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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사 이어 동양무역회사도 ‘검열’…“교육위원회·보건성도 검열 中”
윤정린 호위사령관 해임설
북한 군부에 숙청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군 핵심기관인 인민무력성과 총정치국에 이어 호위사령부(호위사)와 호위사 산하 동양무역회사 등을 대대적으로 ‘검열’하고 있다. 숙청 작업은 김정은 위원장의 직속기관인 국가보위성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청의 칼바람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한창 열리던 2018년부터 시작됐다. 대외적으로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내적으론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에 나섰던 것이다. 우선 북한 군부 조직을 들여다보자.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1년 12월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훈에 따라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군 최고사령관은 총정치국, 총참모부, 인민무력성 등 군사조직을 지휘·통제한다. 호위사에도 직접 지시를 내린다. 인민무력성은 우리나라 국방부와 유사하다. 과거 인민무력부가 2016년 인민무력성으로 개칭됐다. 조선인민군 업무를 총괄하고 집행한다. 총정치국은 조선노동당의 군 통제 강화를 위해 조직된 정치기관이다. 각 군 부대의 정치부 등 정치기관을 통해 당 정치사업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하에 보위국을 두고 있다. 이 총정치국이 2018년 숙청 대상에 올랐다. 총정치국 숙청은 1969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항일 빨치산 출신 김창봉 민족보위상(현 인민무력상)과 총정치국장 출신 허봉학 등이 1969년 ‘군부 강경파 사건’에 연루되면서 총정치국이 처음으로 김일성에 의해 숙청당했다. 유일사상체계 문란과 당 위신 추락 혐의가 숙청 이유였다. 2018년 발발한 인민무력성과 총정치국 숙청은 그 대상과 조치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도 숙청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사정의 칼날은 인민무력성과 총정치국에서 멈추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호위사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벌어졌다. 2018년 10월경부터였다. 호위사는 김정은 위원장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친위부대다. 김정은 일가와 노동당 고위 간부 경호, 평양 내 주요 시설 경비 임무 등을 맡고 있다. 1958년 설립된 부대로 호위총국으로도 불린다. 김일성 주석 시절엔 병력 수가 5만 명 정도였다. 현재는 12만 명의 정예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위사 숙청 작업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호위사 부대 특성상 설립 이후 한 번도 외부로부터 ‘검열 총화(總和·조직의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고치기 위한 회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호위사 본부뿐만 아니라 산하에 있는 외화벌이 기관과 공장, 농장 등에서 대대적으로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호위사 검열에 대한 연대 책임으로 윤정린 호위사령관과 정치위원 등이 해임된 것으로 안다”며 “간부부장은 검열 도중 사무실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지난해 12월 동양무역회사 간부들 공개 처형”
숙청의 유탄은 호위사 직속 단위인 동양무역회사로도 튀었다. 이 회사는 1987년 호위국(현 호위사)에서 쓰이는 각종 물품을 조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사 당국은 검열 과정에서 이 회사 재정부장으로부터 극비의 로비 장부를 압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로비 장부에선 호위사의 정치부와 간부부 등의 간부들 요구로 출고(물품을 창고에서 꺼냄)된 회계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동양무역회사 사장과 정치위원, 간부들의 월권이나 횡령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양무역회사 관계자들 비리 혐의는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추가로 이렇게 전했다. “2018년 12월2일 오후 평양 대동강구역 볼링장 옆에 있는 청년회관에서 동양무역회사 사장과 정치위원, 간부부장, 재정부장, 부기원 등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렸다. 사장과 정치위원은 대좌(대령) 계급이고, 간부부장은 상좌(대령과 중령 사이 계급)다. 이 재판에 당 간부들과 김일성종합대학·만경대혁명학원 졸업반 학생들이 참석했다. 최고형인 사형이 언도됐다. 판결이 난 지 불과 3일밖에 안 지난 12월5일 평양의 송신장마당(시장) 부근에서 공개 처형됐다.” 속전속결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패척결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군부에 이어 최근엔 내각으로도 검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특별지시로 조선노동당 중앙당은 현재 내각의 교육위원회와 보건성도 검열하고 있다. 이들 기관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내부 동향을 잘 아는 인사는 “(교육위원회와 보건성) 간부들은 숙청에 대한 공포감이 큰 것 같다”며 “불안과 동요 속에 검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숙청 사태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슬로건을 북한에 적용한 것은 자신의 정치 기반을 더 안정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외신들도 최근 북한 내 숙청과 관련된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월19일 탈북민 단체인 ‘북한전략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부유한 엘리트 50~70명을 숙청하면서 재산을 몰수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호위사 고위 간부들이 2018년 말 수만 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로 숙청됐다고 전했다. 북한전략센터는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후 400여 명이 숙청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월20일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수의 최고위 외교관들을 숙청하거나 교체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참모들로 대미 협상팀을 새로 꾸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성렬 전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미국을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하고 돈을 챙긴 혐의로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관기사 :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 ‘숙청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