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중국의 통신장비 판매 규제 검토 중…실현되면 삼성전자 고객사 확대될 수도
고래 싸움에 때론 새우등이 펴질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자국 내 판매를 차단하는 카드를 꺼내려고 준비 중인 걸로 알려졌다. 이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에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12월27일(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사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中 화웨이·ZTE, 미국에서 통신장비 못 팔 수도
행정명령의 발동 근거가 되는 법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미국이 국가적 위협에 처했을 때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즉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와 ZTE가 미국에서 개척한 판로를 ‘국가적 위협’으로 판단한 것이다. 행정명령은 지난 8개월 동안 고려돼 왔으며, 발동되는 즉시 상무부는 자국 기업의 통신장비 수입을 규제하게 된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다.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28%로 1위에 올랐다. 또 ZTE는 점유율 13%로 세계 4위였다. 둘의 점유율을 합하면 40%가 넘는다. 중국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 ‘IT 굴기’를 경계하고 있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통신장비 점유율… 화웨이 28%, 삼성 3%
트럼프 정부가 실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중국 통신장비 업체는 분명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상당히 통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통신장비 규모는 2017년 약 84억 8500달러(약 9조 3800억원)다. 게다가 통신장비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보급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토면적이 넓어 인터넷 보급률이 10% 안팎에 불과한 미국은 5G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요구가 높다고 한다.
한편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지금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통신장비 규모는 1억 600만 달러(약 1180억원) 정도다. 중국 수출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이 빠진 틈을 삼성전자가 메워준다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걸림돌은 성능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통신장비 분야는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5G 장비 기술력은 삼성전자보다 2~3개월 정도 앞서 있다고 한다. 화웨이의 회장단 중 한명인 궈핑(郭平) CEO는 2018년 12월 신년메시지를 통해 “5G 시장에 화웨이가 없으면 스타 빠진 NBA 경기와 마찬가지로 최고 기술력을 선보일 수 없다”고 했다. 가격도 다른 업체들보다 싼 편이다.
삼성전자 “2020년까지 점유율 20% 끌어올릴 것”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는 1월엔 세계 최초로 5G 인증 모바일 라우터(네트워크 연결 장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는 5G 통신망과 관련해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 인도 3위 이통사 릴라이언스 지오와 손잡고 현지 5G 통신망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9일 이샤 암바니 릴라이언스 지오 이사의 결혼식 축하연에 참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달성에 있어 미국 시장의 행정명령 발동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