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혼성그룹 ‘잼’ 출신 황현민, 랜드로버와 ‘악연’으로 얽힌 이유
랜드로버 판매위탁사 대표와 대리점 지점장에게 ‘쌍욕’을 뱉었다. 분이 안 풀렸는지 차량 전시장을 돌면서 고성을 지르고, 전시된 차량에 물을 뿌렸다. 세워져 있던 입간판도 부쉈다. 말 그대로 ‘행패’를 부리는 영상이 지난 8월 공개되면서, 90년대 아이돌그룹 ‘잼’ 출신의 황현민(46)씨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그는 왜 이성을 잃은 ‘갑(甲)’이 된 것일까. 논란 발생 후 100일, “랜드로버 사태를 겪으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황씨. 지난 12월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빌딩에서 황씨를 만나 랜드로버와 엮인 ‘악연(惡緣)’에 대해 들어봤다.
5번의 결함이 낳은 禍…“불량차를 중고로 팔자고 해”
8월 ‘갑질 영상’으로 논란을 불렀다. 왜 그랬나.
“뉘우치고 있다. 내 행패가 하나의 선례가 되면 안 된다. 후회도 된다. 모든 악플을 다 읽었고, 가족들도 상처받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지점장에게 특히 미안하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연배도 높은데…차를 구매한 뒤 인간적인 얘기도 많이 나눈 사이였다. 나도 (갑질 영상이 공개된 후) 욕을 듣고 보니, 이게 또 다른 폭력이더라.”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대처할 건가.
“차라리 조용하게 법을 앞세워 대처할 것 같다. (자동차 제조사 및 판매사가) 그걸 더 무서워하더라. (행패를 부리니) 뒷감당이 너무 힘들었다. 다만 그냥 참고 좋게 넘어갔다면 지금까지 속앓이만 했을 수 있다. 딜러사 대표는 오랜 지인이자 후배인데, 그를 믿고 2016년 자동차를 샀다. 이후 차량 결함만 5번 이상을 겪었고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함을 말하는 것인가.
“5번의 중대결함이 있었다. 언론보도에선 내 차에서 총 3번의 결함이 있었다고 나왔는데, 그건 다 엔진결함이다. 2번은 DPF(디젤 미립자 필터) 결함이다. 주행 중 속도 저감 현상이 발생했는데, 당시 대표에게 증상을 말하니까 ‘디젤이 원래 그렇다’며 타라고 했다. 황당했다. 이외 스탑앤고(ISG) 기능 이상, 문 닫힘 이상, 디스플레이 오류도 겪었다.”
항의 방법이 너무 거칠었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길가에 차가 멈춰 3시간 가까이 밖에서 떨던 날도, 대표가 자기가 (차를) 안 만들었다고 농담을 하더라. 정말 욕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서 ‘나도 앎’이라고만 답했다. 신사답게 행동했다. 심지어 센터에서 임의로 엔진을 교체한 날, 가족들이 불안해했지만 나는 ‘심장을 갈았으니 새차 타는 기분으로 타자’고 달랬다.”
결함 사실을 랜드로버도 알고 있었나.
“그렇다. (항의하니까) 랜드로버에서는 내 차를 중고차로 팔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이건 범죄라고 팔지 말라고 했다. 엔진을 통째로 들어냈는데도 문제가 있었던 차인데. 그래서 차가 3번째 도로에서 섰던 날, 내가 차를 일부러 부쉈다. 절대 팔지 말라고. 관련해 랜드로버 딜러사 고객지원팀장과 통화한 녹취록도 있다.”
딜러사에서는 어떤 보상안을 내놓은 건가.
“대표가 본사를 속이자고 했다. 본사에 (황현민이) 행패를 부리고 차로 들이받으려고 하니까, 자기들이 마진을 포기하고 최대한 (신차 값에) 가깝게 물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건 네가 직접 회사랑 해결해야지 내가 왜 그 판에 껴야 하냐’고 했다. 그리고 화가 나서 전시장으로 내려와 소리 지르면서, ‘너네 대표가 사기 치려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게 그 날의 일(영상 속 행패 모습)이 벌어지기 전의 상황이다.”
집단소송 가능성 有…“좋은 차에 대한 기준 바뀌어”
랜드로버코리아 판매위탁사 대표 등은 황씨를 모욕 협박, 재물손괴, 업무방해,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 황씨 역시 랜드로버코리아와 판매위탁사 등을 고소한 상태다. 자동차 제작자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 그 결함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 공개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품질 문제가 불거진 것이 2016년부터인데, 2년 간의 시간 동안 랜드로버가 관련 문제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주장이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랜드로버가 품질 문제가 불거진 차량을 고의로 숨기려 하거나, 사건을 축소시키려 한 정황이 있다고도 밝혔다.
황씨는 국내 ‘폭스바겐아우디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와 손잡고 랜드로버코리아와 법리 전쟁을 벌일 계획이다. 하 변호사는 자동차사들이 두려워하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품질 문제를 짚어내고 집단소송을 전개하는 데 있어 출중한 실력과 노하우를 보유해서다. 그런 하 변호사가 황씨를 대리하고 있는 만큼, 이번 건 역시 집단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일 결함을 호소하는 차주들이 많다. 집단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나.
“집단소송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잼을 그만둔 이유도 내가 리더로 전면에 나서는 게 내 성격에 맞지 않아서였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변호사 자문 등을 받고 자동차 커뮤니티에 같이 싸울 차주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려놓았다. 향후 자동차 전문가들과 협력해 랜드로버 차량의 기술적 결함에 대해 밝혀볼 예정이다.”
랜드로버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고장도 날 수 있다. 그러면 잘 고쳐줘야 하는데 랜드로버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차를 잘 만들 자신이 없다면, 팔면 안 된다. 지금은 랜드로버의 제일 좋은 차를 공짜로 줘도 싫다.”
논란 이후 차를 바꿨나.
“이제 차량을 고르는 개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폼도 나고 멋있는 걸 샀는데 결국 안전한 차가 최고더라. 지금은 (랜드로버보다) 저렴하고 조금은 투박한 미국산 SUV로 바꿨는데 마음 편히 타고 있다. 차를 바꾸고 태어나 처음으로 고사도 지냈다. 제발 사고 없이, 무사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타게 해달라고.”
한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황씨의 주장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밝힐 공식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씨를 고소한 랜드로버 판매위탁사 관계자는 “(황씨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 본사에 사기를 치자고 제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황씨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니, 최대한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그렇게 말한 것이다. 차를 만든 곳이 아니라 단지 차를 판매한 곳이지만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차 가격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황씨는 그동안 납부한 이자와 리스 위약금 등 약 2500만원의 차량가 이외의 비용까지 (판매사가) 부담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만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황씨가) 대표와 지점장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다. 현재까지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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