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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년 총선 전 무조건 도입”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오전에 군부대 방문해 사병들과 점심을 먹는데, 아직 복식(復食) 중이라 밥을 절반이나 남겼다. 평소라면 젊은 친구들 두 배로 담아 싹싹 비우고 왔을 텐데….” 9일간의 단식을 마친 지 열흘이 지난 12월26일, 시사저널과 마주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몸 곳곳엔 아직도 단식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체중도 체력도 조금씩 회복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는 몸을 무기 삼아 버티는 단식투쟁을 그리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아왔다. 젊은 시절 한두 번 해 봤지만, 이후 어떤 주요한 정치적 순간에도 이 방법을 취한 적이 없었다. “단식밖엔 도통 방도가 없더라.” 손 대표가 밝힌 단식 이유는 간결했다. “거대 양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옆으로 제쳐두고 야합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켜버린 그 순간”, 30석 남짓 가진 야당 대표 앞에 놓인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흔 넘은 노장의 단식은 깔끔치 못한 끝맛을 남겼다. 5당 원내대표 합의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금방 추진될 것 같던 상황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뒷걸음질로 다시 원점이 될 위기에 처했다. 손 대표는 “이럴 줄 알았으면 단식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약속 파기’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12월27일 서울 신촌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겨우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집회도 열 예정이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을 계속 역설했다. 제도 도입이 자신의 정계복귀 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왜 국회 복도에서 일어나 추운 거리로 나서겠다고 작심했는지 물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오늘(12월26일) 오전 군부대 방문을 두고 대여 공세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당의 대표로 군 장병을 찾아 위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금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는데, 정부가 조급증에 걸려 너무 빨리 국방태세를 바꾸려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평화는 튼튼한 안보 없이 이뤄질 수 없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평화를 외치면서도 경계태세는 유지해야 하고, 그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부대를 방문한 거다.”

단식까지 했는데도 연동형비례대표제 논의가 계속 난항이라 안타까울 것 같다.

“내가 단식하면서 계속 우리 당 김관영 원내대표한테 내 단식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라고 말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를 돌이킬 수 없는 확실한 원칙으로 정하는 것, 아니면 연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국회의원 정수 조정을 합의하는 것. 이 둘이 확실히 안 되면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걸 갖고 김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찾아가 합의를 봤던 거다. 그런데 그 약속을 이렇게 파기하면 어떡하나. 분명 합의문 안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여러 문제를 검토한다’고 담겼는데 이제 와서 제도 자체를 검토한다고 말장난을 치는 것 아닌가. 이런 게 정치 불신을 일으키는 행위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왜 강하게 주장하나.

“이건 결코 단순히 바른미래당 의석수 몇 석 늘리고자 하는 건 아니다. 촛불이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통령을 바꿨지만, 우리 정치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지금 그대로 아닌가. 모든 걸 청와대가 결정하고 내각도 국회도 허수아비 신세다. 한 가지 예로 그제(12월24일) 국무회의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기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나. 당장 기획재정부 관료들도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들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결국 대통령 철학대로 이뤄지지 않나. 민주당 의원들도 자기 지역구 가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아우성 왜 안 듣겠나. 그런데 누구 하나 국회에서 그런 얘기 하는 사람 없다. 청와대 정책과 철학대로만 움직이니 그렇지. 민주주의가 제대로 세워지기 위해선 내각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한 첫 번째 길이 이 연동형비례대표제라고 보는 거다.”

당내 의원들도 다 지지하는 분위기인가.

“처음엔 ‘거대 양당이 설마 해 주겠어’ 하는 패배의식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도, 시민단체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정개특위원장도 심상정 의원이 됐고 야3당도 단결이 됐다. 지금만큼 적기일 때가 없다고 느끼니 다들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거대 양당이 이렇게 나오니, 당장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더라. 두 당과 대통령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면 내가 내 몸을 상해 가며 주장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택한 방법이었는데, 지금 와서 또 딴소리를 하니까 이제 뭘 더 해야 하나 막막하다.”

은퇴 번복하고 정계에 복귀한 걸 후회하지 않나.

“2014년 만덕산 들어갈 땐 정말 정계를 은퇴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패권주의로 흐르는 게 가슴 아파서 제7공화국을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고 정계에 복귀했다. 단식 힘들었지만, 단식의 이유였던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내가 주장한 제7공화국으로 들어설 수 있는 첫 단계다. 따라서 내가 돌아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관철해 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靑이 모든 것 결정, 내각도 국회도 허수아비”

어수선한 당 사정도 단식 과정을 더 힘들게 했을 것 같다.

“일단 우리 당이 애초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당이 합쳐진 정당이고, 쉽게 하나가 되지 못할 거라고는 예견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근 당 사무처와 연구원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위원장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차였는데, 몇몇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탈당을 하고 한국당에 복귀하는 현실을 보며 대표로서 가슴이 아팠다. 국회의원이 ‘내가 어디로 가야 더 쉬울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한국당은 지금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지 않나. 애초에 개혁보수를 확대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쉽게 버리고 도로친박당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선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 당에 안철수·유승민 이미지가 강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화학적 결합도 완전하지 못했단 분석이 많다. 자평한다면.

“배경이 다른 두 정당이 합쳐서 완전한 결합이 쉽지는 않은데 물리적 통합은 그런대로 이뤄지고 있다. 안철수·유승민 두 분이 양쪽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데, 이들이 쉽게 당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건 이해하지만 바른미래당 통합할 때의 정신은 잊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또 당에서 계속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내년(2019년)쯤 되면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유승민 전 대표 탈당설에 대해선.

“지금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고 도당 사무처장도 새로 임명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탈당을 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바른정당을 대표해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분이 쉽게 당을 버리는 경거망동을 하겠는가.”

 

2018년 12월14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당, 싸움정치 폐단 보이는 ‘도로친박당’”

탈당한 이학재 의원의 정보위원장직 유지 문제로 떠들썩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직’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데.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각 당이 어디 어디 위원장직 가져간다고 분명하게 나와 있다. 그때 바른미래당 몫으로 교육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이 배정됐던 거고. 바른미래당 내부 선거를 통해 정해진 것이고 그걸 국회에서 추인해 준 거다. 의원들이 이학재 개인을 뽑은 게 아니란 말이다. 보수 통합을 위해 간다고 했으면 그것만을 위해 가면 되지, 왜 정보위원장 자리를 기어이 가져가려 하는 건가. 최소한의 신의와 체면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처신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인터뷰 이후인 2018년 12월27일 이학재 의원은 정보위원장 사퇴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지도부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지목되는 이들이 하나같이 보수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통합이 얼마나 어디까지 가능하리라 보나.

“보수대통합이라 하지만 내용적으론 친박당으로의 복귀겠지. 문재인 정부가 지금 경제적으로 실패하고 있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으니 그 반사효과가 지금 한국당에 돌아가고 있긴 한데, 그게 한국당이 잘해서, 국민들이 보수대통합을 원해서라고 해석하면 완전한 잘못이다. 지금 한국당에서 말하는 보수대통합 내용이 뭐가 있나. 한때는 또 반문연대라고 부르다가 비판받으니까 얘기가 쏙 들어가기도 했고. 지금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비난하고, 조금만 꼬투리 있으면 바로 들고일어나 싸우는 조직 아닌가. 양극정치, 싸움정치의 폐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하는 주체가 우리 당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데, 이제껏 잘 못해 온 것 같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을 주장했다. 이건 자유한국당과 같은 목소리인데 조 수석 경질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을 둘러싼 사건이 진실게임으로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까지 진실인지 난 관심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싸우는 걸 대통령은 좀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으니까 지금 국민들이 김태우라는 수사관의 말에 대해 ‘사실 아니야?’ ‘왜 민간인을 사찰해?’ 하고 의심하는 것 아니겠나. 또 6급 수사관이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에게 반기 드는 발언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권위가 떨어지고 있고 레임덕이 온 거다. 대통령이 반성해야 할 때인데 꼼짝을 안 하고 있지 않나. 내가 조국 수석 경질을 얘기한 건 김태우가 잘했다, 맞다가 아니다. 책임자가 조 수석이니 그가 잘못한 게 없더라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다는 읍참마속 심경으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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