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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생생토크]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감스트
“내 캐릭터 잃는 게 아니라 변화 과정에 있다”
“K리그 홍보대사 1년 더 유지하고 싶다”

그의 옆에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서 있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여성 팬들이 공개홀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조심스레 수상 소감을 전하는데 트로피를 들고 있는 손이 벌벌 떨렸다.  “이 자리에 초대된 것만 해도 영광인데, 부족한 저에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사나이300》에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멤버들 모두에게 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감스트(29·본명 김인직). 2018년의 감스트는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에서 K리그 홍보대사, MBC 디지털 축구 해설위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인터넷 세상에서 축구게임 영상을 올리며 팬들하고만 소통했던 그가 K리그 홍보대사를 맡으며 오프라인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간극에서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감스트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유튜브 구독자만 122만 명. 최고의 인기 크리에이터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배경과 사연이 궁금했다. 1월7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감스트 스튜디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감스트는 원래 축구와 축구게임을 좋아했던 순수 팬이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자 이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열혈 시청자가 됐고 조선대 영문과 복학을 준비하던 중 아프리카TV를 통해 인터넷 BJ로 데뷔했다.  그런데 왜 닉네임을 ‘감스트’로 지은 걸까. 박지성이 맨유에서 뛸 때 블랙번에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이라는 선수가 활약 중이었다. 박지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이 선수의 맨유 이적설이 나돌았다고. 박지성을 좋아했던 감스트는 일부러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의 이름에서 닉네임을 착안, BJ 감스트로 인터넷 세상을 달구었다. 

먼저 수상을 축하한다. 지난해 12월 K리그 시상식에서 감사패를 받은 데 이어 MBC 2018 방송연예대상에서는 강 다니엘과 함께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던 수상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어떻게 얘기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더욱이 강다니엘씨와 같이 수상한 게 아닌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내 꿈은 아니었지만 운 좋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했다(현재 《진짜사나이300》 출연 중). 무엇보다 부모님이 진심으로 기뻐하시더라. 2018년에는 이전에 못다 한 효도를 한꺼번에 다하는 것 같다.”

2018년 K리그 홍보대사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감스트라는 인물은 인터넷 세상의 스타였다. 그러다 K리그 홍보대사로 활약하면서 오프라인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갑작스러운 인기와 관심들이 부담스럽지는 않던가.

“부담보다 마냥 신기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한순간에 대중들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아서 처음엔 얼떨떨했다. 살짝 불안할 수도 있었지만 불안함을 느끼면 바로 티가 날까봐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내 팬들은 지상파에 등장하면서 이전의 감스트 색깔을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하는데 K리그 홍보대사를 하면서 인터넷 방송에서처럼 욕을 하고 물건을 부수는 행위는 할 수 없었다.”

말한 것처럼 감스트가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솔직함과 직설적인 화법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욕설이었을 테고. 자신의 그런 캐릭터가 사라진다면 감스트를 좋아하던 팬들이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봤나.

“내 캐릭터를 잃는 게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상관없겠지만 K리그 홍보대사 일을 하면서 대중을 만나기 시작한 사람이 이전처럼 욕설을 내뱉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욕을 배제한 채 최대한 내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능에서는 분명 내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굳이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왜 방송에 출연시키겠나. 예능은 평범해선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더라.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서서히 감스트만의 색깔을 입혀 나가려고 한다.”

2018년 12월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홍보대사 감스트가 감사패를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12월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홍보대사 감스트가 감사패를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처음 감스트가 K리그 홍보대사로 선정됐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감스트가 누구지?”였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가 있다고 해도 K리그 홍보대사를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고 봤던 것이다. 

“맞다. 정말 그랬다. 젊은 층을 제외하고선 나에 대한 정보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K리그가 갈 때까지 갔다’ ‘저런 쓰레기가 홍보대사라니’ ‘난 앞으로 K리그 안 본다’ 등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두됐었다. 하지만 난 오히려 그런 반응에 자극을 받았다. 안 된다는 그분들의 생각을 모두 바꿔놓고 싶었다. 축구장을 찾으면서 조금씩 위안을 받기 시작했다. 서포터즈분들부터 축구장의 여러 팬들이 감스트를 응원하겠다며 격려해 주시더라. 큰 힘이 됐다.”

맨 처음 K리그 홍보대사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되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고민이 됐다. 내가 그 정도의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날 좋아하는 팬들도 ‘감스트가 K리그 홍보대사를 맡는 건 위험하다’고 걱정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 두려웠지만 정말 좋았으니까. 두렵다고 거절하면 앞으로 아무 일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욕했던 분들도 결국에는 날 응원해 주실 거라고 믿었다. 나와 관련된 기사에 댓글이 4000~5000개가 넘었다. 98%가 욕이었다. 그런데 무플이었다면 오히려 더 서운했을 것이다. 악플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98%가 좋은 내용의 댓글로 바뀌었다.”

원래 K리그 경기를 즐겨 봤었나.

“내가 홍보대사 전에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했던 건 포항 해병대 시절 포항 스틸야드를 찾았던 게 전부였다. 그래서 (홍보대사가) 더 논란이 됐다고 생각한다. 평소 K리그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이 홍보대사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받은 것이다. 일부러 방송이 없는 날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나이 어린 축구 팬들부터 중장년의 팬들까지 다양한 만남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감스트란 존재조차 모른다. 내게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어보실 정도로 인터넷 방송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런 분들에게 대화를 통해 다가갈 수 있었다. 단순히 홍보대사 일을 잘하려고 했던 것보다 축구를, 축구 팬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게 행복했다.”

감스트는 최선을 다해 축구장을 누비고 다녔다. 시축부터 하프타임 인터뷰, 선수 에스코트까지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일들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그의 노력 때문인지 선수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 문선민(인천), 황인범(대전), K리그 득점왕 말컹(경남)까지 골을 넣은 후 감스트의 트레이드마크인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내 캐릭터를 잃는 게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상관없겠지만 K리그 홍보대사 일을 하면서 대중을 만나기 시작한 사람이 이전처럼 욕설을 내뱉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욕을 배제한 채 최대한 내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그런 스킨십들이 축구를 보는 관점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 건가.

“내가 선수들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이전에는 인터넷 축구 중계할 때 내키는 대로 지르는 편이었는데 직접 현장을 찾게 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응원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K리그에 대한 애틋함이 생기더라. 그게 가장 큰 변화였다. 나한테는.”

올해도 계속 K리그 홍보대사 일을 이어가나.

“축구연맹과 논의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아직 모든 축구장을 다 방문하지 못했다. K리그1 경기장만이 아니라 K리그2 경기장에도 다 찾아가고 싶다. 더 해야 할 일들이 남았다는 생각에 맡겨주신다면 홍보대사 일을 1년 더 유지하고 싶다.”

K리그 경기장과 축구대표팀이 뛰는 경기장 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관중 숫자가 극과 극이다. 

“나도 심각성을 느끼는 중이다. 대표팀 경기장은 만석을 이루는데 K리그 경기장은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그에서도 활약한다면 팬들이 더 많이 찾겠지만 대부분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어 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K리그의 부흥은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갔으면 좋겠다. 선수만, 구단만, 팬들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마음을 모으다 보면 K리그 경기장에 가는 게 재미있는 일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

감스트는 대표팀 A매치 경기를 보러 갈 때마다 그 많은 관중들이 부러웠다고 말한다. 그들이 A매치 경기만이 아니라 K리그 경기장에도 찾아준다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내서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K리그에도 잘생긴 선수들, 축구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한테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전 국가대표 김병지와의 인연도 화제를 모았다. 그 배경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는데.

“이른바 ‘포(4)병 사건’ 때문이다. 축구게임을 방송하는데 카드 속 인물로 가상의 팀을 꾸릴 때 이상하게 김병지 형님 카드가 네 차례나 연속 나오는 게 아닌가. 솔직히 형님이 고소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쌍욕을 했었다. 방송을 보게 된 형님이 자신의 SNS를 통해 시청 소감을 남기며 현실에선 자신의 지지자가 돼 달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나도 곧장 개인 SNS에다 실제로는 김병지 팬이라며 용서를 구했는데 자신을 향한 도발을 넉넉하게 받아들이신 인품에 반했다. 그 후로 진짜 왕팬이 됐다.”

직접 만난 적이 있었나.

“그 일로 만남이 성사됐고 뵙자마자 다시 사과드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형님은 ‘인직아, 우린 그 일로 인연이 된 거니까 괜찮다’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정말 죄송했다. 병지 형님과의 일이 화제가 되면서 축구선수들도 내 방송을 찾아주셨다. 병지 형님을 통해 축구인들을 소개받았고, 결국에는 K리그 홍보대사까지 이어진 것이다. 나한테 병지 형님은 로또복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병지 형님을 ‘제2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명성을 얻게 되면 원래 하던 인터넷 방송 일에 소홀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방구석에서 방송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축구장에도 나가고 TV 출연도 하고 행사장, 광고 등을 찍는 등 많은 일들을 하게 됐다. 한두 번은 너무 바빠 미칠 것만 같더라.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옛날,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이건 정말 배부른 고민이라고. 감스트가 사랑받은 건 인터넷 방송이다. 그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들은 내가 유명해지면서 조금씩 변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뭘 해도 욕은 먹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입 꽉 깨물고 내 길을 걷고 싶다.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할 수는 없다. 최대한 욕을 자제하고 방송을 해 나갈 예정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 같다. 그 생각을 지켜가고 싶다.”

감스트는 원래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2년 동안 방송국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했지만 면접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그런 그가 K리그 홍보대사를 하면서 뉴스에도 소개됐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그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일로 MBC 뉴스에서 ‘K리그 홍보대사 감스트를 아십니까?’라는 주제로 인터뷰했던 일을 꼽는다. 

“내가 아프리카TV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도 아버지는 날 인정하지 않으셨다. 그 대상 받아봤자 뭐 하냐고, 욕하고 물건 때려 부수면서 받은 상인데 그게 뭐 자랑스러운 거냐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랬던 아버지가 MBC 뉴스에 나오는 날 보고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아들아, 정말 자랑스럽다’고. 아버지의 그 문자가 가슴에 와 닿았다. 약 1분30초짜리 영상인데 그 영상만 백 번 넘게 봤다. 지금도 그 영상을 본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여러 인터뷰를 했지만 다른 데도 아닌 뉴스에 소개됐다는 건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스트가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감스트가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지성 형님은 최고의 판타지…나를 축구의 세계로 인도한 분”

2018 러시아월드컵 중계에 참여했던 감스트가 월드컵을 앞두고 안정환 등과 함께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옆에 안정환을 앉혀두고 박지성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원래 안정환 형님도 나한테는 판타지다. 그러나 내 축구 인생의 시작은 박지성부터”라면서 “아직 박지성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꼭 함께 방송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 얘기를 거론했더니 감스트는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한테 지성 형님은 최고의 판타지다. 나를 축구의 세계로 인도한 분이고, 맨유와 EPL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하신 분이다. 그런 분과 꼭 한 번 같이 방송을 해 보고 싶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심장이 멎을 듯하지만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지길 바란다.” 감스트는 지난해 박지성이 이사장으로 있는 JS파운데이션의 ‘2018 수원 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됐었다. 경기 중계도 하고 경기장을 방문했지만 박지성과는 만나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감스트의 박지성 사랑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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