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 만에 하차···태양광 유착 의혹·친형 도피도운 혐의로 검찰수사 ‘발목’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잇단 논란 끝에 결국 사퇴했다. 8년 만에 붙잡힌 친형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와 취임 직후 사활을 걸며 강력하게 추진했던 7조원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에 발목이 잡혀 낙마한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28일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은 전날(27일) 청와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날 면직 처리됐다. 지난 2월 취임한 최 사장은 9개월 만에 직을 내려놨다. 원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였다. 최 전 사장은 퇴임 직전 간부회의에서 농어촌공사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당부했다. 퇴임식은 따로 하지 않았다.
최 전 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태양광 업체 대표를 지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태양광 업체 대표를 지냈던 사실이 들통 나 ‘자기 거래’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최 전 사장은 태양광 업체 대표를 지낸지 4개월 만에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 2016년 설립된 A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이사로 재직해오다 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사임했다. A사는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시기에 맞춰 회사명을 Y에너지로 바꿨고, 법인 목적사업도 태양력·전기 발전업, 송전 및 배전업종을 새로 추가했다.
현재 Y업체는 최 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정아무개(69)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전직 보좌관은 사내 이사로 등재됐다. 최 전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날 그의 아들 최아무개(38)씨는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최 전 사장의 이 같은 전력이 밝혀지면서 7조원대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직에 대한 자격 시비가 일었다.
최 사장은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가족과 저를 따랐던 보좌진의 생계유지를 위해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며 “태양광 관련 실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사장의 해명에도 관련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속칭 ‘자기 거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그 반향은 컸다.
여기에 친형인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앞두고 있는 점도 최 사장이 더는 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했다는 관측이다.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최 전 교육감은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한 식당에서 도주 8년 2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에 붙잡혔다.
검찰은 지난 12일 최 전 사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해 그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고 최 전 사장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최 전 교육감이 최 전 사장과 지속적으로 통화한 정황 등은 이미 포착됐다. 검찰은 조만간 최 전 사장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 전 사장은 전북 김제·완주를 지역구로 17~19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 다시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돌았다. 최 전 사장은 특히 지난 2013년 전주 완주 통합을 주도적으로 반대했던 인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