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 주장… 놔두면 ‘제2의 카드대란’ 불러올 지도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선 “카드사의 수익 감소로 소비자들에게 주던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그동안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지나치게 내세워 오히려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가로막았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신용카드 사용이 활발해진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당시 정부는 내수 활성화와 세수 확대를 위해 신용카드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했다. 카드업계도 이에 맞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그 방법으로 활용됐다. 그 결과 2001년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매수는 4.6장까지 늘었다.
부가서비스 출혈경쟁이 부른 ‘카드대란’
폭발적 카드수요는 결국 화를 초래했다. 2002년 카드대란이 터진 것이다. 이듬해엔 36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쏟아져 나왔다. 카드사도 치명적 손실을 입었다. LG카드와 삼성카드는 부실을 털기 위해 각각 1조원씩 쏟아 부어야 했다. 학계에선 부가서비스를 둘러싼 출혈경쟁이 카드대란을 낳은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제2의 카드대란’이 엄습할 기미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용카드 결제액을 포함한 판매신용(외상거래금액)은 8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78조원)에 비해 8조원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총 가계부채는 1514조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 사이 카드사는 CGV, 스타벅스, 놀이공원 등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가맹점 범위를 넓혀왔다. 2000년대 초반 국민카드가 도입한 후불 교통카드 서비스는 이제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제공하고 있다.
“신용 구매는 과소비 유발하고 가계부실 확대해”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은 할인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신용카드 이용 확대를 유도했다”며 “불확실한 미래소득을 담보로 한 카드회원의 신용 구매는 과소비를 유발하고 가계부실을 확대하는 문제점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지금도 부가서비스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카드업계가 제공한 부가서비스 혜택이 5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가 낸 연회비(8000억원)의 7배가 넘는다. 금융위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신용카드 이용으로 받는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부가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이재연 연구위원은 “과도한 부가서비스 제공 비용은 가맹점의 물품 가격 인상을 통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약 11조 6700억원에 달했다. 또 대형 가맹점에 몰려 있는 할인혜택이 카드 사용자들의 소비 반경을 제한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려도 나와… “부가서비스 줄어들면 소비 위축될 수도”
부가서비스가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5월 논평을 통해 “부가서비스는 주로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카드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금융서비스(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 이용 고객은 그 혜택을 누릴 여유가 별로 없다”고 했다. 신용카드 본연의 기능으로 돈을 벌어들인 카드사가 ‘VIP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아예 부가서비스 축소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가 부가서비스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면 1조4000억원의 수수료 절감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일부 소비자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부가서비스가 줄어들면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하고 수수료 인하를 강제하는 건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