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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검사 면제 대가로 업자로부터 금품 수수…또 불거진 관세청의 도덕적 해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소속 8급 공무원이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내부 감찰에서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 직원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의 통장 계좌에서는 100건이 넘는 수상한 현금 흐름이 포착됐다. 인천세관은 해당 직원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인천지검은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직원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육아휴직을 핑계로 해외로 도주했다. 수사 당국은 인터폴을 통해 해당 직원을 적색수배 했다. 일각에서는 하위직 공무원이 수수할 수 있는 뇌물의 규모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윗선이 개입된 조직적인 비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검사 면제 조건으로 억대 뇌물 ‘꿀꺽’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인천세관 감사담당관실은 지난해 5월, 화물정보분석과에 근무하는 8급 공무원 김아무개씨가 컨테이너 검사 과정에서 관리자의 결재를 받지 않고 검사를 생략해 줬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김씨에 대한 감찰에 나섰다. 화물정보분석과는 인천항에 들어오는 컨테이너의 적하목록을 확인해 검사할 컨테이너를 선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모든 컨테이너를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기준에 따라 검사 대상 컨테이너를 정하는데, 이 중 관세법에서 정한 검사 생략 사유에 해당할 경우 검사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검사 생략을 승인하려면 관리자의 결재가 필요하지만, 김씨는 주말에 들어오는 컨테이너의 검사 생략 사안에 대해서는 전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김씨는 주말에 들어온 컨테이너 품목의 검사를 생략해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김씨가 검사를 생략해 준 품목은 전결을 받지 않은 사안이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자가 세관 감찰부서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결재 누락을 인정하면서 “검사 생략 과정에서 3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물품을 들여오는 업체 측에서 “납기일이 촉박하다”고 요청하자 30만원을 받고 검사 과정을 생략해 줬다는 것이다.  김씨의 비위를 확인한 감사담당관실은 이 사안을 인천세관 수사팀으로 넘겼다. 인천세관 수사팀은 해당 직원의 비위를 확인하고 여죄를 캐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씨는 “납기일이 촉박한 철제 펜스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팀 확인 결과 해당 업체가 들여온 물품은 철제 펜스가 아닌, 중국산 짝퉁 가방과 액세서리 등이었다. 수사팀이 해당 업체의 창고를 뒤져보니 약 200억원어치의 짝퉁 가방과 액세서리가 나왔다. 수사팀은 김씨의 비위가 한 번만이 아닐 것으로 보고 김씨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김씨가 2016년부터 2년 넘게 화물정보분석과에서 근무한 터라 더 많은 금품을 수수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2018년 8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김씨의 금융계좌를 조회했다. 그 결과 2016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114건의 수상한 현금 흐름이 포착됐다. 총 금액은 1억5000여만원에 달했다. 현금의 대부분은 무통장 입금 방식을 통해 김씨 계좌에 들어왔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는 기미가 보이자 김씨는 해외로 도피했다. 김씨에 대한 금융계좌 조회가 이뤄지기 전인 7월, 김씨는 돌연 육아휴직을 낸 뒤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시 뇌물수수나 관세법 위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 그 틈에 김씨가 해외로 도주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곧바로 김씨를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김씨의 휴직을 취소하고 여권을 말소했으며, 2018년 12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김씨를 파면했다. 인천지검은 해외로 도주한 김씨를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린 상태다. 현재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중지 돼 있다. 


“말단 직원의 개인 비위로만 보기 힘들어”

일각에서는 8급 공무원이었던 김씨 혼자서 범행을 저지르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김씨가 받은 뇌물의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장 계좌를 통해서만 금품을 수수했을 리가 없다는 의미다. 말단 직원 개인의 비위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통장에서만 억대의 현금 흐름이 포착됐다는 것은, 실제 뇌물수수 규모는 더 클 수 있고 조직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단 직원 혼자서 뇌물을 받아 챙기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문이다. 화물에 대한 검사를 면제해 주려면 관리자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과, 김씨가 결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받아 챙긴 뇌물의 규모가 10억원에 육박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김씨가 받은 뇌물이 위로 상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취재가 시작되자 관세청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반입 과정에서 관세청과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부 직원마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관세청의 이미지에 큰 상처가 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관세청은 김씨의 비위를 내부에서 직접 확인해 법적 처벌 절차에까지 착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자체 감찰을 통해 적발한 뒤 수사에까지 착수해 김씨의 비위를 확인한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전직 관리자뿐만 아니라 화물정보분석과 전체에 대해서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반입 의혹 등으로 인해 세관에서도 이 사안을 더 엄중하게 처리했다. 확인 결과 조직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김씨 사건 이후 주말 업무에서 발생하는 관리자의 전결 과정을 없애고, 모든 컨테이너 검사에 대해 관리자가 직접 승인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직원이 쉬는 주말 업무에 한해서는 전결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폐지하고 모든 물류 검사에 있어서 관리자를 통해 관리하도록 보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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