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은 카풀 압승…서비스는 글쎄?
카카오 카풀, 이번엔 직접 타봤다. 기자는 12월21일부터 3일 동안 카풀과 택시를 비슷한 상황에서 이용한 뒤 비교해봤다. 단 택시는 콜을 부르지 않고 거리에서 직접 잡았다.
[요금] 선불 덕에 미터기 공포 벗어나
요금은 카풀의 압도적 승리였다. 카카오 카풀은 이용자가 카풀을 부르면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크루와 연결되면 바로 결제된다. 타기 전에 돈을 내는 구조다. 때문에 도로가 막혀도 추가요금이 없다. 택시미터기 속에서 내달리는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퇴근 시간엔 요금 측면에서 카풀이 우위였다. 12월21일 오후 7시 코엑스(삼성동)에서 신내동까지 카풀로 가는 데 1만4500원이 들었다. 같은 구간을 12월24일 오후 6시30분 택시로 가니 2만3800원이 나왔다. 한편 둘 다 고속도로 이용요금 1400원이 있었다. 택시는 이 금액을 따로 청구했지만 카풀은 그러지 않았다.
[서비스] 카풀은 젊음, 택시는 내공… 친절도는?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 22만여 명의 평균 연령은 53.4세다. 반면 기자가 이용한 카풀의 크루는 30대 또는 40대였다. 카풀 차 안에선 최신 음악이 흘러나왔다. 크루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큰 재미였다.
다만 때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기도 했다. 크루는 어디까지나 운전기사가 아니기에, 뒷좌석에 앉아 말없이 가려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기자의 한 지인은 “대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택시는 내공이 돋보였다. 12월24일 오후에 탄 택시의 기사는 내비게이션도 보지 않고 길을 누볐다. 꽉 막힌 영동대교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기도 했다. 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친절도는 비교하기 애매하다. 아직 카카오 카풀의 친절도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카풀 크루는 서비스 교육을 받지 않으니 불친절한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교육을 받는 택시기사도 모두 친절하다고 볼 순 없다. 2018년 1~9월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불편 신고민원 1만4401건 중 불친절이 500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자도 택시 불친절을 겪었다. 12월24일 ‘빈차’ 표시가 뜬 택시를 잡고 “신내동으로 가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기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어디요?”라고 했다. 막히는 길을 뚫고 지나가면서도 기사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도착할 때 즈음엔 “원래 집에 가려던 길이었는데 너무 멀리 왔다”고 혼잣말을 했다.
[범죄가능성]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건 똑같아
택시기사는 자격을 갖추고 신원을 밝히게 돼 있다. 그렇다고 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할 수 없다. 2015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 따르면, 여성 700여 명 중 약 70%가 “밤늦게 택시 탈 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 답했다. 또 지난 4년 간 택시기사가 자격 취소 처분을 받은 사유 중 1위는 성범죄로 나타났다.
카풀의 경우 크루의 얼굴과 연락처, 차종, 차량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11월22일 인천에서 “카풀 운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카풀이든 택시든 둘 다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차종] 수입차도 탈 수 있는 카풀
카풀의 또 다른 묘미는 다양한 차종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국 개인택시 31만 4096대 중 수입차는 0.3%(117대)였다. 반면 “카풀을 수백 번쯤 이용해봤다”는 고등학생 김아무개군(17)은 “카카오 카풀은 대략 70%가 수입차인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은 여러 카풀 서비스를 통해 포르쉐는 물론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군용 SUV ‘허머 H2’도 타봤다고 했다. 이 차는 중고차 가격만 1억 5000만원에 달한다. 기자도 카카오 카풀로 수입차를 타봤다. 12월21일 저녁 카풀을 불렀을 땐 폭스바겐 티구안이 왔다. 카풀을 호출하면 어떤 차종이 잡힐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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