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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30 멘토 변신한 강명주 前 SC스탠다드저축은행 대표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였다. 한 해에만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던 저축은행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린 인사가 있다. 강명주 전 SC스탠다드저축은행 대표의 얘기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동북아지역 마케팅 총괄본부장까지 올랐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이력이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다른 기업의 러브콜도 그동안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금융업계 최초 혁신적인 시도에 앞장서

그런 그가 돌연 2030 멘토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는 최근 서울 도심에 인재개발 교육기관인 ‘WAA LAB, WAA 인재개발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멘토 활동에 나섰다. 현재 전국을 돌며 자신이 겪었던 일과 성공 노하우를 설파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엄마지만,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5년 만에 직장을 3번이나 바꾼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 정도다. 물론, 젊은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조직 환경이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나친 이직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젊은층의 경력 관리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 부모들이 이런 성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내가 은행에 근무하고 있을 때다. 하루는 직원의 부모가 은행에 찾아와 사표를 쓰게 했다.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로 옮기면서 리더로서 역량을 키워갔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ATM(금융자동화기기)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버튼식에다, 단순히 출금만 할 수 있는 CD 기기가 전부일 때였다. 강 전 대표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ATM 도입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고, 24시간 조회나 송금까지 가능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능들이었다.

이후 보험사로 옮겨 메트라이프생명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관리자와 에이스손해보험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메트라이프에서는 노트북 하나로 모든 보험 계약을 승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이스 때는 국내 손해보험사 최초로 홈쇼핑 판매 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모두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들이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하는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박지성,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의 명성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도전을 했다. 최근 들어 젊은 층의 스타트업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벤처 창업보다 공무원을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하는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 WAA LAB, WAA 인재개발원을 설립했다. 개발원에서는 현재 그룹 강좌와 1대1 개인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역량 개발 프로그램과 재테크 금융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관리자급이나 임원들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옛날 방식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그는 조언했다. 단적인 예로 그가 SC스탠다드저축은행의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국내 저축은행 업계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2011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SC스탠다드저축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0년 기준으로 이 은행은 30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강 대표 취임 직후인 2011년 말 SC스탠다드저축은행은 흑자로 돌아섰다. 이듬해에는 흑자폭이 더욱 커졌다. 직원들을 자신의 그릇 안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그릇부터 비워야 한다는 것이 강 전 대표의 설명이다.

“현대의 CEO에게는 다양한 덕목이 요구된다.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CEO의 역할이 시작된다. 재무제표 파악에서부터 영업 능력 확대, 리스크 관리까지 챙겨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동기가 있어야 성과도 낼 수 있다. 취임 초만 해도 여성 전문경영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내부적으로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부터 솔선수범해야 했다.”


“CEO는 솔선수범하는 자리”

실제로 강 전 대표는 취임 직후 ‘은행장’ 대신 ‘대표’로 호칭부터 바꿨다. 기존의 은행장실 역시 고객서비스팀에 내주고, 자신은 기존의 3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방으로 옮겼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놨다. 흑자를 낼 때까지 업무용 차량을 반납하고 개인차를 이용했다. 이런 강 대표의 진심이 통했을까.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은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빙하기’로 불리는 2011년, SC스탠다드저축은행이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저축은행 대표로 재직할 당시 영업사원을 포함해 직원만 800명이었다. 딸린 식구까지 포함하면 3000명이 넘는다. 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마음이 직원들에게 전달됐다고 본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여러 기업의 임원들이나 CEO를 만나게 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뛰어나고 훌륭한 분이 많지만 자신을 PR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 환경상 나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나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끌어안을 수 있고, CEO도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스킬이나 인터뷰 트레이닝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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