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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귀국 임박…MB 커넥션 밝힐 ‘키맨’ 될 수 있어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책보좌역이 귀국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정 전 보좌역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 불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MB 정권의 각종 비리에 연루된 최 전 위원장의 모든 행적을 알고 있는 정 전 보좌역이 어떤 진술을 털어놓느냐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향배(向背)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시사저널과 만난 정 전 보좌역이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돼서 나를 부르면 다 얘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정 전 보좌역이 MB 재판의 ‘판도라 상자’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의 1심을 좌우했던 것은 최측근 인사들의 진술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8월1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용욱 귀국 시 MB 항소심 변수 될 수 있어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2심 재판에서 증인 22명을 대거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최측근들을 법정에 세워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추궁하는 것은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법정에 증인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믿었던 측근들의 일성(一聲)이 재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목격하면서,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관련 진술을 재반박할 기회를 얻기로 전략을 변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전 보좌역이 귀국한다면,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새 변수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MB 정권의 실세였던 최시중 전 위원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이가 정 전 보좌역이다. 당시 최 전 위원장과 이 전 대통령이 수시로 만나 공사(公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출국 전까지 그런 최 전 위원장의 수족으로 일했던 인물이 정 전 보좌역이다. 최 전 위원장과 이 전 대통령 간에 있었던 ‘굵직한 일’에 대해 정 전 보좌역이 자세하게 알고 있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정 전 보좌역 역시 자신이 MB 재판의 ‘키맨(핵심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보좌역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입을 연다면,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정 전 보좌역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서 아는 형이 한 달 전쯤 (나를) 찾아왔다. 이 사람도 MB 정권에 당했다면서 억울해했다. 이 사람에게 후배나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 전 보좌역이 MB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해외 도피 중인 정 전 보좌역의 최근 근황을 보도하면서, 검찰이 정 전 보좌역의 국내 소환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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