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부재 중인 상황에서 체코 방문…野 “국제 코미디”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민생 문제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공직기강 해이·외교 의전상 문제 등도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다.
靑,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특감반 전원 교체 '강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특감반)에 파견돼 일하던 검찰 소속 직원이 경찰 수사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었다가 적발된 사건과 관련, 청와대는 특감반장을 비롯한 반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11월29일 결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관련 브리핑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문제가 된 특감반의 비위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같이 건의했고, 임 비서실장도 이를 수용해 즉각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특감반 소속 김아무개 수사관(대검찰청 검찰 주사 6급)은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공무원 뇌물 사건'에 대한 진척 상황을 물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인 결과, 부적절한 행위로 판단해 검찰로 복귀시켰다. 이 밖에 부적절한 처신을 하거나 비위 혐의가 있는 직원이 추가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고강도 인사 조치가 나온 이유다.
최근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술을 마시고 시민을 폭행하고, 의전 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한 데 이어 고위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감시하는 특감반원들까지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다. 이날 인사 조치가 나오기 전만 해도 청와대의 인식은 안이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공직기강 해이 논란에 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임종석 실장이 보낸 이메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청와대 직원들의) 사고가 세 번째'라는 지적엔 "그래서 임 실장이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임 실장 언급한 '사소한 잘못', 文대통령 발목 잡고 있어
임종석 실장은 11월26일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으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말했다. 임 실장의 당부가 무색하게 곧바로 특감반 비위 행위가 드러났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정상 외교 부문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11월29일 전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11월27~28일 체코 방문이 도마에 올랐다. 외교 정책상 문제도 아닌 의전상 실수가 주로 지적됐다. 공직기강 해이 지적 속에서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체코 대통령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총리와 회담을 한 점, 외교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올린 점 등을 들어 "비정상적 정상 외교"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양국의 중요 현안인 원전 세일즈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고 하고, 대통령이 관광지로 유명한 비투스 성당을 찾아가고 현지 기업인과의 만남을 취소하는 등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났다"며 "한마디로 국제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외교 역사상 해당 방문국 정상이 부재중인데 정상 외교 목적으로 방문한 사례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이에 대해 "체코 대통령이 참석 못 한 것은 해외 일정 때문이라며 깊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트위터 오기는 실무자가 실수한 것으로, 30분 이내에 발견해 바로 조처를 했다. 실수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 내 비위·실수 등이 잇따르면서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한 문 대통령의 행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월26∼28일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설문(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48.8%를 기록했다. '청와대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김의겸 대변인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