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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쓴소리 원로’ 박찬종 변호사, 정치 지망생에 전한 고언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박찬종 변호사는 5선 의원을 지낸 정계 원로다. 대선 출마 경력도 있다. 이에 2월18일 인터뷰 때 정치 원로로서 정치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2020년 4월 총선도 있기 때문이었다. 품격 높고 곰곰이 되새길 만한 금과옥조 같은 조언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측은 산산이 부서졌다. 
1997년 7월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신한국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회창 후보와 박찬종 후보가 미소를 띠며 어색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1997년 7월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신한국당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이회창 후보와 박찬종 후보가 미소를 띠며 어색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려면 현찰동원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2년 동안 20억원, 하다못해 5억원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구조인데 내가 무슨 코치를 하겠느냐”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돈 없으면 정치하지 말라는 만류나 다름없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 풍토는 공천 경쟁이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틀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 지망생들에게 해 줄 말이 없다”며 “줄 잘 서고, 매달리고, 돈 가져다주고, 비위 맞추고, 선물 가져다주고, 그러지 않으면 실력자 집에 이틀에 한 번 가든지, 자동차 문이라도 열어주고 닫아주든지…”라고 했다. 5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은 원로의 푸념이었다. 우리 정치의 씁쓸한 현실이기도 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우리 정치가 미국식으로 선거 후보를 정할 수 있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해 줄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에 매달릴 생각하지 말고 뛰어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느냐. 대학 나와서 아무런 사회 경험이 없어도 뛰어라. 명함 만들어서 ‘4년 뒤 ○○당에서 공천 받아 여러분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해라. 두 번 가고, 세 번 가면 어떤 상점에선 ‘또 왔네?’ 그럴 것이고 그러면 ‘네, 또 왔습니다’ 하며 자주 찾아봬라. 장사에 어려운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제가 국회에도 언론에도 알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팸플릿 만들 돈 없으면 가볍게 종이 사서 이름 쓰고 팸플릿으로 만들어라. 팸플릿에 이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쓰고 알리며 다녀라”라고 조언했다. “이런 정치가 풍토로 자리 잡아야 정상적인 나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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