북·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 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하셨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정상회담의 성공적 보장'도 언급,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같은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실무대표단으로부터 보고 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흰색 원탁에 앉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북·미 정상회담' '3월 1일부터 2일까지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등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방문 소식도 상세히 전했다.
2월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월27일 보도했다. ⓒ 하노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월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월27일 보도했다. ⓒ 하노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 소식을 평양 출발 다음 날 바로 보도했다. 하노이 도착 이후 상황 역시 하루 간격으로 전했다. 통상적인 보도 관행을 고려하면 가히 '발 빠른 보도'라 할 만하다. 김 위원장 1인 독재 하의 북한에서 언론은 사실상 체제 선전, 주민 통제의 도구로 기능한다. 일방적인 대외 선전의 경우 국제사회가 걸러 듣는다. 북한 매체들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내부'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정권 안전, 사상 통제를 위해 매체 보도 시차를 조율하는 이유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 매체들은 최고 지도자의 외국 방문 소식을 주로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짤막하게 보도했다. '주적(主敵)'으로 여기던 미국과의 '수뇌상봉'이 북한 주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지는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북한은 과감히 보도 관행을 깼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회담 이튿날인 지난해 6월13일 오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및 확대회담 소식과 공동성명 전문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북·미 정상회담 내용과 사진 30여장을 4면에 걸쳐 상세히 게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떠나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나온 보도들이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보도는 주민 동요를 크게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달라진 모습과 체제 안전성을 과시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다. 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1차 때와 같은 보도 태도, 혹은 그 이상의 적극적인 선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달라진 선전 전략을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작품이라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최고 지도자 띄우기 및 체제 선전과 함께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전담하는 노동당의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그는 1차에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보도 실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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