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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들,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활약 시작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바뀌었지만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축은 여전히 유럽파다. 손흥민·기성용·이재성 등은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들을 호주에서 열린 11월 원정 A매치 명단에서 모두 제외했다.

일종의 배려였다.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이 부족하거나,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장거리 원정은 독이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 유럽파들은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히려 소속팀에 돌아가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체력 소모와 시차 적응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좋은 플레이를 보이지 못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벤투 감독은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 활약을 이어가는 것이 곧 대표팀의 좋은 전력으로 이어지는 걸 알고 있다. 유럽에 남아 체력을 회복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아시안컵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과감하게 핵심 유럽파를 제외했다.

 

ⓒ EPA 연합·AP 연합


A매치 쉬고 재충전한 벤투號 에이스들

손흥민은 개막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소속팀 토트넘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데뷔 후 가장 느린 득점 페이스였다. 원인은 월드컵부터 시작된 강행군이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에 합류했고, 9월과 10월 A매치를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이 “체력이 우려된다.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며 출전 빈도를 조절했을 정도다.

손흥민은 지난 10월31일 웨스트햄과의 리그컵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알린 것은 11월24일 열린 첼시와의 리그 13라운드였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에 50m를 질주, 첼시 수비를 추풍낙엽처럼 떨어트린 뒤 골을 성공시켰다. 조르지뉴, 다비드 루이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완벽히 따돌리고 넣은 멋진 골에 영국 언론과 비평가들은 “슈퍼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돌아왔다”며 찬사를 보냈다.

지난 7월 뉴캐슬로 이적한 기성용도 11월을 반전의 달로 바꿨다. 존조 셸비, 디아메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기성용은 벤투 감독에게 직접 11월 A매치에 차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소속팀에서 입지를 굳히고 싶다고 했던 기성용은 멋지게 약속을 지켰다. 개막 후 10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최하위권에서 헤매던 팀을 구했다.

11월3일 왓포드전에 교체 출전해 결승골을 어시스트, 팀에 첫 승리를 안겼다. 그 뒤 본머스, 번리와의 경기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특유의 조율과 패스로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다. 기성용의 활약과 함께 뉴캐슬은 3연승을 달리며 순식간에 강등권을 탈출했다. 뉴캐슬 지역 언론과 현지 팬들은 기성용을 구세주로 표현했다. 베니테스 감독도 기성용을 계속 주전으로 쓸 계획임을 시사했다.

독일 2부 리그인 분데스리가2의 홀슈타인 킬에서 뛰는 이재성도 부상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 팀의 에이스로서 맹활약 중이다. 지난 10월 무릎 통증을 안고 벤투호에 합류했다가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아간 이재성은 최근 2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특히 11월24일 산트하우젠전에서는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A매치 휴식기에 현지에 남아 회복과 훈련에 집중했고, 거짓말처럼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시즌 하반기인 2019년에도 팀의 기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시 비상하는 이청용과 이승우

긴 침묵을 깨고 다시 날개를 편 반가운 유럽파도 있다. 이청용이 대표적이다. 2011년 당한 심각한 부상 이후 꾸준한 하락세였던 이청용은 지난여름 축구 인생의 중대 결심을 했다. 2009년 유럽 진출 후 줄곧 머물렀던 잉글랜드를 떠나 독일로 향한 것이다. 분데스리가2의 Vfl 보훔에 입단한 이청용은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해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적응기를 마치고 9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특히 마지막 2경기에서는 각각 3도움과 1도움을 올리고 경기 최우수 선수가 됐다. 이청용의 부활을 확인한 벤투 감독은 그를 A대표팀에 불렀다. 11월 호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청용은 지난 러시아월드컵 탈락의 아픔을 딛고 대표팀에서도 재기했다.

이탈리아 2부 리그 세리에B 헬라스 베로나의 이승우도 반격을 시작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잇달아 참가한 이승우는 병역을 해결했다. 그러나 긴 시간 팀을 비운 탓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9, 10월에 선발됐던 A대표팀에서도 탈락을 맛봤다. 대신 소속팀에서 차분히 준비한 이승우는 A매치 휴식기 후 열린 팔레르모전에 처음 선발 출전했다. 특유의 과감하고 직선적인 돌파를 펼친 그는 주간 베스트11에 뽑혔다.

분데스리가2의 황희찬, 프랑스 리그1(1부 리그) 디종의 권창훈도 복귀를 준비 중이다. A매치 소집을 앞두고 부상을 입은 황희찬은 소속팀 함부르크가 핵심 선수로 분류, 보호 차원에서 출전 시간을 조절 중이다. 러시아월드컵 직전 아킬레스건을 다치는 큰 부상을 입은 권창훈은 최근 재활을 마치고 필드 훈련에 돌입했다.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설 예정인 권창훈은 지난 시즌 디종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했던 터라 팀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EPA 연합


‘꿈의 데뷔’ 이강인과 정우영

아직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지만 유럽 무대를 달구는 두 명의 10대 한국인도 있다. 2001년생 이강인(발렌시아)과 1999년생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다. 소속팀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두 유망주는 최근 차례로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이강인은 10월31일 열린 스페인 국왕컵 32강전을 통해 데뷔했다. 역대 한국인 유럽파 중 가장 빠른 만 17세 253일에 데뷔전을 치렀다. 발렌시아는 이미 지난여름부터 이강인을 1군에 호출해 함께 훈련시키고, 친선 경기에 출전시켰다. 마르셀리노 1군 감독은 “이강인의 기량을 확신한다. 서서히 1군에 뛰게 하며 팀의 미래로 만들겠다”고 말했고,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11월28일에는 독일 최강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출전했다. 주인공은 미드필더 정우영이다. 올해 초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팀인 대건고를 졸업하고 바이에른에 합류한 정우영은 21세 이하 팀에서 뛰다가 이강인처럼 여름부터 1군 훈련에 합류했다. 2군 경기와 1군 훈련을 오가던 정우영은 10월부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데뷔전을 준비했다.

정우영의 데뷔전은 꿈의 무대로 꼽히는 챔피언스리그였다. 벤피카와의 조별리그 5차전에서 후반 35분 팀의 간판 공격수 토마스 뮐러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경기 후 바이에른 뮌헨은 한글로 “바이에른 최초의 한국인 선수 정우영의 데뷔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빠른 발과 기술을 보유한 정우영은 노쇠화 징후를 보이는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을 대체할 기대주다.

이강인과 정우영은 아직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당장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벤투 감독이 10대 선수들의 소집과 테스트는 내년으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차례로 데뷔한 두 선수가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하면 벤투 감독도 A대표팀에 부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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