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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부 우즈벡 노동자들, 급진화’ 유엔 보고서 발표
외국인 많고 테러 경계 느슨…종교 자유 보장도 배경

지난 1월 유엔(UN)이 한국과 관련해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카에다 계열 전투원들 다수가 한국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한국 내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중 일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 청정국’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에 ‘이슬람포비아’가 확산됐고,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대다수 선량한 국내 무슬림들을 매도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이후 우즈베키스탄인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하는 등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은 “테러와 연계될 수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20쪽 기사 참조) 시사저널은 알카에다가 왜 한국을 노렸는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테러 위협의 실체는 어떠한지를 다각도로 추적 취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월15일, ‘이슬람국가·알카에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역 동향-중앙·남아시아 항목에는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시리아 아랍공화국에 있는 ANF(알누스라 전선) 부대인 ‘카티바 이맘 알부카리(Khatiba Imam Al-Bukhari)’와 ‘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Katibat al-Tawhid wal Jihad)’는 주로 우즈베키스탄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200~300명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다. 40~50명의 카자흐스탄 출신 전투원들은 시리아 아랍공화국에서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 레반트해방기구)와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50명의 카자흐인들은 데이르 알 주르 하진 지역에서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과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우즈베크인들이 터키에서 한국으로의 추방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우즈베크인들은 2만~3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일부 우즈베크 이주 노동자들은 급진화됐으며, 시리아 아랍공화국으로 향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EPA 연합
ⓒ EPA 연합

테러단체 연루 혐의로 추방된 우즈베키스탄인 있어

ANF는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다. ANF는 2017년 시리아 반군 세력을 규합해 HTS로 이름을 바꿨으며, 시리아 북서부 반군 지역 7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ISIL은 이슬람 테러 무장단체로 2014년 6월29일 이슬람국가(IS)로 이름을 바꿨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우즈베키스탄인들은 5만2585명에 이른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인 중 약 88%가 무슬림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무슬림 중 우즈베키스탄인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종교적 자유까지 보장된다. 테러에 대한 경계가 느슨한 점 역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 체류하던 우즈베키스탄인이 테러단체와 연루된 혐의로 추방당한 사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인 A씨는 2014년 IS를 지원하는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에 가담해 사상학습을 벌이다 적발됐다. IMU는 우즈베키스탄을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의해 지배되는 이슬람 신정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원리주의’ 단체다. IMU는 2014년 IS에 동맹을 맹세했다. IMU는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외국인 최초로 ‘국가박사(Doctor of Science)’ 학위를 받은 오은경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장)는 “IMU는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분지를 중심으로 한 단체로, 이 지역의 빈곤이 지속되자 반정부적 성향으로 발전했다”면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IMU를 포함한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를 반정부 단체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구속당하거나 해외로 추방당했다”고 설명했다.(24쪽 기사 참조) 이 밖에 테러단체와 연루돼 적발된 국내 무슬림의 사례는 다양하다. 2008년 아프가니스탄인 B씨와 파키스탄인 C씨는 무장 이슬람 단체 탈레반의 요청을 받고, 아편을 헤로인으로 변환하는 촉매 물질인 무수초산 62톤을 일본에서 수입해 이란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넘기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이미 무수초산 36톤은 탈레반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2001년에는 이란인 D씨가 국내에 위장회사를 차린 뒤 무수초산 91톤을 직물원단으로 위장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수출하려다 적발됐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이슬람교 중앙회 사원에서 무슬림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이슬람교 중앙회 사원에서 무슬림이 기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자금 송금, 헤로인 원료 밀수출 등 사례도 

‘JMB(자마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 소속 방글라데시인 D씨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회에 참여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2014년 강제 출국됐다. 당시 JMB는 방글라데시 총리 암살을 모의했다가 인도 정보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슬람 종교지도자(이맘)인 E씨는 2015년 자신의 SNS에 ISIL의 이라크군 참수 영상을 올리고 반미(反美)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선동하다 적발됐다. IS 동조자로 밝혀진 무슬림 5명은 사제폭탄 원료인 질산암모늄의 밀반출을 시도했고, 국내에 들어온 알카에다 요원은 3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수출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내국인 중에서 이슬람 테러단체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2015년 발생한 17세 김아무개군의 시리아 밀입국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는 김군이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내국인 2명이 ISIL 가담을 시도하다 출국금지 됐고, 인터넷을 통해 ISIL을 공개 지지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유엔 보고서에 즉각 반응했다. 법무부는 “터키에서 입국하는 우즈베키스탄인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하고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특이동향을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시리아 등 여행금지국가·지역에서 거주한 사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인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또한 탑승자 사전 확인 시스템을 통해 인터폴 수배자 및 테러위험 인물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무부의 대처는 실효성 있는 테러 예방칙이 아니다”면서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외국인의 입국 시도가 2015년 1만3525명인데, 2018년은 단 7개월 만에 3만8223명의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됐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더욱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테러자금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와 문화적 특성 때문에 테러나 테러자금 조달이 빈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해마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난민 신청 또한 증가하는 등 외국인 체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 정책협의회를 2001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AML·CFT 정책협의회는 금융정보분석원(금감원)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감원·금융위원회·법무부·기획재정부·외교부·국가정보원·선거관리위원회·검찰청·경찰청·국세청·관세청·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 국장급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화되고 개방된 경제로서 교역과 국제적 왕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테러자금 조달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가 테러 청정 지역인 점을 악용해 테러자금 조달의 중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러자금을 국내에서 해외 조직으로 전달한 사례도 있다. 2015년 11월 수사 당국은 ANF 추종 혐의로 인도네시아인 F씨를 검거했는데, 수사 도중 F씨가 테러단체에 자금을 송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F씨는 2014년부터 1년간 11차례에 걸쳐 지하드 자금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200만원을 송금했다. 정부는 이 자금이 지하드 조직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관련 인물 및 계좌정보를 인도네시아 정보부 및 CIA(미국 중앙정보부)와 공유했다. 자금 경로 및 국내 연계자를 추적해 강제 퇴거 조치했다. 실제 테러자금 조달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관련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추방한 경우도 많다. 2010~18년 9월까지 국제테러단체 연계자로 의심되는 86명의 외국인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테러 위험국으로의 송금액은 2013년 25억 달러에서 2016년 약 6억 달러로 감소했으나 2017년에는 19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테러 위험국이란 미국 국무부가 지정하는 것으로 △테러행위에 가담했거나 이를 지원·방조한 혐의가 있는 국가 △국토의 일부를 ISIL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국가 △ISIL 가입자가 많은 국가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테러위험국 송금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의 무역거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송금이 테러자금에 악용될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테러 예방 및 대처를 위해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테러 예방 및 대처를 위해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슬람포비아로 번져서는 안 돼

정부는 테러 위험지역 국적의 국내 체류자와 난민이 늘어나는 것을 테러자금 조달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테러 위험지역 국적자는 2013년 150여만 명에서 2017년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에서 테러 위험지역 국적의 불법체류자 수는 2017년 말 기준 806명으로 전체의 약 0.32%를 차지하고 있다.  난민 신청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3000여 명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자 수는 2017년 1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권·비자 위변조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적발되는 밀입국자 수는 해마다 3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등이 입국장 자동심사대를 열고 무단 밀입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난민 신청자 수는 향후 3년 내에 12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SIL은 2015년 11월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는 60개국을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국내에 잠재적 테러 위협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테러에 의한 공포로 인해 무분별한 이슬람포비아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엔 보고서가 언급한 우즈베키스탄 이주 노동자의 경우, 지금까지 수사 당국에 테러자금 조달로 적발된 사례는 없다.  경남 김해에는 현재 1800여 명의 우즈베키탄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을 실제 조사한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해에는 우즈베키스탄인을 위한 이슬람 사원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종교 지도자(이맘)를 중심으로 그들끼리 생활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이들은 삼삼오오 돈을 모아 본국 등으로 송금하고 있었다. 그러나 액수도 크지 않고, 테러 조직과 연관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김해 현지 취재를 통해 이맘 등 우즈베키스탄인들을 직접 만나봤다. 이들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도 테러를 싫어합니다. 나는 단지 가난한 아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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