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지사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 열리는 날 규탄 목소리 높아져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이 시작된 11월29일, 거리 곳곳에서 안 전 지사와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안희정 무죄 받던 날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려”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기 한 시간 전인 11월29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엔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이 노란 피켓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이 자리에선 안 전 지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책위는 50명의 시민이 보내준 문구를 엮어 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판결이 나던 그 날에도 상사의 성희롱을 참고 점심을 삼킨 나는 ‘보통의 김지은’이었다”며 “대한민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김지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여성들이 이번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더 많은 안희정을 막기 위해 재판부는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여성 울부짖는데 국회는 ‘나 몰라라’”
그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도 안 전 지사 사건과 관련해 국회를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가 주최한 이 기자회견에선 “국회에 쌓여있는 미투 법안을 연내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백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올해 초 미투운동이 촉발하면서 여성들은 한국사회에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는 ‘나 몰라라’ 한다”며 “경쟁하듯 미투법안을 쏟아냈지만 정기국회가 종료되기 일주일 남은 현재에도 통과된 건 없다”고 지적했다.
발언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며 ‘우리사회 불평등한 사회구조 변혁을 위해서 미투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선 안희정 신문할 것”
한편 안 전 지사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이 날을 세웠다. 검찰은 “여러 증거가 객관적으로 판단되지 못했고 심리가 부족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은 “집중 심리와 장시간의 증인신문으로 충분히 심리했다”면서 “절차와 관련해 왜곡된 주장을 하지 말라”고 맞섰다.
항소심에선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걸로 보인다. 검찰은 1심에서 하지 않았던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모든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신문 채택 여부와 비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